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섯 번째 강의인데 한번 답사를 빠졌더니 꼭 휴학생같이 감을 못 잡고 있다. 다섯 시간의 현장학습을 무사히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집으로 도착하니 출발했을 때보다 몸도 마음도 가볍고 상쾌하다.
갑천을 향해 출발하며 정기영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들을 올려드립니다.
대둔산(큰 두메의 산)의 유래
대둔산의 바른 이름은 순수한 우리말은 ‘한듬산’이다.
이 한듬산을 漢字化한 것이 대둔산이어서 ‘듬’의 뜻이 들어 있지 않고 다만 ‘듬’과 비슷한 한자를 음화 한 것이 ‘둔’이므로 그 ‘둔’자가 한자로 어느 자 이든 상관이 없는 것이다.
벌곡, 가야곡 등 일부 논산사람들은 그 쪽에서 보는 한듬산의 모습이 계룡산과 비슷하지만 산태극 수태극의 대명당자리를 계룡산에게 빼앗겨 한이 되어 ‘한이 든산’의 뜻으로 한듬산이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한듬산의 한을 크다는 대(大)로 하고, 듬은 그 소리만을 비슷하게 둔(芚), 혹은 둔(屯)으로 해서 대둔산(大屯山)이 된 것이다.
둔치와 배후습지
이수·치수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둔치와 배후습지를 들숨과 날숨이라 누군가 이야기하셨다며 말씀해 주셨는데, 어떤 분이 저런 생각을 했을까 차창 밖을 내다보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로 갑천변을 걷다보면 배후습지를 지나고 나면 천의 물이 훨씬 깨끗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그곳은 작은 곤충들과 식물들이 많아 새들도 자주 내려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천이 건천화하는 이유
땅들이 콘크리트와 도로 포장으로 인해
천들의 직선화로 인해
특히 상류쪽의 건천화는 상류의 식당, 공장에서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아 쓰고 있으므로
터널 공사를 반대하는 이유
터널구간을 만들면 그 위에 자라던 식생이 말라죽고 그 식물을 먹이로 하거나 보금자리로 하는 작은 동물들이 떠나 그로인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터널도 많다하고 지나던 나의 무지가 부끄럽다. 조금 더 배려하고 생각하며 함께 공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리라.
가장 기억에 남는 중보실 마을
중보실은 하보실과 상보실의 중간에 있어 중보실이라 하며 물을 막아두는 보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특히 돌담과 함께 작은 도랑물이 흐르고 담으로 호박 넝쿨이 늘어진 정말 예쁜 마을 이었다. 그곳에 살면 저절로 얼굴이 맑은 사람이 될 거 같다. 어릴 적 기억 속에 있는 빨래터 그리고 빨래 방망이.
넓은 마루에 손자를 데리고 정담을 나누시는 두 할머니의 모습이 부드러운 건 이곳에 빨래터와 함께한 작은 도랑이 있어서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