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이 우거진 오솔길로 접어드니, 눈앞에 펼쳐지는 쪽지벌(우포늪에서 가장 작은 늪)의 파노라마가 사람들의 함성을 자아내게 했다. 마치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수면은 광활한 초원 같다고나 할까?
청명한 가을 하늘을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중대백로와 수면위에 내려앉은 흰뺨 검둥오리들! 태고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 군락과 초지 위에 비비적거리는 갈대 억새들의 몸부림!
새벽공기의 알싸함 속에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 자연늪 우포는 꾸밈없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늪표면을 빼곡히 덮고 있는 녹색 식물은 “생이가래”인데 잎 모양이 아까시 나뭇잎처럼 생겼고 표면은 오돌토돌 깨알 같은 것이 돋아나 있다. 잎 뒷면은 동그란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있는데, 기러기가 제일 좋아하는 열매란다.
소쿠리로 물 속을 헤치면서 수서곤충과 수변곤충들을 설명해 주고 수생식물을 꼼꼼히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4명의 선생님이 계셨다.
마산 창원 환경운동연합 이 인식 의장님과 경남 여성 환경지킴이(흙, 물, 새)모임에서 오신 3명의 선생님들이다.
우포늪의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주민들한테 몰매를 맞으며 몇 달 동안 입원도 하셨다는 의장님을 보면서, 자연을 지키고자 겪었을 수많은 우여곡절과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난관이 짐작되지만, 우포늪을 응시하는 조용한 눈빛과 백발의 연륜은 우포늪의 고요함 속에서 경건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무거운 스코프를 메고 장시간 걸어 다니면서 조립과 해체를 몇 차례나 반복하고, 우포늪 생태에 대해 훤히 꿰뚫을 정도로 박학다식해 보였는데도, 틈나는 대로 야장에 메모하는 경남 여성 환경지킴이 선생님들의 탐구열은 대단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가 살갑지는 않았지만 휴일을 반납하고 창원에서 한 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와 기행에 도움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분들을 보면서 갑천생태문화해설사로서의 내 모습을 유추해 보았다.
녹색연합에서 교육을 받은지도 한 달 반이 지나갔고 앞으로 6번의 강의가 남았으니 실습교육을 제외하면 절반은 지나간 셈이다. 불혹을 맞이한 나의 가을은 여느 때보다 갑절은 분주한 일상이었고 아쉬울 정도로 급히 지나가고 있다.
갑천생태문화해설사 교육은 자연생태에 문외한 이었던 내게 자연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내가 자연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생태하천전도사로서 자연체험과 기회를 제공해야 할 텐데…….
교육수료가 다가올수록 부담감은 커진다.
체험환경교육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어려운 과정이 체험대상에 대한 지향성을 갖게 하는 것, 즉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이라 한다. 어린아이들일 경우 환경적 이론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여 궁금점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워야 할 것이다. 현장체험중심의 살아있는 교육여건이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하면서 그에 따른 갑천문화해설사의 다양한 활동들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