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수업 후 아이와의 잠깐 대화

2004년 10월 6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엄마 오늘은 해설팀서 뭐하고 왔어?”
(아들은 팀이 무척 중요해서 보통 엄마다니는 데를 해설팀이라고 부름)
“새에 대해서 공부했지…”
그러나 지금 당장 데리고 나가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흰뺨검둥오리가 어떻고, 쇠오리가 어떻고, 왜가리가 어떻고
이야기 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스쿠프를 통해 훔쳐 본 세상
생명의 눈동자,
부리에 걸쳐져 햇빛을 튀겨내는 은빛 먹이감,
목덜미의 본능적 꿀꺽임,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염히 감도는 우아한 곡선의 미학
이제 그냥 새가 아닌 생명들이었습니다.
아빠도 늦게들오는 저녁상 쫌 아무렇게나 먹으며
반찬 하나는 영양가 있는 이야기로 대신 했습니다.
‘넌 앞으로 엄마에게 이 겨울 내내 질질 끌려다닐 줄 알아라…’
속으로 되뇌이며
새를 대하는 기본이나 알아라 생각하고 해 준
생명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질~질의 전초전인지도 모르고 놈은 웃으며 듣고 있더이다)
이야기 하나.
난에 꽃을 피우고 싶으면, 아주 오랫동안 물을 안준단다.
거의 바짝 말라가기 일보직전 까지 미안하지만, 물주기를 참아야 해.
그러면 신기하게 꽃이 핀단다.
왜?
죽어감을 아니까,,, 죽고 싶지않고,,,
꽃을 피워서 자신의 에너지를 마지막으로 불태우는거지.
물론 우린 난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제서 물을 주어야 할꺼야…
사람은 참 잔인하기도 하지…
그져 바라보는 꽃을 보고자, 식물의 운명을 갖고 장난을 치니까…
식물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사람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동원하는거란다.
그냥 그것들의 생리니까 저절로 피고지는 것이 결코 아니야.
이야기 둘.
똑같은 이치는 또 있어.
새는 원래 날아다니는게 새라고 하지만,
가만히 물가에 앉아있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일을 할 때,
새들은 또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단다.
일부러 새들이 날아가는 걸 보고싶다고,
워~~~~~~~이 워~~~~~~~이 하고 외치는 아이들이 많아.
새들은 놀라서 곧 날아오르지.
아이들은 그걸 보고 와~~~~~~~~예쁘다….하며 좋아하고.
(아들놈이 특히 가만 앉아있는 꼴을 못보는 새:비둘기)
하지만, 게들은 놀라서 난다는 것이 또 엄청난 에너지의 소모야.
또 스트레스가 쌓이는거구.
인간이 지구상에 살아가려면,
자연과 공존해야 해.
엄마와 너는 잠시 이 땅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가 있는 자리를 빌리는 것 뿐이야.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그들의 생활이나 그들의 습성을 인간이 이해하고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인간만을 위한, 인간의 편리와 눈요기만을 위한
나무와 풀, 새와 동물들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 꼭 기억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