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오늘같은 날 나와주신 분들이야말로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영미,정숙,경해(아들과),지형,현숙,은미,은숙,완숙,수경 모두 9명.
부슬부슬 밖에는 비가 내리는 동춘당 안의 찬기 냉냉한 마루에선
안여종선생님이 선비마냥 책을 보시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우리가 관람하고 설명듣는 곳 보통 동춘당 그림하면 나오는 이 건물이 바로 별채였습니다.
우린 별채로 신발을 벗고 들어갔지요.
안선생님이 손님을 맞이하신다고 돗자리도 깔아주시고, 방석도 갖다주시고…
그러나 너무 발이 시려워서리 앉을수가..없었습니다.
따땃한 커피 한잔씩 하고.
봄이면 2-300년은 된 연산홍의 만발한 과거사진집을 보여주시며 뒷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가옥들. 왼쪽에 안채와 사랑채, 가운데에 별묘, 왼쪽에 송봉길 가옥.
90년대 대대적인 정비시에 이곳 별채 담장안을 둘러싼 옥잠화들이 모두 뽑혀지고,
지금은 직박구리 소리만 요란한 거목들만 남아 별채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별채 안의 사분합띠살(남도의 세연정같이 거는 문)을 모두 올려도 보고,
구들방의 쪽문도 열어서 그림같은 밖의 풍경도 관망해보고,
다락방도 열어보고, 조선전기의 양식을 계승해서 후기에 만들어졌다는 특이한 모양의 대문을 내다보는 창문도 열어보고, 이내 기생을 방안에 숨겨두고 놀다가 누가 대문으로 들오면 내다보다가 벌러덩 문지방 밑에 뉘워 숨겼다는 일화를 이야기하시며 안선생님은 방바닥에 드러누어도 보고…아주 온몸으로 해설을 하시더이다.
밖으로 나와 날개 핀 팔작지붕 구조가 둥지속의 새와 같은 형상으로
한옥의 구조가 항상 하늘과 가까워지려는 염원을 담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별채 안에 소나무가 느티나무에 치여 몸살을 앓는 모습.
팽나무가 인공으로 잘못 만들어진 물고임 구조로 인하여 죽어가는 모습.
직박구리가 한시도 가만있지않는 도심 한중앙의 정원을 느껴볼 수 있었지요.
차를 타고 비래사로 갑니다
비래사 들어가는 입구에 500년된 보호수 느티나무가 마을의 양옆에 버티고 서있고,
청동기시대 비파형검이 나온 성혈이 있는 고인돌도 두기를 살펴봅니다.
또 간첩신고라는 표지판이 아직도 붙어있는 마을벽도 보았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법동소류지로 갑니다.
계족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일대에 수생식물 등을 볼 수 있는 나무데크를 설치해 자연관찰을 할 수 있는 생태공원입니다.
야생초가 줄서서 심어져있고, 탱자나무로 담장을 친 길을 들어서니 박새와 딱새가 눈에 들어옵니다. (엄마! 딱새다!—경해씨 아드님이 발견)
우리의 3대하천에 이런 생태공원을 만들고 데크를 만들면 좋겠다 했지만, 큰비가 오면 수위가 높아져 소용이 없다고 하시는군요.
법동 장승을 보러 갑니다.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마을 장승이 큰길까지 내려와 모셔졌습니다.
장승과 선돌이 짝궁을 이루어 길 양옆에 서있더군요.
얼굴이 참 예쁩니다.
이제 안여종선생님이 맛있는 어죽칼국수를 사주신다고 해서 그곳으로 갑니다.
매운칼국수까지 고맙게 얻어먹고, 오늘 하루 안선생님 덕에 먼 옛날로 돌아가 모처럼 여유있는 오전을 보냈지요.
비가오고 손이 시려워 날씨가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참으로 잘왔다…생각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