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에 방영했던 내용입니다. 읽은신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기행준비하시면서 도움이 될 것같아 올립니다.
갑천의 두 얼굴
지난 93년 대전 엑스포가 열렸던 갑천! 갑천은 엑스포를 계기로 새롭게 단장됐다.
하천변의 잔디밭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가 됐고 이제 이 깔끔하게 정비된 갑천은 대전
시민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가득 찬 물과 첨단 건축물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이런 모습은 자연스럽게 흐르던 하천을 인위적으로 막고 가둬 연출된 것이다.
물이 다스리던 공간에 사람에 의해 물이 다스려지는 공간으로 바뀐 도시의 하천!
이런 도시하천의 얼굴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없는가?
대전의 도심을 관통해 흐르는 갑천. 갑천은 도시를 지나면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엑스포 공원 부근의 인공정비 구간, 월평공원 부근 약 5킬로미터에 이르는 자연하천 구간,
그리고 다시 상류의 인공 정비 구간이 그것이다. 인공 정비구간과 자연하천 구간, 갑천은 이렇게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인공정비 하천 사이에 마치 섬처럼 남은 자연 하천구간.
물길은 제멋대로 흐르고 초지만 무성하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이곳은 새들의 천국이다. 갑천의 자연하천 구간에서는 가는 곳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도시의 하천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파랑새…
이제 우리의 마음속에 전설 같은 추억으로만 남은 새. 이런 반가운 녀석들이 이 곳에 모습을 보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갑천 자연하천 구간에는 60여종이 넘는 다양한 새가 있다.
새들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상층 소비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자연하천의 그 무엇이 이렇게 많은 새들을 불러모으는 것일까? 갑천 자연하천구간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새는 백로들이다.
하천과 바로 인접한 솔밭에는 천 여마리의 백로류가 모여사는 집단 서식지가 있다. 이 서식지에서 가장 많은 종은 쇠백로와 중대백로다. 그 외에도 해오라기, 황로, 왜가리와 같은
백로류가 한데 모여 살고 있다. 5월! 백로들의 번식기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백로류는 이 무렵에 알을 낳는다. 다양한 종류의 백로류가 이 곳에 모여 사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천적으로부터 어린새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녀석들은 한달이 넘는 포란과 그리고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또 한달이란 긴 시간을 이렇게 서로 보호하며 지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먹이감을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천 중상류의 수심이 자연 그대로 유지되는 강물은 다양한 백로류들이 저마다 알맞는 깊이에서 먹이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하천엔 그 많은 백로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풍부한 물고기가 넘쳐난다.
갑천의 자연하천 구간에는 20여 종이 넘는 물고기들이 서식한다. 도심의 하천에서는 사라져 가는 우리 나라특산종 돌마자, 녀석들은 유속이 빠르고 부착조류가 풍부한 하천에 찾아든다. 도시 주거지가 인접한 이 곳에서 뜻하지 않은 놈을 만났다.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쉬리’!
녀석들은 수서곤충이 많고 물살이 빠른 곳을 즐겨 찾는다. 녀석들이 이 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이 하천이 살아있는 것을 뜻한다. 민물 새우 징거미. 이 놈들은 강바닥에 깔린 부유물을 먹어치우는 훌륭한 청소부다. 바닥에서 느릿하게 꿈틀대는 놈은 말조개다. 말조개 앞에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흰줄납줄개들이다. 혼인색을 띤 숫놈이 자신의 신방을 차릴 말조개에 다른 녀석들의 접근을 막고있는 것이다. 일단 다른 녀석들의 접근을 막아 낸 숫컷, 말조개 앞으로 암놈을 유인해왔다. 말조개에 산란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곤 말조개의 출수공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을 유심히 관찰한다. 무엇보다 그 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말조개가 숨을 쉬기 위해 출수공이 여는 2∼3초 사이 암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알을 낳는다.
말조개 안에 수정된 흰줄납줄개의 알들은 어떻게 될까? 흰줄납줄개의 알들은 말조개안에서
부화하고 부화된 치어들은 말조개가 흡수한 양분을 먹으며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자라난다. 그리고 성장한 치어들은 말조개의 출수공을 통해 빠져 나와 갑천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물이 흐르는 곳에만 생명이 깃드는 것은 아니다. 자연 하천 구간에서는 강물이 자유롭게
흐르면서 빚어낸 다양한 지형과 거기에 깃들어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하천 구간에 형성된 또 다른 지형은 물웅덩이다. 물이 흐르는 본류 바깥쪽에 형성된 물웅덩이는 하천 생태유지에 또 다른 역할을 한다.
