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갑천기행은 대전유등천 기행에 비해 사실 조금 긴장이 빠졌었나 봅니다.당연히 바로바로 받아적거나 기억하기도 게을리하다보니 일정이 지나갈 수록 많이 소홀해졌구요.
아래 선생님들의 글을 읽다보면 저는 세번째 차에 타고 따라다녔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선생님들의 자세한 답사기행이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되어 무척 안심할 수 있었으며 제자신 깊이 반성하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빡빡한 일정관리에 애 쓰시는 두분 선생님들에게도 죄송했구요.
첨 출발하면서 가졌던 충실함으로 중보실마을까지만 몇자 써내려가다가 얼마 못가 이은숙선생님의 답사일지로 제 노트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1.갑천의 원류를 가기위해 유등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갑천의 시작점인 대둔산으로 가기위해 우리는 대전의 남쪽 가장 움푹 들어간 안영동 길로 차를 몰았다.
쟁기봉 아래 1200m 구간에 이르는 유등천의 자연하천구간은 음이온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여울과 4m 높이여의 버드나무들이 천연의 하천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관이었다.
금산과 시경계를 이루는 새고개를 넘어서면서 복수면 구만리가 시작되었고, 천비산 넘어에 수달이 살고있다는 놋점골로 흘러들어가는 유등천이 왼쪽으로 흐르면서 달리는 차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금산가는 4차선 국도건설이 한창인 가운데, 대둔산 자락이 북쪽으로 뻗으면서 만들어놓은 높고 푸른 천연림이 많이도 파괴되고 있고, 그로인해 맑고 깨끗한 유등천이 해를 입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도 되는 아침길이었다.
수량이 풍부한 지량리를 지나고, 신대1리를 접어들면서 도로 양쪽을 마주해 쌓아올린 돌탑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것으로 그 맥이 아래로는 전라도의 완주 임실 순창까지 내려가고 위로는 동구지역까지 같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제 유등천의 본류와 안녕하고 복수면 막현리로 우회전하면서도 새로 만난 유등천의 지류는 계속 쫒아오고 있었다.
대둔산 태고사 쪽 고개에 이르자 비로소 유등천의 지류는 끝났고 장군약수터의 원류에서 내려오는 갑천이 흘러가고 있었다.
2.갑천의 원점인 장군약수터를 기약하며
빠듯한 일정 때문에 태고사 들어가는 매표소까지만 도장찍고 돌아나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언젠가는 꼭 가봐야하는 장군약수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태고사가는 길로 올라가다 왼쪽으로 갈라져 한참을 올라가면 장군약수터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수락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보다 더 상류에 있다하여, 갑천 원류의 시작점이라고 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다녀온 바가 있는지라 이 곳을 직접 와 보고, 이 물을 떠 마셔보지 않고서는 갑천을 다 알았다고 보기 힘들것이다.
이 물은 특1급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달고 시원했고, 1시간 이상을 고행하며 올라 온 보람을 주기에 충분한 산의 선물이었다.
수락계곡이 시원한 여울계곡을 끼고 걸어들어가는 산행이라면, 장군약수터는 냇물 한줄기 보이지 않는 마른 산행 끝에 발견하는 한줌 물의 위대함이랄까.
바위틈 구석서 졸졸 흘러내려오는 그 시작이 금강으로 향하는 그 원대하고 위대한 여행의 시작이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있게 다가오는 감동이 될 것이다.
3.빨랫터가 새삼스러운 중보실마을
수락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일단은 행정저수지로 모여들고, 이물은 거막바위가 있는 곳에서 장군약수터에 내려오는 물과 합해진다.
느티나무와 선돌의 허리에 새끼줄(금줄)을 친 상보실마을을 지나 중보실마을로 접어들면서 갑천의 물은 처음으로 인간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마을의 담벽도랑으로 물길을 따로 내어 흘러가는 물로 하여금 가가호호 개인빨랫터의 용도를 제공하고, 논물을 대는 농업용수로, 나머지는 다시 갑천의 품으로 되돌려주는 독특한 지혜를 꾀한 마을.
보통 냇물을 이용한 공동빨랫터만이 지금도 깊은 산골이나 옛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반해, 각각의 대문앞을 지나게 해서 각자의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희안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4.이하는 이은숙선생님의 답사일지에 저도 의지합니다. ㅎㅎㅎㅎㅎ
우리 선생님들 올 추석은 모두 건강하고 웃음이 있는 행복한 명절로 나시길 기원합니다.
안여종선생님과 정기영선생님도 추석 잘 보내시고, 계룡산 종주 잘 마치시길 바라고요.
니길니길 기름진 탕국, 부침, 나물 들.
쉬어서 아깝다고, 남겨서 아깝다고
다 몸에 넣지 마시고,
몸무게 쬐끔만 불려서
금욜날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