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기행을 다녀와서

2005년 7월 24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아이들이 오기 전 30분여 동안
몰개님과 조용히 갑천제방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새매 한마리와 파랑새 대여섯마리가 온 하늘을 휘저으며 싸움질을 하네요. 파랑새가 저렇게 때지어 날아다니는 것은 처음봅니다.
망초와 때이른 쑥부쟁이들이 바람 한 점 없음을 알리듯 부동의 자세로 서 있는데, 그 꽃위를 큰밀잠자리가 자꾸만 앉았다 날아갔다 하며 억센 자태를 보여줍니다.
아침에 쪄갖고 나가서 딱딱해진 감자로 둘이서 허기를 달래며
조용한 자연하천구간을 응시합니다.
이렇게 계절마다 서로다른 마술같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이렇게 계절마다 서로다른 추억을 우리에게 보여준 선물이 또 있었을까요.
묵묵히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만 느낄 뿐이었습니다.
밀어님이 말씀하신대로
도안뜰로 들어서는 긴 아이들 행렬은
깃발처럼 휘날리는 잠자리채들과
조용한 논뜰에 울려퍼지는 왁자지껄 아이들의 함성으로 인하여
개선장군들 처럼 멋지게 보였습니다.
갑천제방에 올라선 아이들이 그들을 맞이하는 선생님들께
낯을 가리지않는 살가운 인사를 할 때에는
돌마자님의 그간 몇달동안의 공이 얼마나 큰 것이었나를 가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요.
아이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갑천의 모든 잠자리들이 들고일어난 듯 공중을 까맣게 뒤덮었습니다.
아!!!!!!!그 잠자리채가 제대로 구실도 못하고
바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안타까움.
그러나 아이들은 물이 더 좋다고 합니다.
여름내내 물속에서 사는 샘들이야 아이들이 좋다고하니 더 좋으라고 함께 족대를 드리웁니다.
물이 많이 빠져서 수위는 깊지않습니다.
그러나 물이 정말 탁하더군요.
어김없이 아이들을 실망시키지않으려고 참종개, 눈동자개, 참마자, 피라미, 동사리, 각시붕어 등이 덩치크게 올라옵니다.
이런 곳에서나마 물고기를 잡으며 좋아라 하는 아이들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해가 어스름해지자,
달빛에 하얀것은 밥이고,
그밖의 것은 먹어봐야 김치인지, 짱아치인지, 불고기인지 알겠더군요.
깜깜한데서 먹는 저녁도시락.
모기가 달려들어 아이들을 못살게하고,
축축한 신발과 옷 때문에 춥다고 합니다.
도시락이 잘 안보여 엎어버린 아이는 밥만 꾸역꾸역 먹고있고.
미역국 흘렸다고 연신 휴지만 외쳐대는 아이.
아이들 역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그렇게 먹었을 겁니다.
야간곤충관찰
조영호박사님은 연신 얼굴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달려드는 벌레에도 눈도 꿈적 안하며 열강하고 계십니다.
다만 곤충이 무서워, 모기가 무서워 펄펄 뛰는 아이들과
옆사람과의 잡담으로 더 재미를 갖는 아이들 때문에
강의가 영 집중이 안되십니다.
재미나게 설명하고, 지루하지않게 끌고가려고
힘든 상황에서도 부드럽고 친절한 어투로 일관하시는 모습이 감사할 따름이대요.
아이들은 야간곤충보단 잠자리채 휘날리며 나비와 메뚜기를 잡는게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곤충 잡겠다고 하나씩 갖고 온 포충망은 모기를 피하느라 얼굴에 뒤짚어 쓰는 마스크로 활용이나 하고 갔습니다.
아이들의 여름은 이제 시작입니다.
선생님들의 여름은 잠깐 한풀 꺽이려 하는데 말입니다.
너무 뜨겁게 너무 쉬지않고 여름을 미리 맞이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오는 가을을 더 멀리 뛰기 위하여 8월 잠깐 움추릴 필요도 있지요.
세이기행일지…공부방일지와 다를게 하나도 없어서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