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날.
자전거를 타고 남문도 돌아봤고, 천변도로도 달려봤건만,
왜 이리 오늘은 특히나 가슴이 설레일까.
아침부터 분주히 도시락을 싸고 동네 아파트 정자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늦을새라,
아들녀석 방과후 먹으라고 찌던 고구마도 반만 익히고 불을 끄고나와 마음이 좀 무겁다.
정자에서 하나 둘씩 모여드는 자전거 아줌마들.
안타깝게도 희자님은 허리가 아파 못나오시고,
우리들은 아파트를 등지고 잘 닦여진 인도를 줄지어 달려나갔다.
와~~~~~~~~~우!
정말 이 느낌!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쁨인가. 아니 첨 느끼는 기쁨.
누군가와 맘에 맞는 분들과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이 하이킹을 하고 있으니…
영미, 정숙, 지형, 수경 이렇게 네 대의 자전거도 그러할진대
녹색연합의 갑천자전거순례의 풍경은 또 어찌했을꼬!
거기에 탄 소년소녀들, 그들을 봐라보는 선생님들, 동네어른들은 또 감동이 어찌했을꼬!
그 감동의 맛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짧게 흘러가고 어느새 KBS에 다달았다.
우리가 젤 첨 왔군! 이럴 줄 알았으면, 고구마 좀 더 삶고 올걸….
이내 오시는 은숙님, 은미님, 현숙님
그리고 먼 관저동에서 도안동을 지나 둔산대로를 타다가 유료도로로 잘 못들어가
농수산시장까지 700원 주고 다녀오신 영옥님,
자그마한 트럭에서 내리시는 큰 사람 우리의 정간사님.
누구누구 못오신대. 이분은 전화왔었어, 이분은 전화해보자….
30여분 동안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출발!
역시 먼데 사시는 분들은 먼길을 오시기가 힘들었겠구나…
강물이 시멘트에 꽉 막혀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저수지 같은 갑천을 불쌍히 여기며
조정연습에 열중인 학생들, 그들을 코치하느라 오토바이 타고 왔다갔다하는 코치를 피해
우리는 엑스포다리위로 올라왔다.
엑스포다리 위의 쇠로 된 밧줄은 모두 몇 개일까요? 정간사님의 질문에
눈 돌아가네…하나, 둘, 셋,…. 모두 총 100개여~~~~~~~~~요………..어지러움.
근데 이유는요?
정간사님 왜그런지 들었는데 잘 생각 안난대요….애구! 또 어지러워! 돌고있음~
다리에서 내려와 다시 천변을 걸으면서, 풍선처럼 생긴 라보댐(고무보)도 보고,
백할미새의 비웅비웅 날아가는 모양새도 확인하고,
첨 보는 논병아리가 물 속으로 자맥질…
논병아리는 한동안 안나오길래 사람 기다리게 만들더구만요.
낚시꾼들과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왜가리가 서 있습니다.
낚시꾼들과 왜가리의 눈싸움이 진행되고 있었지요.
아마도 왜가리는 낚시꾼들이 부동자세로 있으니 저를 쳐다보는 줄 아나…
저렇게 큰새가 사람과 저렇게 가까운 곳에 마주하고 있는데,
낚시군들은 자연이 주는 운 좋음을 알기는 알려나…
저 새의 가치에 대해 생각이나 하려나…
정간사님 말씀 “낚시꾼들은 새가 있으면 고기가 있겠거니 하고만 생각하겠지요…”
우리가 큰새를 보았던 삼천교 지점에 도달하였다.
일단의 엄마들이 북과 꽹가리 등을 들고 사물놀이 연습에 열중한 다리 밑.
다리밑이라 둥둥 울려대서 더 큰 이 고막 터지는 소리로는
도저이 새들이 있을 턱이 없겠거니…
정말 모든 새들은 다 도망가고 없었습니다.
