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 저층늪이 그대로 간직된 우포늪
한주간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 10일 일요일 생명의 숲에서 주관하는 우포늪에 다녀왔습니다. 이영미씨 가족과 경해씨와 아이들(6살 꼬맹이가 답사를 잘도 따라 다니더군요. 그 엄마에 그 아들!)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지요. 캄캄한 새벽에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고 버스에 올랐지만 많은 자연의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였습니다.
우포늪 생태공원은?
우포늪은 정말이지 수많은 생물들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원시적인 저층늪이다. 우포는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벌로 구분되어 있으며 다양한 습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자연늪으로 홍수기를 제외하고는 연중 1m – 2m의 낮은 수심을 유지하는 곳으로 면적에 비해 종다양성이 대단히 높은 지역이다.
우포늪은 말 그대로 소벌이라 불리는 데 우포늪과 목포늪 사이에 우항산 또는 소목산이라는 산이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소가 물을 먹는 것처럼 보여서 소벌이라 불려졌다고 한다. 실제로 소를 먹이는 주민들이 늪에 와서 소에게 물도 먹이고 풀을 뜯게 하면서 쉬게 하는 곳이라서 소벌이라고 불렀다 한다. 소벌이 우포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것은 일제강점기 때 지명을 한자말로 바꾸면서 인데 소벌이란 이름이 더 정감있고 아름답다. 목포는 홍수 때 나무땔감이 많이 떠내려와서 ‘나무벌’이고 사지포는 모래가 많아서 ‘모래늪벌’, 쪽지벌은 말 그대로 작은 늪이라서 그렇게 부른다.
우포는 홍수때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만들어 낸 낙동강의 선물이다. 빙하기가 끝난후 지구의 기온이 점점 높아지면서 얼음이 녹아내렸다. 바다로 흘러들던 강물이 바다의 수면이 점점 높아져 거꾸로 흐르게 되면서 강주변에 물이 넘쳐 흐르게 되었다. 돌멩이와 자갈도 함께 넘쳐서 주변지역에 쌓여서 자연둑이 형성되었다. 홍수가 끝나고 낙동강 주변과 토평천 주변의 둑이 오목한 그릇모양을 만들어 둑안에 물이 고이면서 늪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여름장마때 홍수가 나면 둑이 무너지곤 한다는데 해설하시는 선생님은 아무리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제방을 쌓아도 둑이 무너진다고 한다. 농경지를 많이 확보하려는 욕심에 제방을 쌓고 농사를 짓지만 둑이 무너지면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물이 자연스럽게 넘쳐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게 생태계를 거스르지 않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지역경제와 상충하기 때문에 합일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람사협약과 우포늪
우포는 람사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늪이다. 람사협약이란 이란의 람사에서 채택된 정부간 국제협약으로 물새서식지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 람사에 가입하여 대암산 용늪과 창녕 우포늪이 지정되어 있다. 대암산 용늪은 DMZ지역이라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고 연구를 위해 허가받은 관계자만 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물새를 보호하는 협약이니만큼 물새가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 우포늪이다.
수생식물
우포에는 물의 표면 물이 땅과 접하는 가장자리 물 속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수생식물들이 물 속에서 살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썩지 않도록 매우 독특한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연뿌리처럼 뿌리가 일부 비어있어 기체교환(생명체와 외부사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거나, 잎을 물위로 쉽게 띄우기 위해서 스폰지와 같은 조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포늪에 사는 식물들은 저마다 살기 좋은 곳을 선택하여 다양하게 퍼져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물가에는 물을 정화해주는 억새(억새는 갈대에 비해 털이 덜 수북하고 잎 가운데에 흰줄이 뚜렷하다), 고마리, 여뀌, 창포(옛날엔 이 풀을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다지요. 뜯어보니 향긋한 창포내음_), 그령(줄기가 질겨서 묶어 놓고 숨어서 지켜보면 누
가 넘어질까요?), 비수리, 사초 들이 자라고 있다.
물 위에는 갑천에서도 흔히 보았던 마름(이지역에서는 물밤, 또는 말밤 이라고도 하는데 잎 아래에 혹처럼 둥글게 생긴 열매가 있다. 먹어보면 산밤 맛과 똑같다. 밤이 귀하던 시절에 우포주민들은 이 물밤을 제사상에 올렸다고 한다), 가시연꽃(주름이 많은 둥근 잎은 20cm에서 큰 것은 2m 정도까지 자란다. 7 -8월에 가시돋친 꽃자루에 자주색 꽃이 핀다), 노랑어리연, 물옥잠(자생종이다. 우리가 흔히 관상용으로 키우는 부레옥잠은 외래종이다), 자라풀, 생이가래(잎모양은 아까시잎처럼 생겼고 잎 표면이 올록볼록하게 돋아나있다)
물 속에 잠겨 사는 식물은 붕어마름(소나무 잎 같은 가는 잎들이 빽빽하다) 미역처럼 생긴 말즘(나물 무침을 해먹는다고 함), 검정말 등이 있었다. 수생식물들이 매우 많이 있었는데 종류도 많고 넓은 늪지에 끝없이 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 풀들이 물 속에 산소를 공급해주어서 물자라, 물벼룩(지표종,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 소금쟁이, 보리새우등 다양한 곤충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우포늪의 새들
우포는 봄과 가을에 남쪽과 북쪽을 이동하는 새들에게 풍부한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여 철새들이 이동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겨울철새: 큰기러기, 고니, 청둥오리, 쇠오리, 홍머리오리
♠여름철새: 쇠물닭, 물총새, 왜가리, 중대백로, 알락할미새
♠텃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딱새, 종다리, 노랑턱멧새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 황조롱이, 황새, 큰고니, 빛개구리매, 매 등
이 날은 선발대로 와 있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중대백로, 가창오리, 넓적부리오리, 고방오리(pintail 꼬리깃이 뾰족하다. 등을 보았다. 생이가래 같은 수면식물이 뒤덮여 있는 늪지대를 유유히 헤쳐가는 청둥오리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는 많은 자연의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왔지만 끌려온 기색이 역력한 두 녀석은 새벽에 나온 탓에 잠도 부족하고 또 춥다고 툴툴댄다. 어느새 햇살이 퍼지고 넓은 자연이 품고 있는 우포에서 풀도 보고 새도 보고 무엇보다 드넓은 우포가 아이들 마음을 도닥거려 주었나보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다니며 넓은 우포의 풀밭을 뛰어다닌다. 마치 밀림같이 수북수북한 풀사이 사이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막대기를 허리에 차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환해진 아이들에게 새공부 풀공부가 더 이상 공부가 될 수 없다. 이름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우포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