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못잊을 군무

2006년 1월 22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가창오리 군무….
참 많이 봤지요. 허탕도 많이 쳤고요.
낮부터 살펴본 개체들이 제법 많은걸 확인하고,
그들이 움직이는 결전의 시간을 위하여
찬바람 속에서 한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해가 서산에 지기를…각기 다른 섬의 무리들이 하나로 뭉쳐지기를…
전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군무도 처음이려니와,
아마도 죽을때까지 그런 군무 또 못볼거라고 장담합니다.
채도가 서로 다른 그림자들이 펼치는 3차원 입체영상의 파노라마.
이렇게 퍼져나갔을 것 같은 히로시마 원폭의 핵버섯구름도 이보단 못했을 것이요.
향로와 배역을 달리하며 이곳저곳에서 터져버리는 불꽃놀이도 이보단 못한 것 같음입니다.
장대하게 밀려드는 해일처럼 머리아래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불안함은 지금 이순간의 전율을 더없이 키우면서…
와!!!!! 생명들이 만드는 그 위대한 이미지들에 난 그냥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웅장하고 거대한 비상의 소리는 또 어떻했게요.
그건 수많은 말벌떼가 온몸을 휘감을 듯 공격하는 듯한 울림이며 진동이었으며, 내가 선 자리에서 함께 한 모든사람들이 지르는 드높은 탄성과 어우러져, 차라리 무아지경 앞에선 정적이었습니다.
내 머리위에서 수 분에 걸쳐 펼쳐진 그 각본없는 위대한 드라마.
고된 기다림 끝의 환희라고나 할까요.
그간의 묵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빵~~~~~~~~~ 날아간 듯한,
정말 깔끔한 정화…
방전된 카메라를 대신해 그나마 핸폰의 답답한 창에나마 동영상으로 담아와 두고두고 또 보고 또봅니다.
울 아들….왠만하면 감동사를 안읊는 애인데, 오늘밤까지 그 감동의 그늘에서 헤어나질 못하는지 연신 안자고 얘기하자네요…
가창오리…한국사람인게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