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시국인데도 불구하고 13분이 참석해주신 두번째 종주는
지난번보다 훨씬 포근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야실마을앞에서 차한잔씩을 하며
기찻길 넘어로까지 봉고 대놓으러가신 정간사님을 기다리면서
종주는 시작되었습니다.
석기문선생님 부부의 텃밭이랄 수 있는 구역에서는
단연 석기문선생님이 선두에 서서 날듯 걸으시더만요.
내내 갑천을 발아래 두고 걸어가다보니
시야도 훤~하고, 가슴도 뻥~ 뚫리는 듯 했습니다.
이따금 원앙이좀 찾아보려 스쿠프 드리대면
자맥질해 숨는 논병아리나 삼삼오오 흰뺨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흔한 그놈들 마져도 왜이리 소중하고 예쁘게 느껴지는지.
아~좋다 아~좋다! 몇번씩 연발하다보니
너무 빨리 물안리에 당도하고
약속대로 백당선생님이 마을 언저리까지 마중나오셔서
우리의 점심 하일라이트는 또 시작되었습니다.
들뫼풀의 아지트인 주말농가는 정겨움 그 자체.
아기자기 세간살이는 욕심없이 식객을 반겨주었고,
세심하고 편안함주는 쥔장접대에 오랫만에 들른 친척집을 연상했습니다.
맛있는 삼겹살파티와 저걱저걱 비벼 퍼먹는 비빔밥.
이거이 갑천종주에 따라오는 흔치않은 경험임에 모두 기뻐했습니다.
마당 피운불 꺼지지도 않았는데,
감사의 인사드리고 다시 서둘러 물길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눈에 익은 구봉의 줄기들과 그 아래 펼쳐진 노루벌.
색깔 고았던 메타세콰이어의 잎들이 숨겨두었던 가지를 드러내놓고,
열매 훑는 멧새와 딱새들의 천지가 되어버린 방죽을 걷노라니
오늘 종주의 끄트머리에 다 와 있었습니다.
윤영옥선생님과 정간사님이 차를 가질러 간 사이
잠수교를 건너면서 배에 빨판붙은 효자고기 밀어도 다시 찾아보고,
잎새 아직 질 줄 모르는 버드나무 아래서 사진도 찍어보고,
자맥질 논병아리 물속시간도 재어보고…
우리들의 오늘 종주도 또 이렇게 즐겁고 정겹게 마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정간사님, 선생님들 모두 수고하셨구요.
백당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시집일로 걱정크신 성옥순선생님
저희역시 심히 걱정이 되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