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천을 살립시다 / 2002년 11월

2004년 10월 30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2002년 11월에 대전시 홈페이지 ‘대전시에 바란다’에 올린 글입니다. 참고하세요…
유등천은 사실 유천(柳川)이다. ‘버드나무가 많은 내’란 뜻이다. 나도 어릴적 유등천 주변에 살았는데 유등천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유천냇가라고 많이 불렀다. 예전에는 애천이라고도 했다고 하고 창계라고 불렀다 한다.
작년과 지금의 유등천은 많이 달라 보인다. 우선 작년에는 9월에서 10월 사이에 하천을 정비한다고 대전시에서 유등천 바닥을 논바닥처럼 온통 갈아 엎었었다. 이후 시민들로 부터 온갖 원성과 지탄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는 절대 손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그 뼈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올해의 유등천 모습이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우선 유등천은 여러 곳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어느 지역의 도시하천 보다도 생명이 깃들어 있는 하천이란 확신이 든다. 그리고 너무도 아름답고 혼자만 알아서는 대전 시민들에게 너무도 미안할 것 같아 이렇게 유등천을 알리는 글을 올린다.
유등천은 금산군 인대산 건지샘에서 발원하는 하천이다. 대전시에 있는 국가하천 4곳 중 하나이기도 한데, 대전시계에서 엑스포 과학공원 앞의 갑천과 만나는 지점까지 15. 5km의 유로 연장을 자랑한다. 물론 발원지에서 부터의 길이는 이보다 훨씬 긴 하천이다. 유등천 상류지역은 충남 금산군 지역이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하천 답게 대전시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하천이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구 안영동에는 안영유원지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던 곳이었다. 현재는 이 지역에 뿌리공원과 장수마을이 들어와 있지만 예전에는 한가로운 시골 동네였다.
90년대 말에는 대전시에서 안영교에서 복수교까지의 구간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사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생태하천의 지름길이란 생각이 드는 구간이다. 현재는 사업당시 세워놓은 2곳의 표지판과 올해 세운 듯한 생태하천 구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유등천에는 많은 교량이 있는데 아쉽지만 특색있는 교량은 만성교를 제외하고는 없으며, 특히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특색있는 다리는 한 곳도 없다. 대전시계부터 교량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최상류지역에 있는 수련교와 하류쪽으로 침산교, 만성교, 안영교, 복수교, 버드내다리, 호남선(복수)철교, 도마교, 유등교, 태평교, 가장교, 수침교, 용문교, 삼천교, 한밭대교가 있다. 유등교와 태평교 사이에는 징검다리가 하나 있으며, 샘머리 아파트 앞에도 징검다리가 하나 있다. 그리고 하상도로를 연결해주는 잠수교(세월교)가 2곳에 설치되어 있다. 고무보(라버댐)는 유등교 아래쪽과 만성교 바로 위의 2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그 만큼 유등천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삼천교 바로 위에서는 속칭 훌치기 낚시꾼 10여명이 매일마다 유등천의 붕어와 잉어를 대전시민들로부터 강도짓을 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유등천이나 갑천에서 낚시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무거운 납덩어리에 무식한 낚시 바늘 3-4개를 연결하여 물고기의 머리, 몸통, 꼬리 어느 곳이든 걸어 잡는 것은 정당한 낚시가 아닌 ‘강도 행위’인 것이다. 이런 훌치기 낚시 행위로 인하여 유등천 하천 바닥에는 납덩어리와 낚시 바늘이 아마도 널부러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금지시켜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이 부분은 담당 공무원께서 확인하시고 조치를 취해주십시요.-
위에서 유등천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이다. 작년과는 정말 달라진 하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수침교 하류에서 용문교 사이의 1km 남짓한 구간은 아마도 우리나라에 있는 도시하천 중에 정말 이런 곳이 다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소중한 곳이다. 물론 자연형 하천으로 돈을 많이 들인 양재천, 수원천, 전주천, 대구의 신천 보다는 못할 지도 모르겠으나 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구간은 작년에 하천을 정비한 구간이다. 작년 겨울과 올 1-3월의 모습을 보면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쇠오리 50여마리와 백로류 몇십마리가 잠깐 쉬었다 가는 그런 곳이었다. 물길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고, 조금 깊은 곳에 물고기가 떼를 지어 모여있는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올해 11월 22-23일 양일간에 지켜본 모습은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물론 자연하천을 생각한다면 부족함이 많지만 그마나 자연의 힘이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선 수침교와 용문교 구간에 쉬리, 피라미, 모래무지, 붕어, 잉어 등 수만마리의 우리 민물고기가 살고 있고, 쇠오리 600여마리, 쇠백로 300여마리, 중대백로, 왜가리 50여마리, 청둥오리 20여마리, 비오리 10여마리, 흰뺨검둥오리 150여마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참새 300여마리, 백할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까치, 직박구리, 딱새, 비둘기와
특히 천연기념물(323호)인 황조롱이, 11월 22일 오전 11시에 관찰된 천연기념물 325호 흑기러기(Branta bernicia)한마리 까지
다양한 조류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이는 올해 수차례에 걸친 큰비로 인하여 그 동안 하천 바닥에 퇴적 되어 있던 오니들이 쓸려 내려가고 하천에 자연스럽게 여울과 소가 만들어 지면서 물고기와 새들을 불러 들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상의 바위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래섬, 갈대, 둔치에 일부러 조성한 억새밭 또한 하천의 정취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이는 너무도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요즘 아침와 저녁으로 유등천 둔치를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틀림없이 이 곳에서 운동하는 시민들이 이러한 하천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 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전은 정말 살기좋은 곳이다. 자연환경이 그러하다. 그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켜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2세에게 미래의 대전시민들에게 푸른 대전을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딸아이와 유등천을 거닐면서 무척 행복했다. 이 것은 서울에 있는 양재천과 여의도 샛강공원, 길동 생태공원, 수원천을 딸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느꼈던 그 느낌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 곳에서는 쇠오리 100여마리가 바로 10여미터 앞에서 힘찬 날개짓을 하며 우리가 서 있는 앞으로 내려앉는 모습은 펼쳐주지 못한다. 바로 눈앞에서 백로와 왜가리가 피라미를 잡아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비오리가 15cm나 되는 붕어를 잡아먹는 모습 또한 볼 수가 없다. 유등천 수침교에서 용문교 구간은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이대로 놔 두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래야 딸아이와 자주 이 곳으로 산책하러 갈 것이 아닌가?
대전시가 올해 유등천을 정비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앞으로 대전시는 도시하천 구간의 하천 정비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처리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유등천을 살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