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수업을 내것으로 만든 날

2004년 10월 4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오늘은 아들놈 개교기념일이라 데꼬 산엘 올라보았습니다.
햇살 아랜 따갑고, 그늘은 쌀쌀해서
구멍 비집고 나오는 땀마져 살랑한 바람에 금새 말라버리고
땀 닦을 손수건일랑 가을볕에 민망해 할까봐 배낭 깊숙 쳐넣어버린 한낮.
헥헥 가쁜 숨 몰아쉬며, 앞사람 엉덩이만 쳐다보며 오르던 산길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이야기를 뱉어내게 하는
알궁달궁 재미난 산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함께 붙어있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를 보렴.
저렇게 하늘을 향해 쑥쑥 커나가다가 결국은 한 나무가 죽게 된단다.
그게 어떤 나무일 것 같니?
*소나무가 훨신 오래 사니까 상수리나무겠지.
아니야, 소나무는 오래 살지만, 더디게 큰단다.
소나무 보다 더 빠르게 자라는 상수리나무가 햇빛을 더 많이 받고, 큰 잎으로 더 넓게 받게 될 것이고, 소나무는 결국 햇빛을 많이 못받아 부실해지면서 언젠가는 죽어버리고 말거야..
길옆의 소나무와 안쪽의 소나무에 솔방울이 왜 저렇게 차이가 나지?
*씨앗을 많이 퍼뜨리려고 그러지.
맞았어. 네가 지금 밟고 있는 뿌리좀 봐.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보니까 흙이 다져지고,
빗물에 흙이 쓸려내려가서 뿌리가 앙상하게 올라와있지?
너무 시련이 크다보니까 자기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자식이라도 많이 낳아 자기의 생명을 이어볼까하는 마음에서지.
봐라, 생긴 것도 참 못생겼지? 곧게 뻗은 소나무는 솔방울을 굳이 만들려고 애쓰지않아.
지금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하지만, 이 못생긴 소나무는 삶이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위로 크는 나무지만, 위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 나무의 피부 사이사이에 정아라는 눈으로 수염난 것처럼 이렇게 이파리를 내보내고 있는거야. 이파리를 통해서 가지라도 좀 만들고 뻗어서 살아보려고…
네가 엄마 속을 너무 많이 섞이다보니 엄마가 자꾸 흰머리가 생기잖니, 말 잘들으면 엄마도 다른엄마들처럼 예쁘게 나이를 먹을텐데…
*잉~~~~~~~~~~
저기 팻말에 이렇게 씌어있구나.
“못난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무슨 말일까?
*몰라…
잘 나서 유학까지 다녀온 자식일 수록 부모곁을 떠나지… 못난 자식은 결국 부모를 지킬 수 밖에… 예쁘고 곧게 자란 나무는 가구나 무엇을 만들기에도 적당해서 베어가기 딱 제일이야. 결국 구불구불 못생긴 것들은 사람눈에 들지도 못해 오래오래 산에 남아있을 수 있고, 그래서 조상의 산을 지킬 수 있다는 거지…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참 많지?
솔잎이 두개면 빠알갛게 보이는 적송, 세 개면 니기다소나무, 다섯 개면 잣나무라고 하지.
소나무처럼 잎이 뾰족한 것들은 추위에 잘 견디는 나무들이야. 추운지방에 있는 나무들은 햇빛을 더 많이 받고 싶어서 겨울까지 잎을 갖고있는 것이고, 이파리가 넓으면 추위에 얼어버리니까 바늘처럼 뾰족하게 해서 작은 면적으로 사방의 햇빛을 받기위한 방법이지.
그러나 이 나무들도 결국은 잎이 넓은 활엽수들에 밀려날 수 밖에 없어.
아까 말했듯이 산에서는 쉴새없이 자리다툼과 햇볕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지?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기후도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옛날보다 덜 춥고… 당연히 소나무군들은 점점 없어지고 있단다.
지난번에 부산 해운대 갔을때 동백섬에서 본 동백꽃 들은 겨울에 남쪽지방에서 피는 꽃이거든. 그런데 이런 꽃들이 중부지방에서 막 피어나고 있어…
*가을인데 떨어진 도토리가 왜 없어?
상수리나무하고 굴참나무는 보통 2년에 한번씩 열매를 맺는단다.
사람들이 도토리묵한다고 죄다 주어가다보니 다람쥐마져 먹을게 없다고들 하지.
