제 86회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선물하자

2008년 5월 4일 | 금강/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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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회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선물하자  

1923년부터 시작된 5월 5일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인격과 권리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날은 원래 취지는 무색해지고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사주는 날로만 여겨져 안타깝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올바른 인격을 가지고 진정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꼭 주어야 한다면 무엇을 주는 것이 옳을까?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제안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두 가지 ‘위기’에 처해있다.
그 하나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다. 지난 4월 11일부터 시작된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이 결정되었다. 언론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도축장에서 광우병 의심 소들이 불법적으로 도축되는 장면을 본 바 있다. 대량으로 소를 도축하고 허술한 검역을 통해 광우병 의심 소가 학교급식에도 쓰여졌다는 사실이 전세계에 폭로된 바 있다. 이번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하는 것을 허용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병되거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합의되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좋은 쇠고기를 값싸게 먹게 되었으니 좋은 일 아니냐’,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사먹지 않으면 된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쇠고기는 우리 생활 전반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남녀노소 즐겨 먹는 라면과 과자를 비롯해 화장품과 생리대, 일회용 기저귀, 알약 등 그 범위가 넓다. 만약 미국산 쇠고기가 개방된다면 가장 먼저 아이들 학교급식에 사용될 가능성이 많다. 그만큼 아이들을 비롯한 국민전체가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우리 아이들이 맞이할 ‘위기’이다.
또 하나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다. 대전, 충청권 시민들의 생명줄인 금강 역시 운하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금강운하를 비롯한 한반도 대운하는 70%에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다수의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주장하는 실효성에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운하건설이 아이들에게 위기인 것은 다름 아닌 생태계 파괴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우리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주변의 생태계와 조화하며 평화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강을 파내 생태계를 파괴하고, 오랜 세월 이어온 지역문화재를 파괴하는 운하를 추진하려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파괴적인 삶을 살도록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
자기 주변의 생명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없는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대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은 파괴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이기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결코 평화롭지 못하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지도 못한다.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먹거리를 팔고 개발주의와 경제논리로 생명을 파괴하며 자신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자연을 거스르는 사회에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부모와 스승의 세대인 어른들이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은 돈이나 장난감, 게임기가 아니다. 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구환경과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선물해야 한다. 이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팔수도 없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86회 어린이날, 우리는 우리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옳은지 깊이 성찰하고 우선 당면 과제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아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미래세대에게 환경재앙과 세금폭탄을 물려줄 운하를 막아야 한다.
오늘,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평화롭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어른들의 책무를 다시 한번 자각하고 이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2008년 5월 4일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김규복, 이상덕, 최수경, 한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