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안경 선택법

2004년 12월 14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아래의 글은
박형욱 : 한국야생조류협회 회원의 글입니다.
저는 동물, 특히 새 관찰을 위해 쌍안경을 구입하고자 하여, 탐조(새 관찰)에 일가견이 있는 분의 조언을 참고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쌍안경을 사고자 마음먹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더 막막했었고 몇 달 동안 공부하고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구입한 쌍안경을 들고나선 첫 탐조에서 해양경찰이신 후배 아버님의 작전용 구식 쌍안경보다 어두웠을 때의 낭패감이란…
위의 분의 성함을 언급하고 싶지만 실례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생략하나, 그 분이 탐조동호회에 올리신 글을 참조하였고 제가 몇 달에 걸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올립니다. 별반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쌍안경을 선택하시는데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길 빕니다.
1. 쌍안경이란…
쌍안경은 눈을 대는 접안렌즈 부분과 사물과 가장 가까운 대물렌즈 부분이 각각 두 개씩으로 된(물론, 겉으로는 보이지는 않지만, 중간에 여러 개의 렌즈와 프리즘 등이 있습니다.) 망원경입니다. 흔히 전쟁 영화 같은 데서 중간의 누운 8자처럼 생긴 부분으로만 상이 보이고 나머지 바깥부분은 까맣게 보이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거나 쌍안경으로 보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으로 생각됩니다. 제대로 보이는 쌍안경은 실제로 하나의 동그란 원 부분으로만 상이 보입니다. 그러므로, 쌍안경은 접안렌즈와 대물렌즈가 각각 두 개씩일 뿐, 다른 기능과 원리는 외안경 또는 단안경이라고도 부르는 Telescope(일반적으로 천체망원경을 의미)나 Spotting Scope(일명 Field Scope ; 필드 스코프)와 같습니다.
2. 쌍안경 선택에 있어서…
일단 2차대전 때 롬멜이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것을 일반적인 쌍안경으로 생각하시면 되지만, 요즘은 기존의 모양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쌍안경도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본 원리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러나, 쌍안경을 구매하려면 주저하게 되지요. 그만큼 생산회사가 많고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쌍안경을 선택하는 법을 알아볼까요?
(1) 배율과 대물렌즈 지름
먼저 쌍안경을 접하시면, 예를 들어 8×42라는 숫자를 보시게 될 겁니다. 앞의 숫자는 배율(Magnification)이 8배라는 뜻이고, 뒤의 숫자는 대물렌즈의 지름(Objective Lens Diameter)이 42mm라는 뜻입니다. 다른 수치들도 중요하지만, 이 두 수치가 쌍안경의 성능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수치일 것입니다.
배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크게 볼 수 있겠지만, 실제 볼 수 있는 범위(화각 – (2)에서 설명)가 좁아지게 됩니다. 즉, 사람이 고개를 고정한 채 볼 수 있는 각이 제한되어 있는 것처럼 쌍안경도 그 각이 제한되어 있는데 배율이 높을수록 그 각이 좁다는 것입니다. 또한 배율이 높을수록 좁은 범위를 크게 확대해서 보는 셈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떨림이 더 많게 됩니다. 자동카메라나 캠코더의 줌 기능을 사용해 보신 분들은 배율이 높아질수록 떨림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느끼고 계실 겁니다.
또한, 대물렌즈의 지름이 크면 클수록 빛을 많이 받아들이므로 더 밝기는 하지만, 무게가 많이 무거워 집니다. 대부분 1Kg 이하의 무게들이지만, 일반적으로 장시간 동안 목에 매고 있는 것이 쌍안경이므로 몇 백 g의 차이도 무시하지 못하는 무게일 것입니다. 보통 45mm 이상일 경우는 무게가 1kg을 상회합니다. 30mm이하가 되면 무게가 가볍기는 하지만, 밝기가 떨어지고 시야 자체가 좁아지기 때문에 매우 답답하실 겁니다(물론, Swarovski나 Leica같은 세계 최상급의 제품은 구경이 작은 경우에도 아주 밝기는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셈이지요.)
일반적으로는 7~10배의 배율에, 32~42mm의 대물렌즈 지름의 쌍안경을 많이 사용합니다.
