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동 도선바위
평촌동에는 도선바위라고 하는 바위가 하나 있다. 신라 말기 풍수에 능해 왕건의 개국을 예언했다는 도선스님이 이곳의 지형을 살펴보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이 바위 위에서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벌에 있던 바위를 지금은 평촌동 마을회관 앞으로 이전했는데 받침돌이 없어진 고인돌의 덮개석으로 추측하고 있다. 평촌동 앞을 흐르는 내가에는 물을 정화해주는 마름이 퍼져 있다. 또 미약하나마 왜개연꽃이 조금 피어 있었다. 양산교 아래에서는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지만 흔하게 보이지 않는 연꽃인데 여기서 보니 반가웠다.
미리미 마을
평촌동을 지나 용촌동 미리미 마을에 들어섰다. 미리미는 용의 고어 ‘미르’에서 비롯되는데 이 마을 입구에 있는 용머리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서 생긴 이름이다. 또 마을 입구에는 용처럼 생긴 용산이 있어서 용이 누워있는 모습같아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용머리 바위 아래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데 마을나무로 지정되어있고 300여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 옆에 옛날에 없어진 정자를 다시 세운 용촌정이 있다..
원정마을에 들어가서 느티나무 그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원정마을에 들어올 때 원정구름다리를 올라왔는데 다리 위에서 아래를 보면 구름아래 펼쳐진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물이 돌아 나간다는 무도리 마을을 지난다. 물길을 따라 가다보니 흰뺨검둥오리가 떼를 지어 물위에 떠있다. 우와 많다! 몇 마리나 될까? 한 마리 두 마리… 세는데 옆에서 “백 두 마리야.” 한다. “언제 셌어?” 깔깔깔 터지는 웃음소리. 뭐야 진짠줄 알았네. 선생님이 개체수 세는 방법을 알려준다. 떼지어 있는 새를 셀 때, 한뭉텡이 단위로 세어서 추측하는 방법이 있단다. 아, 그런 비법이 있었구나.
정방이 마을
미리미의 북동쪽에 있는 마을을 정방이, 혹은 정방리라고 한다. 백제를 멸망시킨 소정방과 얽힌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소정방이 이 마을에 진을 치고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당시 마을 사람들을 성 쌓는 일에 강제노역을 시켜 정방리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정방이 마을은 대둔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계룡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이 두계천은 논산시 두마면(豆磨面)의 豆자와 계룡산(鷄龍山)의 鷄자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야실마을, 거문들(琴坪) 흑석동
두계천과 만난 갑천이 제일 처음 닿는 곳이 야실(冶室)이다. 고려시대에 대장간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야실마을에는 이 마을 할아버지가 직접 심었다는 62년된 느티나무가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의 쉼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마을 들판이 거문고를 타는 형상이라고 하여 이름 붙은 거문들이 검은돌로 잘못 전해져 흑석동이 되었다. 흑석리에는 바깥물안과 안물안이 있는데 흑석리 유원지가 조성되어 더위가 한창일 때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은 보 아래에서 다슬기를 잡는 사람만 둘 보인다.
노루벌
흑석리를 지나 둑길을 달려 노루벌에 내렸다. 갑천이 북쪽으로 흘러가다 노루산과 벌판을 감싸 안 듯 휘어져 흘러가는 곳이 노루벌이다. 구봉산에서 내려다보면 벌판 한가운데 자리한 산이 마치 노루가 뛰어가는 형국이라 하여 노루벌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강가에 자갈밭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한여름에 피서객들이 얼마나 다녀갔는지 울퉁불퉁한 자갈밭이 평평하게 다져져 있다. 얼마 전 내린 비로 물은 더 깨끗해져있고 물 속에는 피라미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그런데 저 머리통이 큰건 뭐지? 악 그건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란다. “모든 물고기를 다 잡아먹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그 황소개구리라고? 그러니 올챙이도 클 수 밖에. 그러면 저 놈들이 개구리가 되면 어찌 될까? 너희들 세계정복의 음흉한 꿈을 꾸고있냐? 우리 평화롭게 살자.” 라고 속엣말을 해보았다.
봉우리가 뾰족뾰족 어깨를 걸고 이어져있는 구봉산이 멀리 보이고 봉우리 위에 구각정이 손톱만큼 작게 보인다. 흐르는 물 옆에는 습곡과 지층으로 이루어진 산이 같이 달린다. 그것은 옛날 여기가 바다였기 때문인가?(선생님 설명을 놓쳤다. 다시 알려주셈).
노루벌에서 <대전플러스>에서 우리를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과 만났다. 매우 쑥스럽고 어색한 촬영을 간신히 했다.
괴곡동 느티나무
노루벌에서 휘돌아 내려오던 갑천은 다시 동쪽으로 굽이를 돌아 괴곡동에 이르른다. 괴곡동의 고리골은 파평 윤씨의 세거지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느티나무가 있다. 수령이 650년인 이 나무는 대전시에서 市木으로 지정해 놓았다. 오래 된 나무인지라 나무구멍이 크게 난 것을 특수재료로 막아 놓았는데, 그건 시멘트로 바른 것이 아니라고 한다. 특수한 재질이라 굉장히 비싼 그 마감재 덕분에 나무가 병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옛날엔 이 느티나무 아래에 도랑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 마을을 지나던 옹기장수가 이 나무 아래에서 그네를 타다가 도랑에 풍덩 빠져서 이 도랑을 ‘어풍덩’이라고 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를 보고 한 해 농사를 예측해 보는데 봄이 되어 나무의 새순이 한꺼번에 파릇하게 돋아나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고 새순이 밑에서부터 차례로 위로 돋아나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650년의 세월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묵묵히 서 있는 저 나무가 일년 농사 한번 내다 보는 것쯤이야 식은죽 먹기 일 것 같다. 사람이 아무리 영리하다고 하나 자연의 지혜로움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이날 일정은 여기에서 우선 마쳐야 했다.
원래는 갑천이 금강과 만나는 지점까지 가 볼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다음으로 미루었다.
답사를 안내해주신 슈퍼맨 안여종선생님, 정기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서 답사를 이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같이 하신 선생님들께도 감사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넉넉한 한가위가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