물이 고인 웅덩이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물웅덩이 한 켠에서 풀들이 엉겨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뭔가 있을 것 같았다. 둥지였다. 주인은 덤불 해오라기다. 녀석은 이렇게 물웅덩이 위에 방석처럼 줄을 엮어 둥지를 만든다.
물웅덩이엔 또 다른 이웃들이 있다. 흰뺨 검둥오리들은 벌써 둥지를 나왔다. 흰뺨검둥오리와 자주 마주치는 이 놈은 쇠물닭이다. 쇠물닭 새끼는 어미보다 늙어 보인다. 정수리 털이 마치 대머리처럼 비어있어 나이가 겉들어 보인다. 어찌 생겼든 자기 새끼 사랑은 극진한 법…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일일이 먹이를 입에서 입으로 넣어준다. 그런데 왜 이처럼 많은 새들이 이 물웅덩이에 몰려들었을까? 우선 새끼를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웅덩이에 발달한 수변식물들은 둥지의 재료가 되고 훌륭한 은신처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즐겨먹는 먹이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잡식성인 쇠물닭이나 흰뺨검둥오리들에게 풍성한 수서곤충과 수변식물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이감들이다. 웅덩이의 물은 흐름이 있는 본류와 달리 고여 있다. 고인 물은 그 곳에 알맞는 줄같은 식물을 자라게 한다. 또 이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웅덩이가 부패하지 않고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많은 생물들이 깃들 수 있는 밑받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연하천의 물은 이렇게 흐르지 않아도 또 다른 생명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자연하천의 물이 머물지 않는 곳엔 무성한 초지가 열려있다. 갈대와 부들로 가득찬 하천변 초지는 또 다른 생명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다.. 개개비가 갈대밭에서 목청을 돋구고 있다. 녀석은 자기 영역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개개비는 갈대 줄기에 둥지 틀기를 즐긴다.
초지에서 가장 많은 새, ‘붉은머리 오목눈이’! 녀석들은 작은 몸집을 숨기기 위해 주로 수풀 사이에서 생활한다. 개망초 줄기에서 밥주발만한 둥지를 찾았다. 풀과 진흙, 거미줄을 이용해서 엮은 솜씨가 사람에 뒤지지 않는다. 붉은 머리 오목눈이 둥지다. 대개 4-5개의 알을 낳는 것이 보통인데 녀석은 6개나 낳았다. 붉은머리 오목눈이는 대개 24일 정도 알을 품는다. 오늘은 낌새가 다르다. 부화가 시작된 것이다.
어미가 먼저 하는 일은 새끼들이 벗어 던진 껍질 안 쪽의 얇은 막과 알 껍질을 꼼꼼하게 먹어 치우는 것. 태어난 새끼들에게 깨끗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알 껍질로 다른 외부 침입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해서다. 부화 첫날, 6개 중에서 3개가 먼저 부화했다.
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미들의 행동이 바빠졌다. 붉은머리 오목눈이 부부는 먹이가 되는 벌레 사냥에 분주하다. 새끼들은 부화하자마자 왕성한 식욕을 보인다. 거미에서 나비에 이르기까지 먹이감도 다양하다. 녀석들은 온 수풀을 다 뒤지고 다니는 것 같다.
분주하게 먹이를 나르던 어미가 새끼에게서 뭔가 하얀색 덩어리를 받아먹는다.
어미가 받아먹은 하얀 덩어리는 새끼의 배설물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배설물로 둥지가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속엔 새끼가 채 소화하지 못한 영양분도 들어있어 어미는 배설물을 먹는 것이다. 자기 배로난 자식이라 배설물도 마다하지 않는 어미의 사랑이다.
새호리기가 떳다.