(2) 화각
앞서 약간 설명한 화각은 보통 Angle Of View(각도로 표시), 또는 Field Of View (1000 Yards 또는 1000m 상에서의 길이로 표시)로 표시되는데, 일반적으로 쌍안경 자체에는 각도(예를 들어 7.2。)가 배율과 대물렌즈 지름 표시 근처에 같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처음 쌍안경을 구입하실 때는 화각이 넓은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움직이는 물체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각이 넓어지는 것만큼 배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떨림도 적을 것입니다.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7~8배 정도가 적당할 것이고, 어느 정도 숙달된 분이시라면 10배도 무난하리라고 봅니다.
(3) 사출동공과 제조기술에 의한 상대적 밝기
사람 눈의 동공이 밝은 곳에서는 작아지고 어두운 곳에서는 커지는데(2~7mm 정도), 쌍안경의 경우는 이것이 자동적으로 조절되지 않고 일정한 값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사출동공(Exit Pupil (Diameter))이라고 하며, 대물렌즈의 지름을 배율로 나누면 구할 수 있는데, 위의 8×42인 경우에는 42÷8=5.25(보통 mm 단위로 표시)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값에 맞추어 쌍안경을 제작하기 때문에 보통 접안렌즈의 지름과도 동일합니다. 또한 이 값은 쌍안경의 밝기를 결정하는 값이기도 한데, 일반적으로 4~5mm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살펴보면 Twilight Factor(또는 Twilight performance)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는 배율과 대물렌즈의 지름을 곱한 값의 제곱근(root) 값으로 빛의 양이 아주 부족할 때 얼마만큼의 해상력을 갖는가를 평가하는 수치입니다. 수치가 클수록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렌즈를 깎거나 코팅 등을 하여 쌍안경을 만드는 제조회사의 기술에 따라 렌즈의 실제 밝기는 아주 달라집니다. 이를 평가하는 수치가 Relative (geometric) brightness인데, 산술적인 수치로는 사출동공 값을 제곱한 값이지만, 코팅 등에 의해 그 수치가 달라집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쌍안경의 성능을 결정하고 이러한 성능을 가진 쌍안경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사출동공거리
초보자의 대다수는 눈을 쌍안경의 접안렌즈에 바짝 대 렌즈에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안경에 접안렌즈 고무 테 등의 흔적을 남기곤 합니다. (콘택트 렌즈는 눈의 각막과 밀착해 있지만) 안경은 눈과 다소 떨어져야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듯이 쌍안경의 접안렌즈도 눈과 약간의 거리가 있어야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는데, 이 거리가 사출동공거리(Eye Relief)입니다. 이 수치는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수치이며, 거리가 멀 수록 안경을 끼는 사람에게는 좋습니다. 왜냐하면 안경을 끼는 사람은 보통 사람에 비해 안경과 눈 사이의 거리만큼 접안렌즈에서 더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 쌍안경 접안렌즈에는 접안환이라고 부르는 것이 붙어있는데 고무재질로 된 것은 뒤로 젖힐 수 있게 되어 있고, 플라스틱재질로 된 것은 위 아래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안경을 끼는 분은 이 부분을 젖히거나 아래로 내리고 사용해야 크고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긴 사출동공거리를 가진 쌍안경을 사용하면 이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안경을 끼고서 볼 수 있습니다.
(5) 시도조절
사람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모양이 동일하지 않듯이 양쪽 눈의 시력도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므로 선명한 상을 얻기 위해서는 (보통 오른쪽 접안렌즈 쪽에 있는) 시도조절나사 – 0이란 숫자와 함께 +와 -로 눈금이 표시되어 있고 접안렌즈가 양쪽으로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 를 자신의 눈에 맞게 조절해야 합니다. 일단 이 시도조절 나사를 0으로 맞춘 후 오른 쪽 눈을 감고 왼쪽 눈 – 시도조절나사가 없는 쪽을 먼저 봅니다 – 으로 먼 곳에 초점을 맞추어 놓고 보면서 초점조절나사를 돌려 목표물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맞춘 후,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보면서 오른쪽 접안렌즈의 시도조절나사를 +와 -로 조금씩 돌리다 보면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편하고 목표물이 확실히 보이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 때의 시도조절나사의 눈금 위치를 기억하고 다음에 사용할 때에도 그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용합니다.