하지만, 여기 보이는 나무들은 곧고 아주 큰 나무들이지?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서 적당한 간격으로 다른 나무들과 자리싸움을 하지않아도 될 만큼 행복한 애들이야.
그러니 열매를 맺는 일에 그리 신경을 쓰지않아도 되다보니까 도토리를 많이 안만들수밖에…
참나무의 종류를 말해볼까?
*그건 알아 엄마. 굴참 졸참 갈참 신갈 떡갈 상수리나무 모두 여섯 개야.
정말 잘 아는구나.
너 코르크 알지? 포도주 병따다가 엄마가 잘못 돌려 짓이겨놔서 가루가 들어가고 하던것말이야. 굴참나무의 수피를 떼어내면 코르크로 쓴단다. 만져봐. 폭신폭신하지?
참나무들은 잎이 어긋나고,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생겼지만, 굴참나무는 특히 밤나무잎하고 많이 비슷해.
이렇게 큰 나무들은 우리 키의 한 10배도 넘겠지?
이런나무들을 교목이라고 해. 아주 커다란 나무들이지.
하지만, 사람키 정도로 2m가 안되는 나무들은 관목이라고 한단다.
식목일날 꽁짜로 나무를 나누어준다고 하면서 이렇게 얘기하잖아.
단풍나무 관목, 벚나무 관목…이렇게 말이야.
숲을 아주 잘 가꾼다는 말이 무슨 말일것 같니?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 나무를 베지않는 것…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그런데 숲을 잘 가꾼다는 것은 무조건 나무를 안베고, 안꺽고 하는 일이 아니야.
조림을 잘 한 북유럽의 숲사진 봤지?
나무들이 잘 자라려면 햇빛을 적당히 받을 수 있는 면적이 필요해.
1평에 다닥다닥 나무를 심어놓은 것을 계족산 올라가다 봤지?
산불이 나서 홀라당 다 타버린 산에 어린 소나무를 심어놓았던 것…
*응, 봤어.
근데 그 나무가 아주 어른나무가 되었을 때 생각해봐.
그 나무들이 너무 촘촘히 있다보니 가지들이 서로 부딪히고, 햇빛도 제대로 못받고…
나중엔 통털어 모두다 제대로 크질 못하게 되.
나무를 아주 크게, 굵게, 풍성하고, 푸르게 만들려면, 적당히 솎아줘야 된다는 거지.
*솎아주는게 뭐야?
자른다는 거지…
틈실하게 커나가는 나무 옆에서 자꾸 귀찮게 할 것 같은 나무는 베어주고,
너무 틈이 많다 싶으면, 또 심어주기도 하고…
인간이 더러 숲을 도와주기도 해야한다는 거지.
그런데 굳이 사람이 안해도 자연은 자기 스스로 하기도 해.
지난 3월에 눈 엄청 많이와서 산에 있는 나무들이 많이 부러졌지? 뿌리 째 뽑히기도 하고.
좀 안타까웠지? 아까웠고,,,
그런데, 똑같이 내리는 눈 맞고 다른 나무들은 모두 멀쩡한데 왜 뽑히고, 부러지고 했을까? 부실해서 그래. 크면서 너무 시달림을 많이 받았다던지, 햇빛등이 부족했다던지 등등으로 건강하지 못해서 결국은 그렇게 된거야.
인간이 할 일을 자연 스스로 해서 적당히 건강하지 못한 것들은 도퇴시키고 만 거지…
우리나라는 전체국토의 65%가 산이란다. 그리고 세계에서 보기드물게 나무가 울창한 숲을 갖고있는 경우지. 참 자랑스럽지?
근데 불행하게도 나무를 전부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지방에서 수입을 해다 써.
우리나라하고 일본이 대표적인 열대지방 숲 파괴국이래.
일제시대 때 일본이 산에 있는 나무들을 죄다 베어서 자기나라로 가져가기도 하고,
전쟁물자로 쓰기도 했고, 또 우리나라는 연탄이라는 걸 쓰기전이라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하다보니 우리나라사람들도 닥치는대로 나무를 베었고.
그래서 그 시대의 사진들을 보면 나무들이 없는 대머리산 곧 민둥산이 대부분인걸 볼 수 있어.
우리나라가 그 이후부터 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제 그 나무들이 큰지 3-40년 밖에 되지않거든, 나무를 베면서도 나무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려면 100년은 있어야 한대.
그러다보니 나무는 많지만, 벨 나무가 없는 산이 바로 우리나라 산인건야.
하지만, 일본은 안그래.
