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가 수업 첫 번째 현장수업은 대전천과 유등천답사.
가을볕이 제법 따가운 가운데
천을 따라가며 전반을 아우르는 해설과
호젓한 가을들꽃을 벗 삼는 산골여행으로
모처럼 아이와 가사를 잊어버릴 수 있는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앞서 이은숙선생님의 꼼꼼한 답사 문을 바탕으로
일정을 접하며 개인적으로 또 새롭게 관심 갖게 된 몇 가지를
차후 해설교육에 참고하고자 정리해봅니다.
1. 대전천
1)대전천 상하류의 급수 의미
대전천은 옥계교를 기점으로 유등천합류점(삼천동)까지 총 7.7km의 대전 유일 지방1급 하천이다.
여기서 1급은 수질을 분류하는 급수가 아니라
지방의 공공 기여도와 밀접한 관계 여부에 따르는 급수이다.
따라서 대동천, 완전 복개되어 안보이는 대사천이 바로 대전천으로 유입하는 지방2급하천이고 만인산 봉수래미골에서 발원하여 옥계교까지의 대전천구간 역시 2급하천인 것이다.
대전천 하류는 지방하천 1급이고 상류는 지방하천 2급이라는 의문을
수질의 분류가 아닌 하천을 구분하는 분류로 설명해줄 수 있다.
2)둔치의 역사적 의미와 오늘
대전의 초기발전의 중심지 안에서의 둔치의 역할은
불특정 대중에게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추억의 사진들 속에서 중촌동 금성백조아파트 (옛 형무소) 아래는 재건대로,
선화교(옛 영교) 아래는 집회장소와 아낙들의 빨래터로,
원동(현 동구청 앞) 제방은 염색옷 말림 터로,
목척교 아래는 고기를 구워먹는 쉼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지금은 대중을 위한다는 근본은 같되
내용과 내용이 갖는 수많은 문제점이 다르다면 다를까.
대전교통해결의 방안이라고 해서 하상도로가 둔치와 하천을 경계하고 있고,
물 한 방울 들어가지 않는 콘크리트로 만든 주차장, 포장마차
그리고 인간만의 휴식을 위한 잔디공원으로 조성되어
하천 본연의 자정작용을 위한 둔치의 역할은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3) 호안
대전천 하류에서 대동천 합류지점(현 보문고)까지는
철마다 유채나 코스모스 같은 식물들을 식재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면적을 갖고 있어 굳이 저수호안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서 평화원 앞의 경우는
천연의 갈대나 물속에 산소를 주는 고마리 군락 등 식생식물들로 인해 피라미 등의 어류, 쇠백로,중대백로, 쇠오리, 텃새화 된 흰뺨검둥오리 등의 조류들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옛 영교 위쪽으로는 하상도로와 주차장, 포장마차 등
상업적 용도로까지 면적이 확대되다 보니
대전천은 우무라들대로 오무라들은 볼품없는 개울물로 전락되고 만다.
우리가 간신히 한 줄로나 걸어야만 갈 수 있는 좁은 길이나마
금년에 식생호안을 설치하여 갯버들이 구멍 안에서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수질의 자정작용을 도울 수 있게 했으니 여간 다행스러울 수 없었다.
차후 아이들에게 숨어버린 목척교와 재미있는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다리들을 보여주고,
햇빛이 안 들어서 죽어버린 다리밑,
그리고 거기서 서생하는 야행성 해오라기를 보여주는 기쁨을 위하여,
달리는 차로와 우거질 갯버들 호안 사이에서
위험천만 외줄타기 관찰이지만 감수해야만 한다.
3)우수토실과 하수관거
우수토실은 천으로 흘러드는 오수만을 뽑아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별도의 중간 하수처리장치로 평소에는 빗물오수가 우수토실로 빠져나가고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의 무게로 인하여 뚜껑이 닫힘으로 해서 처리하수량 이상의 빗물은 바로 하천으로 방류, 처리시설의 극대화를 꾀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이 우수토실이 자칫 오작동한다면 빗물과 오수가 하천으로 그냥 방류됨으로 해서 하천은 큰 부작용을 안을 수 있다.
지난여름에 변동복개천(도솔천? 복개천)의 우수토실에 퇴적물이 끼는 바람에 우수와 오수가 한꺼번에 쏟아져 유등천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바로 그런 경우다.
따라서 우수토실은 유수량이 적은 하천이나 도랑에 적용됨이 바람직하지, 장마 시에 유량이 너무 많은 하천입구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대전시의 하수관거는 빗물과 오수를 같은 하수관으로 보내는 합류식관거 중심에서
빗물과 오수를 분리하여 하수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분류식관거 설치로 전환해 나가는 시점이라고 한다.
합류식관거는 미정비된 관망과 노후화로 인해 지하수와 더러운 물이 과다유입,
하수처리장 유입하수의 수질을 낮게 하고, 하수처리의 효율 저하, 처리시설 용량부족 등의 원인을 갖고 있다.
처리장에서 최종 방류하는 수질은 5급수라는 말을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이것이 갑천과 합쳐져 금강으로 보내진다고 볼 때,
하수처리 비용 절감의 노력은 국민의 혈세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고,
처리수질의 향상으로 인해 방류수질도 좋아
갑천의 물을 근원적으로 깨끗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2. 유등천
1)유등천의 지방 2급 하천들
유등천은 만인산의 시계를 시작으로 갑천합류점까지 15.5km 구간의 국가하천이다.