(6) 폭 조절
맨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렌즈통(경통)이 두 개인 쌍안경이라고 해서 상이 두 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확한 상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의 원으로 된 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눈 사이의 폭(Interpupillary Distance, PD)을 조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경을 맞추실 때 안과나 제대로 된 안경점에서는 눈 사이의 거리를 mm로 재어 정확한 상이 맺힐 수 있는 안경을 권하지만, 쌍안경은 사람의 눈 사이 폭에 맞추어 생산되지 않고 ‘ㅅ’자 모양으로 좁혔다 늘렸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의 눈 폭에 쌍안경의 폭을 정확히 맞추어야 가장 보기 좋은 상태의 상을 얻을 수 있으므로 먼 곳을 보며 쌍안경의 몸체를 양손으로 잡고 위 아래로 조금씩 움직여 좌우의 시야에서 볼 수 있는 상이 확실하게 한 개의 원으로 합치되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7) 기타
1) 최소초점거리
일반적으로 쌍안경은 먼 곳의 물체를 보기 위해 사용하지만, 특별한 경우 가까이에 있는 물체를 확실히 보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쌍안경은 제품마다 이 거리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최소초점거리(Minimum Focusing Distance)라고 합니다. 각자의 사용용도에 맞춰 구입하신다면 쌍안경의 한계 때문에 보고자 했던 물체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지는 않을 것입니다.
2) 해상력 및 코팅
2개의 근접한 상을 분해하여 볼 수 있는 능력을 해상력이라 하는데 결국 이것이 쌍안경의 성능을 한 마디로 말해주는 수치가 되고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어떤 빛은 렌즈의 앞과 뒷면에 의해 반사되어 흩어지며 – 모든 광학 유리는 빛이 통과할 때 표면에서 반사광 등을 통해 5% 전후의 빛 손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 이로 인해 상의 선명도와 콘트라스트가 감소합니다. 쌍안경은 여러 개의 렌즈, 프리즘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계속 빛의 손실이 발생하므로 렌즈의 수가 많아질수록 손실이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빛이 반사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각 제조 회사에서는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이용하여 얇고 투명한 필름을 렌즈표면에 입히는데, 이 것을 코팅(Coating)이라고 합니다. 보통 안경 렌즈를 햇빛에 비춰보면 안경마다 색깔이 다르듯이, 쌍안경의 렌즈 표면이 색을 띠는 것도 코팅 때문입니다.
3) 고무 표면(?)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될 지 모르겠지만, 쌍안경에 따라서는 고무로 된 커버가 덧씌워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Rubber Coated (Armored) 라고 하는데, 이는 손에서 쌍안경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고 가벼운 충격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인 경우 이 것이 있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므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겠죠?
4) 생활방수와 방수
최근 야외 용품들에는 ‘생활방수(Weather Proof)’나 ‘방수(Waterproof)’라는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보통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의 ‘생활방수(Weather Proof)’는 일반적인 습기 – 직접 물이 닿지 않는 -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비를 맞거나 물 속에 빠뜨렸을 경우는 물이 스며든다는 것을 뜻합니다. 뒤의 ‘방수(Waterproof)’는 질소 가스 등이 충전되어 있어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물이 닿는 경우 – 비를 맞거나 물 속에 빠뜨리는 경우 – 에도 안전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방수 성능이 있는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겠죠? 그리고, 방수 성능이 있다고 해도 물에 넣어 성능을 실험해 보시거나 비를 그냥 맞추거나 할 분은 안 계시겠죠?
5) 줌 렌즈
쌍안경에 따라 간혹 줌 렌즈 기능이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8~15배’ 등으로 표시되는 제품들입니다. 제 경우에는 고가형 제품에서는 이런 제품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 스포팅 스코프인 경우에는 줌 기능을 가진 제품이 흔합니다. 스포팅 스코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선택법을 이야기하도록 하죠. 가격이 비싸다고 다 좋은 제품은 아니겠지만, 고가의 고성능 쌍안경을 만드는 회사들에서 이런 제품들을 만들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겠죠? 제 경우는 주로 새나 다른 동물을 관찰하기 위해 쌍안경을 이용하는데, 이런 기능이 있는 쌍안경을 갖고 계신 분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성능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되겠죠? 미루어 짐작해 보면, 배율이 정확히 고정되지 않거나 실제로 표기된 만큼의 배율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6) 오토 포커스
간혹 자동 카메라나 캠코더처럼 오토포커스(Auto-Focus) 기능이 있는 쌍안경이 있는데, 이 것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나 캠코더처럼 조작할 다른 기능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쌍안경이라면 거의 초점 맞추는 것이 유일한 기능 조작인 셈인데, 이를 귀찮게 생각하시면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찾아본 탐조 게시판의 어느 분은 “오토포커스는..안됩니다.. 눈으로 초점을 맞추는 식이라.. 뭐.. 플라잉 하는 거 관찰할 땐 좋은데.. 가까운.. 풀숲이나 나무사이 이런데 앉아있는 거 관찰하려면..눈 쪼개집니다..”라고 표현 하셨더군요. 그리고, 자동과 수동 기능을 같이 갖춘 카메라나 캠코더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중요한 순간에는 수동 기능을 선택하신다고들 하더군요. 아직 기계가 사람의 ‘감’을 따라오기는 힘든가 봅니다.
