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여종선생님.hwp
지역사랑은 지역알기부터 시작된다
*다양한 답사 활동으로 토박이 본분 다해
올해의 인물 – 한밭문화마당 안여종 사무국장
그는 바쁘다. 늘 등산화를 신고 까맣게 탄 얼굴로 뛰어다닌다.
대전 토박이 안여종(36)씨는 한밭문화마당 사무국장, 대전둘레산길잇기 사무국장, 갑천생태문화해설사, 문화유산해설사다.
하는 일이 참 많다. 흔히 정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명함에 많은 직함을 적어 놓곤 하는데 그는 좀 다르다. 오지랖 넓은 그의 이런 활동은 모두 한 점을 향한다.
‘지역알기를 통한 지역사랑.’
많은 사람들이 ‘대전은 색깔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을 때 안씨는 직접 대전의 색깔을 찾아 나섰다. 연구실이 아닌 대전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올 한해 자신의 흔적을 지역 곳곳에 남겨 놓았다.
Q 2004년을 뒤돌아보면
A 무척 바빴다. 대전둘레산길잇기에 대한 시 차원의 지원계획을 이끌어낸 것과 갑천생태문화해설사학교를 통해 전문가들을 양성해 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올해 거둔 나름의 성과를 설명하는 안씨의 얼굴엔 흡족함이 가득했다.
지난 9월부터 안씨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 대전둘레를 형성한 산을 12구간으로 나눠 오르고 있다. 기존 ‘정복산행’의 관행을 바꾼 대전둘레산길잇기에 대해 그는 ‘안내산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능선을 타면서 문화유적을 살피고 산자락을 의지한 주변 마을에 대해 공부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정상만을 바라보며 오르는 기존의 산행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대전충남녹색연합회에 자리를 마련한 갑천생태문화해설사학교에 강사이면서 수강생으로 참가한 안씨는 18명의 든든한 동지들을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다.
Q 왜 지역답사인가
A 흔히들 ‘대전은 지역 색깔이 없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출발은 거기부터였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있는 경주 같은 곳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씨가 ‘답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97년부터다. 팀을 꾸려 외지로 답사를 떠난 것만도 100여 차례. 그러던 중 자신의 고향인 대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깨달음을 준 것은 법동 돌장승이었다.
2년 가까이 그 앞을 지나다녔으면서도 돌장승을 보질 못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고 대전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다. 아는 만큼 보였다.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만큼 전파를 해야 한다는 삶의 철학이 생겼다.
한밭문화마당을 통해 매월 진행하는 ‘새벽답사’나 ‘보름달답사’ 같은 프로그램도 그 생각을 토대로 만들었다. 특정한 시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한 번 참가한 사람들이 이웃과 함께 나오고 답사 코스에 대한 문의전화가 적지 않게 걸려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Q 직접 확인한 대전의 색깔은
A 가장 함축적인 표현은 조선시대 이중환이 택리지를 통해 한 말이다. ‘대를 이어 살만한 곳.’대전은 전국적·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은 없지만 없는 것이 없다.
안씨는 대전의 색깔을 묻는 질문에 주저했다. 머릿속을 가득 메우며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영상들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도심을 흐르는 3대 하천부터 시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보문산·구봉산·계족산·오봉산·금병산 등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신채호· 송준길·권시 선생 등 당대의 명문학자들,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과거의 유물을 포함한 사람냄새 진하게 남은 마을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대전의 색깔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안씨의 설명이다.
“보름달 답사로 보문산을 올라갔는데 한 참가자가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하더라구요. ‘이렇게 좋은 곳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요.”
대전의 색깔은 명소 한 곳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문산의 아름다움이 보름달과 그 아래 펼쳐지는 야경, 그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 등 여러 조건이 합쳐져 최상에 달하듯 대전의 색깔도 그렇다. 대전은 보려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색을 드러내고 안씨는 그것을 본 사람이었다.
Q 2005년도 계획은
A 대전둘레산길잇기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고 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답사 프로그램도 개발해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갑천해설사들과 함께 갑천생태문화기행을 실시하고 ‘주부들이 들려주는 갑천 이야기(가제)’라는 책도 펴내야 한다.
내년 계획에 대한 안씨의 대답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만큼 할 일이 많다.
현재 있는 쪽방 수준의 박물관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규모와 조직을 갖춘 시립 박물관도 조기에 건립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외적인 활동만큼이나 내년에 안씨가 주력할 부분이 ‘공부’다. 올해 그가 현장에서 아니면 강의를 통해 만난 사람만 연인원 5천명 이상이다. 사람들을 만나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드는 생각이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바쁘게 보낸 시간만큼을 투자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한 마흔 살까지는 해야할 것 같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A 관심을 기울이고 지역을 다녀보면 정말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남에게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가족·이웃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지역알기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