붉은머리 오목눈이의 천적인 새호리기는 번식기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먹이감을 찾으려고 올라앉은 새호리기는 그만 까치의 영역을 침범하고 말았다. 영역을 지키려는 까치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마음먹고 자기 영토를 지키려는 까치에게 그냥 지나치려는 새호리기는 혼쭐이 났다. 오늘은 맹금류 새호리기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붉은머리 오목눈이 새끼가 알에서 깨어 난지 열흘 째, 새끼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천적으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은 새끼들은 이제 막 첫 세상나들이를 하려는 참이다. 바로 이 순간이 어미 새에게는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주변의 적들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미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안전해 보일 때에만 새끼들을 불러낸다. 형제들이 하나씩 둥지를 떠나고 이제 막내의 차례다. 녀석은 몹시도 겁나는 모양이다. 한참을 망설이다 서툰 날개 짓으로 풀숲에 첫발을 내딛었다. 모두 둥지를 나온 것이다. 가족이 모두 떠나버린 빈 둥지. 그 속엔 끝내 세상을 보지 못하는 놈이 홀로 남았다.
갑천의 자연하천 구간에 다양한 생명이 깃들어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하천과 그 유역에 형성된 다양한 공간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강의 본류는 물론 무질서해 보이는 웅덩이와 초원에도 제 영역을 가진 다양한 생명들이 어울려 하나의 생태공간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하류의 인공정비 구간은 어떤 모습일까? 자연하천구간이 물이 다스리는 공간이라면 인공정비 구간은 사람이 물을 다스리는 공간이다. 풀 한포기도 사람이 보기 싫으면 자랄 수 없다.
그러면서 풀과 더불어 살아온 생명들은 설자리가 없다. 무성한 초지 대신 단장된 잔디밭… 그 곳엔 새가 둥지를 틀 공간은 없었다. 하천의 둔치는 사람들이 독점해버린 것이다.
자연하천 구간에서 우리는 희귀종을 포함해 약 20여 종의 물고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인공정비 구간의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무릎 깊이도 안되는 얕은 곳이지만 바로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탁하다.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지 눈으로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표본을 추출해 보기로 했다. 인공정비 구간에서 사는 물고기는 대부분 호소성 어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 종류도 자연하천 구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하천을 정비하면서 곳곳에 만든 수중보 때문이다.
물의 흐름이 둔해져 하천은 호수처럼 변했고 바닥은 준설로 평탄화 되어 물길은 없어졌다. 그리고 콘크리트 호안이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묶어 버린 것이다. 흐르지 않는 강물은 생명을 키우지 않는다. 물은 많지만 생명이 깃들지 않는 물의 사막 도시하천의 얼굴이다.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는 자연하천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뤄낸다. 3일 동안 내린 비로 강물이 불었다. 자연하천 구간에서는 강물이 불어나면 곧장 범람으로 이어진다. 갈대 숲까지 물이 휩쓸고 지나갔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갈대숲에 둥지를 틀었던 개개비의 알들이 궁금했다. 둥지는 비어 있었다. 둥지 안에는 진흙만이 가득차 있었다. 범람은 생명의 끝일까? 그러나 자연은 스스로 일어나고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초지는 오히려 활력을 얻었다. 물이 빠지고 며칠 후 다시 개개비가 자기의 영역을 알리고 나섰다. 물로 씻겨 내려간 둥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쓰러지지 않은 갈대들 속에서 다시 개개비 둥지를 찾아냈다.
알도 있었다. 다시 보충산란을 한 것이다. 개개비는 마른풀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떠내려 온 비닐을 이용해 둥지를 틀기도 한다. 강물의 범람은 도 다른 지형을 만들어내,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자연질서인 것이다. 초원과 웅덩이를 뒤덮었던 물이 빠져나가고 강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큰물이 한 번 쓸고 내려간 뒤 강물은 다시 복원되었다. 물이 맑아지고 흐름이 빨라지면서
강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찾아들기 시작 한다. 피라미의 산란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화려한 혼인색으로 치장을 한 수놈이 암놈을 유혹하느라 온 정신이 팔려 있다. 주변에는 다른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피라미의 산란은 곧 그들에겐 신선한 알을 먹을 수 있는 잔치가 된다. 이 무렵은 토종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번식을 하는 시기다.
얼룩동사리는 피라미와는 달리 알을 뺏기지 않는다. 얼룩동사리 어미가 돌 아래쪽에 잔뜩 알을 붙여 놓았다. 천적의 침입을 쉽게 물리칠 수 있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어미는 그 앞에서 꼼짝도 않은 체 알을 지키고 있다. 수놈은 암놈이 산란과 수정을 마친 후에도 절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거꾸로 누운 채 앞 지느러미를 쉴 새 없이 움직여 알에 부채질을 해 준다. 신선한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알의 부화를 돕는 것이다.