3. 쌍안경 사용에 있어서의 주의사항
(1) 제품에 따라서 다른 재질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렌즈는 일반적으로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겠지만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가하면 고장나는 게 당연하겠죠?
(2) 쌍안경은 아니지만, 제 친구가 카메라 렌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곰팡이 때문에 렌즈를 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쌍안경은 가급적 습기가 적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방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렌즈에 빗물이 닿는다든지 하면 렌즈 표면이 부식하여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렌즈 표면에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빗물 등이 묻은 경우는 그늘에서 충분히 말린 후 보관해야 합니다.
(3) 돋보기로 검은색 먹지를 태워 보신 경험들이 있으시죠? 쌍안경으로 태양을 관찰하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눈이 얼마만큼 상하는지 실험해 보실 분들은 안 계시겠죠?
(4) 고온, 고열(60도 이상)의 장소에는 놓아두면 안 됩니다.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된 부품이 많으므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자동차 안에 두거나 혹은 난로 곁에 두면 외형이 변형될 수 있습니다.
4. 쌍안경을 구입할 때의 선택 방법
이제 대략 쌍안경에 대해서는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쌍안경을 사러 가면 수많은 제품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동행하거나 믿을만한 판매점 직원의 설명을 참고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위와 같은 선택법을 고려하여 직접 고르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가격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대의 쌍안경을 선택한 후, 실제로 먼 곳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쌍안경 판매점들은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는 견본품들을 비치해놓고 있으므로 먼 곳을 보며 초점을 맞춰 상이 선명하게 보이는지, 상의 왜곡현상은 없는지(특히 상의 가장자리), 상에 맺힌 색이 실제와 비슷한지(일부 쌍안경은 렌즈에 색을 넣은 코팅을 하고 있어 실제의 색과 다소 다르게 보입니다), 눈이 편안한지, 초점을 맞추는 나사는 부드러운지, 대물렌즈로 안쪽을 보았을 때 렌즈에 상처나 이물질이 없는지, 렌즈의 코팅처리가 깔끔하게 되었는지 등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동일 회사에서 만든 같은 모델도 사람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쌍안경은 사용하려는 사람이 꼭 직접 확인하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5. 추천 쌍안경
국내에서도 몇몇 회사에서 쌍안경을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급을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특별히 외제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외국에 나가서 “Made In Korea”만을 강조해 외치실 분이 아니시라면… 또한 동대문 시장 등에서 팔리는 러시아제 등의 제품도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값이 싸다고 모든 제품의 질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름 있는 세계의 생산회사들만 열거해도(ABC 순), Bausch & Lomb, Bushnell, Canon, Celestron, Fujinon, Kowa, Leica, Meade, Minolta, Nikon, Olympus, Pentax, Steiner, Swarovski, Tele Vue, Zeiss 등 십 여 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각 회사들에서는 수십 가지 이상의 제품들을 생산하므로 쌍안경 종류는 엄청나게 많은 셈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외국 검색 엔진에서 ‘Binocular’라고 치면 수 천 개 이상의 사이트가 검색될 것입니다. 여기서 자신의 용도와 경제사정에 정확하게 맞는 제품을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렌즈’가 들어 있는 제품은 무엇이든 간에 엄청난 세금을 적용시키므로 원하는 제품을 해외에서 구입하더라도 세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 일반적으로 운송료 포함 10만원 이하의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그 이상이 되면 20%이상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판매점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쌍안경을 구비해 놓고 있지 않지만, 믿을 수 있는 판매점을 통한다면 그다지 비싼 값에 쌍안경을 구입하는 편은 아닐 것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외국의 인터넷 판매점의 가격들과 비교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제 주관이 개입되는 걸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또한 외국 유명 잡지나 사이트 등에서 제품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것도 그들의 주관이 개입된 만큼 완전히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몇 가지 회사를 추천해 보겠습니다 – 제품은 너무 다양하므로 제품 추천은 피하겠습니다.
