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벌과 물수제비

2004년 10월 1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물수제비)샘머리아파트에 산다는 최지형(35·서구 둔산동) 씨의 눈에 집 앞을 흐르는 도심하천은 이미 다른 모습이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에 차이를 분명히 느끼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공부 열심히 해서 꼬마들에게 우리 갑천과 주변 생태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 줄 날을 꿈꾼다.
이번 생태해설사 학교에 입학해 하루하루 강의와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교육생들은 자연스럽게 눈이 뜨이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대전 토박이인데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몰랐어요. 관심이 생기니 이름이 궁금하고 이름을 알고 나니 더욱 관심이 가더라구요. 한 번 현장실습을 다녀오면 모두들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참, 대전천을 갔을 때 목척교 아래를 보았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3대 하천 생태복원사업한다고 하던데 거기도 원래대로 복구했으면 좋겠어요.”
교육생 중 가장 연장자인 한완숙(51·서구 내동) 씨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선택한 갑천생태해설사학교에 대해 두고두고 만족스러워 할 참이다.
일행을 인솔한 한밭문화마당 안여종 강사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고 무엇인가 열심히 적던 일행은 자갈밭에 일렬로 늘어선다. 일행의 손끝을 떠난 조약돌은 물수제비를 뜨며 물위를 비행한다.
“이렇게 물수제비 뜨다가는 자갈밭이 반대쪽으로 옮겨 가겠어~.”
누군가의 외침에 손바닥을 치며 시원한 웃음을 내뱉는 교육생들을 갑천은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노루벌)은 거문들이 검은돌(흑석)로 잘못 전해진 흑석리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구불구불, 때론 곧게 흘러 내려오던 갑천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한숨 쉬어가는 곳에 위치해 있다.
부용대에서 내려다 본, 물과 사람이 어우러진 안동 하회마을의 절경은 구봉산에서 노루벌을 내려다볼 때 그대로 재현된다.
“작년에도 노루 두 마리가 논을 가로지르며 뛰어가는데 어찌나 빠르던지…. 나락이 수북한데도 잘 뛰데.”
대전시의 자료 등은 산의 흐름이 새끼노루가 어미노루를 좇아서 뛰는 형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최근까지도 노루를 볼 수 있다”며 마을지명의 유래를 살아있는 노루에서 찾았다.
갑천의 기세를 거스르지 않고 그 흐름에 따라 둥글게 형성된 제방은 들과 물을 나누며 그 안에 마을을 품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30여 호의 주택은 야트막한 노루산(142m)을 의지해 길게 퍼져 있다. 그 2km 남짓한 제방을 따라 걸으면 성큼 들어선 가을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 동네가 원래 빈한한 동네여, 농토도 작아서 모두들 힘들게 살았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 물이 좀 더러워지긴 했지. 옛날엔 마을 초입에 공동우물이 하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다 갑천에서 길어다 먹었어. 그냥 가서 배추도 씻어먹고, 밤에는 목욕도 하고 그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