산내 운전면허시험장쪽(보문산 남쪽)을 시작으로 보문산을 한바뀌 돌아가다 보면,
식장산 송신소 탑의 전경을 뒤로 하며 소호동고개를 넘는다.
이곳을 기점으로 해서 한쪽은 대전천으로 한쪽은 유등천으로 흘러가는 금동천을 만난다.
장적동에서 시작하는 금동천이 유등천의 시계 안쪽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금동천이 흘러 정생천, 시루봉 남쪽의 구완천, 완전 복개되어 안보이는 과례천과 비래동에서 내려오는 복개천인 오정천과 같은 지방 2급 하천들로 모두 유등천으로 내려오는 지천인 것이다.
2)놋점골 수달
복수를 뒤로 한 천비산을 대전의 시계로 하여 구만리?에서 내려오는 유등천 상류에는 수달이 살고 있다는 천혜의 강원도 놋점골이 있었다.
야행성인 수달을 5-6년 전에 밭을 매다 접했다는 마을어르신의 말씀대로
실제 2년 전 남부고속도로 터널입구에서 6개월 된 아기수달이 차에 치여 죽었던 것으로 보아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수달은 모피를 얻기 위한 남획과 하천의 오염으로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행동권이 넓어 수컷의 경우 하천을 따라 7km, 암컷은 4km 정도를 돌아다니는데
아기수달 역시 그렇게 쏘다니다가 터널 밑에서 불빛을 만나 꼼짝없이 치어죽었는 듯싶다.
3) 정생리 미이라
지난 5월 이장을 하다 발견된 600년 된 미이라를 내시경으로 사인을 밝히는 보도를 얼마 전 접한 적이 있다.
미이라의 사인은 폐병이었으며, 다량의 부들 꽃가루가 소화기에서 발견되었고, 다량의 간디스토마 알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수달을 접하던 그 천변에 수질을 정화하는데 탁월한 정수식물인 갈대나 부들이 개망초나 미국쑥부쟁이, 버드나무, 고마리 등과 함께 널려있는 것을 보았다.
부들은 각혈치료에 쓰이는 민간약재로 쓰이는데, 유등천가의 부들과 이곳을 노니는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다 하니 유등천을 공부하는 본인에게 새삼 미이라가 의미 있는 대상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4) 다슬기
동물원을 돌아 나와 유등천을 다시 만나니 쟁기봉 앞 자연하천구간이라고 명명지은 곳부터 오량산(대신고 뒷산)을 끼고, 도마교를 지나 버드내 다리까지 물속에 손을 집어넣고 다슬기를 줍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접했다.
대전천에서는 언급되지 않던 다슬기가 유등천에서 비로소 보인 것이다.
민물고둥인 다슬기는 맑은 냇물의 돌 밑에 착생하는 것으로
이전에 유등 천에서 수영하고, 꽁꽁 얼어 썰매 타고 하던 추억을 되새겨 볼 때,
물에 좋은 버드나무가 풍부한 이 곳은
그래서 이전에도 깨끗하고, 지금도 쉬 깨끗해진 하천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5) 자연하천구간
유등천 순례를 하면서 자연하천구간을 두 군데 설명 들었다.
하나는 안영동 수산시장 옆 구간과 또 하나는 수침교 밑부터 용문교까지 1.2km구간이다.
안영동 구간은 산과 내가 함께 끼고 도는 추세인지라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혹 다슬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숲 쪽으로 반딧불이도 있지나 않을까…생각도 해본다.
원래 반디는 다슬기에 알을 낳고 뜯어먹고 사니까…
물론 다슬기가 있다고 해서 반딧불이가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딧불이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다슬기가 있는 것은 법칙.
그러나 안영동 구간은 숲을 끼고 있으니까 혹시 하는 추측일 뿐.
반면 수침교 구간은 대전의 허리랄 수 있는 커다란 수침교 아래에
그렇게 자연적으로 조성된 천연의 자연생태공간이 있었다는 데 놀라웠다.
대전시가 잘 한다고 논처럼 매끈하게 다듬어놓은 것을
제발 이 곳만은 참아달라고 애원해서 가만 놔둬주길 3년.
하천은 제가 스스로 자기의 귀소본능을 발휘하여 자기의 집을 지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적당히 드러나 솟아 앉은 바위,
제 멋대로 머리를 위 아래로 풀어헤치며 커나가는 갯버들,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속을 뱉어내며 쌓아올린 모래톱,
흐르는 물은 자갈을 선물로 가지고 내려오고,
자갈은 작은 여울을 물에 만들어주고…
이렇게 잘 지어진 숙소에
어찌 한 겨울 15종, 2000여 마리의 철새가 안 쉬어 갈 수 있겠는가…
그날도 왜가리는 여울바위 위에 앉아 열심히 날개를 말리며 인간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희들! 우리를 보호한다고 온 아줌마들이구나”
“그래, 이제부터 우리 친하게 지내자.”
“아줌마들아! 고맙지만, 우리를 위한다면, 아예 여길 안오는게 우리를 보호하는 거야…“
하는 듯 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