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동
정감록에 “연동진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연산의 동쪽 진잠의 남쪽이 난리를 피해 만명이 살수 있는 곳이라는 뜻
그래서인지 6.25전쟁 때에 타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게 되었고 큰 인명피해가 적었다고 한다. 증촌이 유씨들의 세거지인 반면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평촌은 각각 다른 성씨들이 살고 있음
평촌마을회관 옆에 방앗간이 있고 마을 입구에 기성농협도 있어서 마을 규모가 크고 번성해 보였다
도선바위
고인돌의 세움돌이 없어진 덮개석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려의 개국을 예언한 도선대사가 이 곳의 지형이 많은 인물이 날 곳이라고 춤을 추었다는 일화가 있다.
예전에 방앗간 건너편에 있던 것을 신작로를 닦으면서 마을회관 앞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유서깊은 고인돌임에도 이를 알리는 표지판도 없이 회관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아쉬웠다.
몆년 전에 이윤지(87세)할머니가 이 바위에 치성드리고 도선바위에서 1년에 한번 지내는 마을제도 주관하면서 관리하고 있었는데자식들이 사는 천안으로 이사가셨다고 한다. 그 후로 마을제도 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함. 개인적으로 치성드릴 일이 있으면 와서 제를 지내기도 한다
평촌동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가 찾아갔을 때 마침 마을회관 앞에서 분리수거를 하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인터뷰를 청하니
“머 자랑거리가 있어야지”,
“저 아래에 가서 물어봐” 라고 생뚱맞게 대꾸하시더니
몇번 더 청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는 할머니들,
평촌의 가구수는 약 120여호이고
마을 인구는 300여명이다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 살고 계신다 함
마을 최고연장자는 83세 된 할아버지이고 70 – 80세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임
김사규할아버지(80세)
방앗간 삼거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계심
행정수도 이전으로 활기를 띠었으나 지금은 거래가 뚝 끊긴 상태라고 한다. 이 마을의 자랑거리인 지경다지기의 진사역을 맡아 하는것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음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서자 할아버지 예닐곱분이 화투패를 쥐고 동그랗게 모여 앉아 계셨다. 가을걷이도 끝나고 한가한 할아버지들이 부동산에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림도 보시고…
김인중할머니((79세)
마을회관 앞에서 쓰레기를 치우시다가 “머 애기거리가 있어야지”
하면서 도선바위에 철푸더기 앉아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셨다.
이곳 평촌에 시집 와 55년째 살고 계신다. 건장한 체구에 등이 약간 굽은 모습, 오랜 세월 논일 밭일로 구릿빛 그을은 얼굴엔 밭고랑처럼 굵은 주름이 할머니의 이력을 말해 주는 듯.
지경다지기놀이에 대해서 묻자 김인중할머니를 비롯해서 다른 할머니들도 앞다투어 한마디씩 거든다.
할 얘기도 많고 자랑거리도 많은게 이 마을의 지경다지기이다
지경다지기 놀이
집을 지을 때 터를 다지는 공동체 놀이 의식이다
땅과 사람이 하나이다 라는 풍수사상에 기인한 의식
예전에 실제 집을 지을 때 하는 의식이었으나 지금은 민속경연대회 때에나 하는 놀이가 되었다.
땅을 다지는 지경돌에 줄을 매어서 여러 사람이 땅을 다진다.
지경다지는 소리를 매겨서 흥을 돋운다
집주인인 진사와 진사댁이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서 대접하고 잔치 분위기를 돋운다.
평촌동과 증촌동의 사람들이 80여명이 이 놀이를 길현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한다. 영주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탔다.
노은동의 월드컵경기장을 지을 때 초청 받아 가서 경기장 터를 다져 줄 만큼 인정 받는 민속놀이이다. 또 한밭문화제, 갑천문화제 등에도 자주 초청 받아 출연하는 막강한 팀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우리를 귀챦게 해” 라고 뻐기시는 것도 잊지 않는 할머니들.
마을 분들은 이 유서깊은 지경다지기를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 마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의식이 남아있어 조사하는 우리도 매우 흐뭇했다.
버스
노선은 4번, 21번, 24번, 26번이 있고 배차간격은 30분에 한대씩 다니고 있어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버스를 타고 주로 도마동시장 을 이용한다.
플라스틱 공장
플라스틱 김치통을 만드는 공장이 마을 가운데 있다. 농한기에는 이곳으로 일하러 가기도 한다.
평촌마을을 뒤로 하고 증촌으로 가는 길에 흙벽돌을 구워서 길게 쌓고 그 위에 검은 기와를 예쁘게 얹은 담을 보았다.
담벼락을 여름 내 아름답게 만든 담쟁이는 마른 줄기와 잎을 못내 떨구고 쪼글 쪼글 모여있다. 담장은 작지만 운치있는 기와집을 품고 있고 가을햇살이 그 위에 따스하다.
등굽은 할머니 세분이 방앗간에서 고추방아를 찧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계신다.
내가 살던 고향에 온것 같은 평촌 마을
고향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쪼글쪼글 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예전에 갑천에 나가 물고기도 잡고 목욕도 하며 살아 오셨던 분들. 이제는 자식들도 대처로 나가고 고향마루에서 지나온 세월을 가늠해 보시는 분들
갑천을 더럽히는 축사가 마을에 생기는 것을 반대하며 마을을 깨끗이 지키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계시는 어른들이셨다.
갑천이 흐르며 품어 낸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