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선생님댁에서의 하루

2006년 11월 10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윤은숙선생님의 응급처치 강연에 대한 내용은 2기선생님들께 돌리고요. 전 누가 또 올리시던지 일단은 김기중선생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 1기를 대표해 글 올리는 걸 서슴치않겠습니다.
몇번 뵐 때마다 우리집에좀 와요…우리집에좀 와요…그러셨지요?
네….네….저희는 기약할 수 없는 대답만 했었구요.
근데 기어코 날을 잡았고, 우린 선생님댁을 가게 되었습니다.
계룡시의 터줏대감답게 선생님댁은 논산가는 국도가 내려다보이는 둔턱에 넓고 잘 다듬어진 잔디를 앞에 둔 하얗고 아름다운 큰집이었습니다.
좀 겁이 많다는 개가 꼬리를 흔들며 손님들을 반기는게 암만해도 왔다가는 사람이 너무많아 아주 익숙한듯 취하는 액션같았지요.^^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거실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윤은숙선생님의 재담넘치는 강연을 듣고나서.
일제히 선생님들은 주방으로 달려가 혼자 물소리를 내며 분주하신 사모님을 돕기시작했습니다.
하나하나 내오는 음식들과 간식들이 어쩌면 그리도 정갈할 수가요. 또 옆사람 눈치 살살보며 먼저 맛을 힐끔 보는 샘들의 얼굴은 히히 행복해보이더이다.
전 그 사이 밖으로나와 집주변을 샅샅이 훔쳐보기 시작했지요.
텃밭에는 없는게 없었습니다. 물론 텃밭의 주인은 두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요. 두분이 드시면 얼마나 드시겠어요. 모두 왔다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인이라는 것을…
실에 꿰달아 말리는 감과 고추들, 물소리나는 정자, 집을 감싸고있는 산언덕에 몰려다니는 물까치와 정원을 제집삼아 돌아다니는 박새와 딱새들…
여름엔 반딧불이도 있다고하고, 봄에는 철쭉이 장관이라고 하고, 정자에 누워 모기장을 치고 여름밤을 지새우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숯에 불을 피워 구워먹는 목살.
아이구 이 목살은 또 왜이렇게 맛있는거예요.
또 박희춘선생님께서 손수 공수해오셨다는 묵은김장김치는 어떻고요. 텃밭에서 일군 각종 채소를 한소쿠리 옆에두고, 사모님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나물류와 함께먹는 점심만찬…
정말 꿀맛 그자체.환상이었습니다.
배가 터~~지도록 먹은 정간사…(원래 남은음식처리당번임) 꽤 힘들어하대요.
식사를 마치고, 선생님들은 누구랄것도 없이 앞치마에 소매 걷어부치고 설겆이와 정리작업에 매진하시는데,
딱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부지런꾼과 살림꾼들의 집단이라해도 되겠습니다.
너무도 적극적으로 공부하시고, 남 돕는 일에도 몸 안아끼시는 모습에서 생태문화해설사 2기샘들의 앞날은 밝을 수 밖에 없다..생각했고 또 기뻤습니다.
나오는 손에 김기중선생님은 계룡시의 특산품인 계룡산물엿을 한박스씩 선물하셨고요. 사모님은 텃밭을 다 빠대도되니 마음껏 뜯어가라하시니 당근 그리하고도 남음입니다.
또 박희춘선생님은 손수 가꿔서 덖은 그 달큰하고 감칠맛 도는 감녹차를 한봉지씩(시중가 일만원) 선물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오는 길엔 참 마음이 뿌듯하대요.
뱃속에 맛있는 고기와 푸성귀를 잔뜩 넣어서도 그렇고,
두손에 감녹차와 물엿과 푸른잎을 잔뜩 받아서도 그렇지만,
제일로 뿌듯했던 것은,
김기중선생님과 사모님, 박희춘선생님과 같은 분들을 만난 인연.
그리고 그분들이 베푸시는 무한한 배려와 사랑이었습니다.
또 그 넘치는 사랑을 감사히 받을 줄 아는 우리 2기선생님들이 계시다는게 뿌듯했지요.
오늘 참석못하신 샘들이 배좀 아프시라고 거짓말 하나도 안하고 후기를 올렸는데요.
저희들의 좋은하루를 위해서 애써주신 세 어르신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늘 건강하고 평안한 날들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정말 소중한 만남 소중한 기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