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승미선생님과 완숙선생님께서 우리 다녀온 남도의 멋과 감흥을 잘 보여주셨듯
2박3일의 일정은 한마디로 꿈의 여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경험하기 힘든 체험일정, 해설, 음식, 숙소 그리고 우리선생님들과 함께 한 인간애.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마는 내년 다시 주어진다면 꼭 모두 함께 하셔서
이 벅찬 사흘의 감동을 같이하셨으면 합니다.
첫째날
8시 10분까지 부리나케 유성문화원으로 집합한 분들은 희자,저,경해,영미,정간사님,혜란,승미,완숙선생님이셨습니다.
원래 가시기로 했던 정숙선생님은 아이와 본인이, 석기문선생님은 부군께서 심히 편찮으셔서, 옥순선생님은 집안사정으로 우리는 달랑 8인이 버스에 짝은지어올랐습니다.
이번 여행의 남다른 점은
전국구를 섭렵하시는 문화유산해설사 임헌기선생님의 꼼꼼한 일정관리와 기막힌 해설이 늘 함께 했다는 점,
여행을 같이한 분들이 문화유산해설사 10여분, 문화연대 네분, 환경연합 하천해설사 한분, 언론사 4분 등 지역사회문화 보급과 중심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분들의 모임이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첫 도착한 나주향교는
장수향교, 강릉향교와 더불은 전국 3대향교중에 하나로 전주향교까지하여 대표적인 조선시대 유학교육기관이었습니다.
점심은 신북휴게소에서 뷔페로 들고 기암절경의 월출산을 오른쪽으로 한 채 버스를 달려 다다른 곳은 강진의 무위사.
무위사는 수덕사와 같은 전통적 맞배지붕 형식, 짜임새있는 균형의 극락전과 그안에는 아미타삼존벽화와 불상 뒤에는 수월관음도라는 벽화가 있는데 이는 벽이 마르는데만 20여년이 걸리는 토벽에 그린 것으로, 나머지 28점은 보존각에 따로 떼어 보관하고 있었읍니다.
무위사는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조용히 보여주는 아주 평온하고 아담한 곳이었으며, 월출산 자연학습체험탐방로와 연결한 습지, 조류, 식물, 곤충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잘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어 만덕산에 위치한 백련사.
이 백련사를 올라가면서 양옆을 빽빽이 매운 동백숲. 때는 조금 이를지라도 나무에 맺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가 한창인 동백의 꽃봉오리들이 만개전의 설레임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꽃길을 내어주고 있었으며,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도 이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을 굵고 강건한 오랜나무들이 잘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동백나무에 취해 산길을 오르기를 한참. 숲길을 걷어내고 들어오는 백련사.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강하게 어필한 불친절하고 거만한 가람배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만경루는 대웅전앞에 좁은 터를 두고 딱 버티고 서서 무위사에서 보여준 포근하고 따뜻한 산사의 분위기와는 전혀다른 남성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지붕을 받치기 위해 장식한 공포가 바람을 피하기 위한 파풍(정확하지않은 이름)을 치지않았다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왔고, 산기슭에 흘러내리듯 지어진 백련사는 강진망의 조망 하나만큼은 시원하구나..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백련사를 뒤로하고 이어 다산이 수도없이 드나들었다는 길을 따라 우리는 다산초당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굵고 빽빽한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리워 어둑한 숲길을 따라내려가는 일. 참으로 흔치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동백숲을 빠져나오자 키작은 차밭이 간간이 펼쳐지고, 이어 쭉쭉뻗은 굴참나무, 비자나무 등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다보며 짧은 숲길 산행은 신이나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어둡고 습한 숲속에 자리한 다산초당이 눈에 들어옵니다. 초가를 허물고 번듯한 기와집으로 치장한 것이 맘에 걸리기는 했지만, 시원한 풍광이 들오는 천일각으로 일행은 일제히 신발을 벗고 올라앉았습니다.
이제 천일각에 모여앉아 임헌기선생님의 애잔한 다산선생의 드라마틱한 일대기와 그의 슬픈 정서를 얘기들을 시간이 된 것입니다.
임헌기해설가님이 이어간 해설 속에서 우리는 과거에서 내려와 우리옆에 앉아있는 정약용선생을 만날 수 있었고, 때로는 목구멍을 메우는 감상으로, 때로는 부화가 치미는 시대의 아픔으로 우리들의 시간을 빼앗아버리셨습니다.
아마도 천일각에서의 해설은 이번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 지금도 버릴 수 없음입니다.
달고 시원한 “약천”이라는 약수터에서 한모금 찻물도 들이키고, 직접 바위에 새겨넣었다는 “정석”이라는 글자도 보고, 그가 판 자그마한 연못도 둘러보고.
이제 산길을 내려와 이미 우리를 마중나와 있는 버스에 올라 밤길을 달려 해남의 대흥사 식당구역에 위치한 전주식당의 뜨거운 아랫목에 궁둥이를 붙였습니다.
전라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식단. 3년묶은 신김치에 싸서 먹는 표고버섯전을 소리높여 자랑하시며 궁둥이가 익어 문드러져도 미안해 않할 인심만큼 방바닥은 지글지글 끓기만 하였습니다.
비로소 여행을 함께한 이들의 자기소개가 한명씩 이어졌고, 우리또한 젊고 이쁜 미인계를 한껏 들이밀려 갑천생태문화해설가의 이름을 온방에 휘날렸습니다.
이제 깜깜한 길 바다끝까지 40여분을 달려 우리의 여장을 푸는 숙소에 도착합니다.
땅끝 마을의 진짜 땅끝 테마파크에 2인1조로 방을 배정받습니다.
저와 희자님, 현숙님과 희자님, 영미님과 혜란님, 승미님과 경해님, 정간사님과 안여종선생님.
8명이 뛰놀아도 시원찮을 방에 달랑 둘씩만 누워자기 아까운 터라 우리는 모여모여 온밤이 다새도 모를 양 우리 갑천생태문화해설가의 방향과 애로, 여정의 즐거움에 대한 속내를 편안히 꺼내놓았습니다.
안여종선생님의 여울에 대한 안타까움, 정간사님이 기대하시는 우리해설가팀의 갑천운동의 수위, 선생님들간 노력하고 배양해야하는 학습의 차이, 또 근시일안에 부딪혀보고자 하는 승미선생님 방과후 아이들에대한 철새수업 등… 현안도 많고, 근심과 우려도 많고, 해야할 과업도 많아 이야기는 끝을 보기가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내일을 기약하는 흩어짐의 시간.
각 방에선 잠 든 시간이 언제인지 모를 두런두런 짝궁대화와 비밀스런 잠버릇의 들킴이 면면히 행해지고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