저 엄마들은 모야? 망원경에 도감에…. 저 엄마들은 모야? 북이며 징이며…
다들 바쁜 엄마들이었습니다요.
살림하면서 남자들보다 더 바쁜 엄마들이 거기 또 있었으니…
하수처리장에서 물이 방류되어지자 다시 물은 깊어졌습니다.
여기서부터 탑립보까지 계속 깊은 구간은 이어집니다.
탑립돌보는 단순히 돌만 깔아놓은 것 외에도
그 지대가 천천히 완만하게 높아져서 천연의 보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자연스런 내리막 경사로 여울을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허기진 배를 배달된 중국음식으로 쉽게 달랠 수 있는 곳.
조망하기 쉽게 자주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자전거도로.
그리고 적당히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제멋대로 키가 큰 잡풀들 덕에
우리의 철새공부는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음을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본 흰뺨, 청둥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중대, 쇠백로, 왜가리, 백할미새 등 외에도
이제 바람이 더 차가워지면, 오늘 보았던 새들보다 더 많은 새들이 이곳으로 날라오겠지요.또 우리의 머릿속에는 또 더 많은 새들의 이름이 기억되겠구요.
돌아오는 길녁
해를 안고 걸어오는 긴 길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첫째, 갑천을 최소한 자연에게 반쪽만은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월평동에서 엑스포 구간까지는 대전천의 홍명상가 구간과 크기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않은 모습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MBC사옥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우리동네 앞에도 둔치가 있어야 함을 주장하겠지요.
갯벌같은 자연둔치가 없으니
더욱이 보로 막아 가두어진 그 많은 물은 생명이 없는 물이 되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둘째, 갑천을 이용하되 최소한의 자연은 훼손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정연습을 위해서 고무보를 만땅으로 채워 수위를 높게 유지한다면,
수위를 조금만 낮추되 기간을 일정하게 해서 지속성있는 식물이라도 서생할 수 있도록,
호안도 사람 거닐기 힘든 나무로 클 지언정 식생호안으로 바꾸었으면 합니다.
둔치도 온전히 잔디만 깔려있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면 제초제도 덜 쓸 것이고,
가족의 위락 후에는 고기 구운 기름이나 국물 등은 절대 삼가야 할 일입니다.
다리밑에서 행해지는 상행위나 둔치 윗편에 널려있는 포장마차.
여기서 나오는 오수를 생각하면 반드시 엄단해야 마땅 합니다.
언뜻 보면 풍부한 수량으로 보여지는 엑스포앞 물이
대전천으로 퍼올려지는 바보같은 작태는 반드시 말려야 할 것이고요.
낚시가 불법임에도 꼭 해야한다면, 주 오염원인 깻묵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하천이 그려가는 물줄기는 존중해줘야 합니다.
이미 도시 속의 하천은 인간이 예정했던대로 그려놓고 가두어 놓았습니다.
굽이도는 지역에 왜 자연둔치가 생겨나고, 왜 자꾸 패이는지도 인간은 알고 있습니다.
수량이 많고 적음에 개의치않고,
물줄기가 제멋대로 여러갈래 나 있어서 보기싫다해도
그것은 하천이라는 생명의 자연스런 몸짓으로 이해하고 참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물의 방향을 막거나 바꾸고,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가뒀다 풀렀다 하는 짓은
태초에 주신 인간의 혈관을 인위적으로 수술해서 인조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인조인간에게는 천연의 자연환경이 어울리지 않듯이
변형된 하천에는 자연의 친구들이 더 이상 살 수 없습니다.
물을 퍼 올리듯, 고기도 잡아다 넣어야하고, 인공의 식물도 심어야합니다.
제 뜻으로 날아가는 새까지는 인간의 영역 밖임을 한탄하겠지요.
도시의 바람길,
도시속에 자연의 친구들을 불러모으는 보고,
도시의 땅을 기름지게 하는 젖줄,
도시인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태고의 흔적.
정말 옳고 현명하게 보존해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