Celestron, Meade, Tele Vue 등은 천체 망원경 제조회사로 이름이 나 있기는 하지만, 쌍안경에 있어서는 그리 큰 점수를 얻지 못하는 듯합니다. 짐작컨대, 반사식 망원경과 쌍안경은 그 기본원리가 다르기 때문인 듯 합니다. Steiner는 독일의 이름난 쌍안경 제조회사이기는 하지만 가격대비 성능 면에서는 그리 큰 점수를 얻지 못하는 듯합니다. 또한 이 회사의 제품들은 대부분 일반 관찰용도에 맞추어져 있기보다는 사막 등의 오지용이나 해양용, 또는 야간용 등 특수 목적용이기에 일반 관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Canon은 카메라나 캠코더 제조회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쌍안경 쪽에서는 별로 큰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앞의 두 상품에 주력하고 있는 성향도 있겠지만, 사진이나 영상에 대해 잘 알고 있으신 분들은 경우에 따라 Canon의 색상에 좀 박한 점수를 주는 편이었는데 이것이 작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Olympus나 Minolta, Pentax도 카메라 제조회사로 유명하지만, 카메라 시장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쌍안경 시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Pentax 제품은 다른 두 회사 제품에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점수를 얻는 듯합니다). Fujinon은 Canon과 함께 전문방송장비의 망원렌즈 쪽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쌍안경 시장에서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owa도 스포팅 스코프 제조회사로 이름을 얻고 있지만, 쌍안경 시장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듯합니다.
물론 인기가 있는 회사라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반대인 경우 좋지 못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100%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능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사고 나서 제품에 대해 실망하는 실패율이 떨어지겠지요.
우선 남은 여섯 가지 회사 제품 중 저가품에 속하는 것은 Bushnell 제품입니다. 이 회사 제품도 가격이 다양하지만, 10만원 대의 제품은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 가격을 상회하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계획이라면 다른 회사 제품이 나을 것입니다. 다음, 중가대 가격대를 형성하는 제품은 Bausch & Lomb과 Nikon 사 제품입니다. 대략 20~30만원 대의 제품을 구입하시려면 이 회사 제품들이 적당할 것입니다(Bushnell과 Bausch & Lomb은 계열회사인 듯하지만, 가격대와 성능은 조금 다른 듯합니다). 다음 고가대를 형성하고 있는 제품은 Zeiss, Leica, Swarovski입니다. Zeiss의 경우 밝기는 아주 뛰어나나 다른 두 회사 제품에 비해 무게가 아주 무겁습니다. 웬만한 제품들은 1Kg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Leica는 카메라와 카메라렌즈 시장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것처럼 훌륭한 쌍안경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Swarovski는 고니(백조)로고의 고가 보석 제품 생산회사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지만, 원래 독수리로고의 쌍안경과 스포팅 스코프 제조 회사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Leica와 Swarovski 사의 쌍안경과 스포팅 스코프는 전 세계에서 최상위급에 속합니다(제가 알기로 스포팅 스코프는 이들 회사 최고급 제품의 두 배 가격대를 형성하는 Quester사의 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쌍안경은 이 두 회사 제품이 최상위에 속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눈으로 본 결과로는 쌍안경과 스포팅 스코프 모두 Leica 제품보다 Swarovski 제품이 더 밝고 성능이 나은 듯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비슷한 가격대로 팔리고 있지만, 이는 Leica의 한국 총판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가격이 비슷할 뿐이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Swarovski 제품이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겠지요. 웬만한 일반 크기의 쌍안경 성능을 상회하기는 하지만 Swarovski 사의 포켓형 쌍안경도 60만원 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크기 쌍안경은 100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이구요. 물론, 가격만큼의 값은 한다고들 하구요.
그러나, 어떤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하든 자신의 경제사정에 맞추어 사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관찰하려는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또 쌍안경을 아끼는 마음으로 사용한다면 잘 안 보이는 대상도 더 잘 보이리라 믿습니다.
별반 도움이 못되는 얘기들이지만, 아무쪼록 좋은 쌍안경을 선택하셔서 원하는 결과들 얻기를 바랍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스포팅 스코프, 디지스코핑(스포팅 스코프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여 망원렌즈 카메라 대신 사진을 찍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