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종주 수고하셨습니다.

2004년 12월 10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괴곡동으로 출발하기위하여 안여종선생님, 정간사님을 포함해 12명이 남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성옥순선생님이 차에 못탄 사실을 알았네요.
하필이면 그 찰나에 잠깐 없어지셨으니…
정간사님 급히 차를 돌려 모시고 왔습니다.
앞으로는 꼭 성옥순선생님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가수원에서 다시 3명 합류.
괴곡동 느티나무가 있는 시작지점에서 커피 한잔씩 하고,
시장상 타신 안여종선생님 할 일이 더 많아지셔서 태워다만 주시고 그냥 줄행랑치셨습니다.
수고스럽게도 왔다가 가시기만 했으니 아쉽고,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한줄로 나란히 종주는 시작되었습니다.
하천 가운데 하중도처럼 갈대나 버드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서있습니다.
작은 여울도 아주 많았고, 천연의 갈대나 수생식물들이 물의 정화작용을 땅속에서 안보이게 하고있는 참이겠지요.
모르는 사람들은 지저분하다고 하겠지만, 아는 눈으로 보면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닌지요.
우리가 의식화를 시키고, 언론에서도 의식화를 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가면서 물닭도 발견했구요. 댕기흰죽지 암놈도 보았습니다.
닭이 걸을 때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습성처럼 이놈은 물에서도 고개를 끄덕꺼리며 나아가더군요. 재밌었습니다.
흰뺨들이 아주 많이 놀고있었구요.
중대백로들도 제법 무리지어 비상하고 있었습니다.
가수원교를 지나 도안벌로 접어듭니다.
맞은편 화장터가 있는 곳까지는 군더더기 하나없는 아주 깨끗한 갑천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철철철 물 많은 갑천처럼 대전천도 퍼올리는 짓을 해서라도 똑같이 보여주고 싶다는 대전시입니다.
보를 넘어서자
갈대가 장관을 이루며 하천의 양쪽을 덮고있습니다.
둑방에서 천변으로 들어가니 어젯밤 온 비로 인하여 곳곳 물이 고여 우리의 진로를 막고는 있었지만, 개의치않고 전진합니다.
우리가 곤충을 공부하며 포충망 휘두르며 뛰어다니던 곳을 지나갑니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곳이지요. 모두 물길로 변해있었습니다.
곧 정간사님은 우리를 여울로 안내합니다.
이제 양말을 벗고 이 내를 건너야한다고 하시는군요.
예상은 하고왔지만, 막상 건너려하니 엄두가 안납니다.
주섬주섬 양말을 벗고, 희자선생님이 앞장을 서십니다.
한명씩 물에 뛰어드네요. 용감도 하십니다.
두어번째 물에 들어갔던 저는 그냥 튀어나왔습니다.
전 차라리 혼자 이길로 가고싶었지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얼음짱 한기를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한완숙선생님과 성옥순선생님, 저.
한완숙선생님은 정간사님이 무정도 하셨다지요.
세번째 시도에 계속 전진은 하지만, 왜 이리 폭은 멀게 느껴지는지, 도착한 사람들은 좋겠다, 이 짓을 왜하고 있나, 동상이 걸리는 건 아닌지…수행이 따로 없었습니다.
모두모두 서로의 발을 닦아주고 신발을 신었을 때의 온기.
아!!!!!따뜻하다.
정신이 홀딱 깨는 물질을 하고 걸으니 기분이 한결 산뜻합니다.
만년교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
보일 듯 말 듯한 물웅덩이에서 너구리 한마리가 심상치않게 서있습니다.
급히 앞서가던 정간사님을 불러 조심조심 앞으로 다가갑니다.
병이 든건지, 덫에 걸린건지…분간은 안가지만,
분명한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확실했습니다.
야생동물보호센터라는 곳에 전화를 해도 감감.
에이! 사람에게나 쓰임이 있는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 고마울데가 와주겠다고 합니다.
정간사님은 불쌍한 너구리를 차가 들오는 곳까지 안고 갑니다.
내내 조용하던 너구리가 발작을 하는 것을 보고 119 대원들은 약을 먹었다고 했지만, 우리는 고놈의 건강을 기원하며 종주를 계속했습니다.
만년교를 지나고, 대덕대교아래서 우리 대단원의 종주를 마감하며 신나는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일화도 많고, 재미도 많았던 세번의 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날씨마져 우리를 도와주어 내내 좋은 날 트레킹이 될 수 있게 해주어 하늘도 도와주었지요.
완숙선생님의 고마운 뜻을 받들어 마중나온 귀빈돌솥밥 봉고에 몸을 싣습니다.
남도에서 받아봐서인지 눈에 익은 밥상.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차한잔씩 나누면서 앞으로의 수업계획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반가운 소식은 우리의 너구리가 무사히 충대 동물병원에 안착을 했고, 약을 먹지도 않았으며, 홍역에 걸린 것이었다고.
치료를 마치고 산으로 돌려보낼거라는 희소식도 119는 전해왔습니다.
아마도 너구리가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예감.
갑천생태문화해설가님들 덕분에 한 생명을 건졌습니다.
다음 종주에는 우릴 알리는 깃발이라도 앞세워야겠습니다.
의미있는 일에 명함을 내세우는 일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다음종주가 언제가 될진 몰라도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진행되는 종주이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