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에 관한이야기

2005년 9월 21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또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하고도 네 계절에 늘 푸르니/ 나는 그것을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라는 대나무 노래입니다. 식물학적인 눈으로 본 나무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뿌리에서 잎까지 양분과 수분을 운반할 수 있을 만한 통로(유관속)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전형적인 나무라면 이 통로, 유관속은 줄기와 뿌리의 굵게 하는 조직인 형성층을 가운데 두고 평생 동안 지름을 키워나가지요. 아울러서 적어도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천 년까지 오랫동안 살아 있어야 합니다. 또 일반적으로 매년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일을 반복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나무란 겨울에 땅 위의 줄기가 말라 죽지 않는 식물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풀의 경우, 유관속은 있지만 형성층이 없어서 지름을 키우지 못하고 대부분 1년이면 죽어버립니다. 물론 땅 속에 뿌리를 두고 해마다 다시 싹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대지방의 경우는 계절이 확실하지 않으니,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기간이 한 해가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물나라에서 나무가 아니면 대체로 풀입니다.
위에 말한 나무와 풀의 조건과 견주어보면 대나무는 동물세계의 박쥐와 같습니다. 유관속이 있고 오래 사는 모습은 나무입니다. 반면 부름켜가 없으며 꽃 피우고 열매 맺은 다음에는 바로 죽어버리는 모습은 풀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애매하지만 식물학 상식으로 보면 대나무는 풀의 특징에 가깝습니다. 소속을 정확하게 나누라면 ‘풀‘이 맞습니다. 그러나 대나무를 잘라 여러 가지 생활품으로 이용하는 일반 사람들 눈에는 틀림없이 나무입니다. 식물학자가 ‘이리 보면 풀’이고, 목수나 일반 사람들이 ‘저리 보면 나무’인 셈이지요.
어쨌든 대나무는 학술적으로 풀이 틀림없으니, 혹시라도 시험문제가 나오면 당연히 풀이라고 해야 맞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