산에 나무도 많고 전쟁을 자기 땅에서 하지않았기 때문에 나무도 굉장히 오래된 게 많지. 베어도 되는 나이의 나무들이 엄청 많아. 근데도 안베는 이유가 뭔지 알아?
자기의 산은 아껴두고 남의 나라의 산에 나무들만 베어 수입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미래를 위해서야.
미국이 자기땅의 석유는 잘 모셔두고 중동의 석유를 수입하고, 급기야는 이라크의 석유를 탐내고 하는 이유와 똑같지.
미래는 자원전쟁의 시대야. 자기것을 비축해두었다가 나중에 더 이상 남의 것이 바닥나면 그 때 자기 국민들만은 편안히 쓸 수 있고, 남의 나라에 비싸게 팔 수도 있고.
정말 현명한 나라들이지?
잘 사는 나라일 수록 앞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운단다.
우리나라도 얼른 그런 선진국이 되어야할텐데…
여기 가시있는 나무 만져봐. 아프지?
며느리밑씯개라고 해.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시어머니랑 며느리 관계는 좀 안좋다고 하거든?
미운 사람에게 가시있는 풀로 똥꼬 닦으라고, 그래서 피가 줄줄 나라고…증말 못됬지?
*응. 정말 따가워….근데 왜 시어머니랑 며느리랑 안좋아? ………………………..(설명이 안됨)
며느리짜가 붙어있는 풀들은 거의 다 가시가 있다고 보면 되.
가시가 왜 있게?
*자기를 보호하려고 그러지.
맞아. 특히 어린 순들은 아주 맛있대. 어른들이 고추장 찍어먹는 두룹 알지?
두룹도 자기를 보호하려고 가시가 있지.
초식동물들이 주로 먹는 풀들이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시가 있지.
찔레나 가시나무같은 것들…
찔레가 왜 찔레인지 알아?
찔리니까 찔릴레…찔리레?…찔..레….하하하하하하하하
뽕나무는?
*나무가 방구 뀌나?
아니야, 뽕나무 열매가 오디거든, 오디를 너무 많이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온대….아아아아아아
참나무는? 참이 진짜라는 뜻이거든. 참말이야 할때….진짜나무…
길거리에 있는 프라타너스는 열매가 방울방울 열렸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방울나무라고 하고, 수피가 얼룩얼룩 딱징이 진 것 같다고 해서 남쪽에선 버듬병 걸린 버즘나무라고 한대.
이건 국수나무야, 껍데기 사이로 철사를 집어넣고 밀면 하얀 국수가 나와.
집에 가서 엄마가 철사 집어넣고 해 보여줄께…
엄마가 이렇게 나무를 꺽는것은 너에게 보여주고 실험을 하기위해서 꺽는 것이라 잘못하는게 아니야.
의사도 해부를 해봐야 사람을 고치지…
사람도 자연을 제대로 알려면 더러는 잎도 따보고, 꺽어도 보고, 문질러서 냄새도 맡아보고, 맛도 보고 해야되.
무턱대고 하는 짓이 아니면, 나무도 자신을 알려고 하는 사람에게 그 정도는 아프다고 하진 않아, 오히려 고마워할 수도 있지…
*??????
나무나 풀 이름들은 참 재밌는게 많아,
한자어보단 순 우리나라 말이 많치.
옛날에 양반들보단 머슴이나 평민들이 산에 돌아다니면서 나무도 하고, 들에서 농사도 짓고 했잖아. 그러니 한자도 잘 모르고 우리나라 글도 잘 못 읽고 하던 사람들이 이름을 짓다보니 이름들이 좀 웃기는거야. 모양을 빗대어 짓기도 하고, 평소에 보기싫은 사람을 빗대어 이름을 짓기도 하고,,,
엄마가 더 많이 공부하면 그때 더 많이 일러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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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덜놈과 하는 오늘의 산행은
그동안 해설가수업을 통해서 얻어들은 많은 것들이
진정으로 내것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눈에 들오는 나무들에게도 부대끼며 갖는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음을 상기시켰고,
옷깃을 비껴가는 풀들의 존재를 결코 가벼이 하지않았습니다.
우리를 둘러 쌓은 숲, 우리국토의 숲에 대해서
아이에게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환기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가자는대로 산으로 향했지만,
다음은 냇가로 나가보렵니다.
이 가을이 잎과 꽃을 전부 다 태우기 전에
문득 할 일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빛깔이 퇴색되었을지언정 온전한 옷을 입은 자연이
그래도 헐벗은 산내들의 모습보다는
아직 할 말이 많기 때문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