수놈은 그렇게, 먹지도 않고 약 20일 이상을 보낸다. 산란과 부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다.
자연하천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여울이다.
강물은 여울목을 지나면서 물살을 일으킨다. 물이 산소를 머금는 과정이다. 산소가 풍부해진 건강한 물은 물고기들의 좋은 산란처가 된다. 이 무렵, 쉬리도 빠르게 흐르는 물길을 찾아와 산란을 시작한다. 빠르게 흐르는 물살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유속이 느린 지형이 형성된다. 본류 주변에는 빠르게 흐르는 강물이 실어 온 부드러운 모래가 쌓이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갑천의 가장 중요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미호종개다. 지난 84년 금강 수계인 미호천에서 최초로 발견된 우리나라 특산종,
녀석은 가늘고 맑은 모래가 있고 여울이 근처에 있어 산소공급이 잘되는 곳에 서식한다.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미호종개를 갑천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자연하천의 소중함을 말해준다. 자연하천은 막힘이 없이 제 스스로 흘러 다양한 지형들을 만들어 낸다. 이 다양한 지형들은 생명을 키우는 원천이 된다. 강의 본류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물가의 식물들은 뿌리로 땅을 붙잡아 지형의 유실을 막아 준다. 또 물이 흘러 적당한 수심이 유지돼, 물 속 식물을 자라게 한다. 그러나 물이 고여 수심이 깊은 인공정비 구간에서는 물 속 식물들이 자라지 못한다. 물 속 식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내뿜는다. 또 떠내려오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흐르는 강물이 만들어 낸 다양한 지형,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 숨쉬는 생태 공간을 만들어 간다. 도시의 하천에 먹이와 서식처만 마련되면 생명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희귀조류인 덤불 해오라기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갑천에 서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미는 이제 막 부화한 새끼들을 위해 마른풀로 둥지를 단장한다. 천적의 눈을 피해 웅덩이 부근 줄풀 밑둥에 둥지를 트는 덤불 해오라기.
어미는 키가 큰 줄풀 숲에 몸을 숨기고도 안심이 안되는 모양이다. 목을 길게 뽑아 주변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외부의 침입자가 다가오면 어미는 목을 길게 빼고 깃털을 부풀려 몸집을 커 보이게 한다.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덤불 해오라기의 주된 먹이는 웅덩이의 낮은 물가에 사는 물고기들이다. 덤불 해오라기는 다른 백로류에 비해 다리가 짧은 편이어서 만약 수심이 깊은 강의 본류를 근거지로 했다면 다른 백로에게 먹이를 다 빼앗기고 말았을 것이다. 덤불 해오라기는 웅덩이 근처의 풀숲을 근거지로 삼는다.
줄 밑둥에 매달려 힘들이지 않고도 물 속의 먹이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덤불 해오라기는 자신의 신체구조에 알맞은 서식지를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것이다.
새끼들은 어미가 주는 먹이를 먼저 받아먹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형제들 보다 먹이를 많이 받아먹은 녀석은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이 때부터 자연도태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비에 적은 새끼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어미는 어느 틈엔가 줄을 엮어 둥지에 지붕을 얹었다. 새끼들에게 비를 가려 줄 수 있고 또 적의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은신처가 완성된 것이다.
그 속에서 새끼들은 솜털을 벗고 조금씩 어미의 모습을 닮아간다. 이 때부터 새끼들의 먹성은 몰라보게 왕성해 진다. 어미가 한 번에 잡아오는 먹이로 새끼들을 전부 다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새 새끼들의 몸집이 어미와 비슷한 정도로 자랐다. 그러나 아직 둥지를 떠나지 못한다. 이 무렵 새끼들은 어미의 입 속까지 부리를 들이밀어 먹이를 찾아내기도 한다. 어미는 새끼들의 등쌀에 시달리면서도 먹이 사냥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비가 오면 새끼들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한데 모여 몸을 웅크린다. 몸집이 훌쩍 커버린 새끼들, 어미는 한껏 깃을 벌려 보지만 모두를 품에 안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곧, 새끼들은 독립할 것이다. 이렇게 생명의 고리를 이어가는 덤불해오라기 가족 그것은 생명의 텃밭, 자연하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강가에 모여 살았다. 그리고 강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핏줄이 되었다. 강은 물에 의해 스스로 다스려질 때, 생명의 핏줄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강을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살아있는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앞으로 우리가 잃어버릴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
여기 갑천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