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가 많아서 버드내 – 유등천

2004년 9월 20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유등천 답사기 이어서 씁니다.
조금 전까지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컴 쳐다도 못봤습니다.
대전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유등천의 발원지는 금산군 월봉산에서 시작한다. 만인산에서 유등천으로 출발할 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아차 하고 생각났다. 어느 길로 왔는지 놓쳤다. 우아 나의 길치 감각이 야속하다. 자꾸 묻기 창피해서 그냥 실려 갔다.
잠시 후 우리는 산자락에(월봉산?) 둘러싸인 어느 마을에 들어섰고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한 넓은 내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내려 걸어 갈 건가 부다 하고 생각했는데 세차게 흐르는 봇물길 위로 스타렉스가 천천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와와와 순간 이어지는 환호!!! 여기가 침산동이라고 한다. 보를 건너니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자락이 강을 호위하듯 서 있고 강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천천히 흐른다. 2003년도에는 산 아래쪽 바위 옆에서 수달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수달은 주로 숲에서 생활하는데 강물에 물고기 사냥하러 나왔을 것이다. 숲과 강물이 서로 도움을 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는데 옆에 있는 분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강가 자갈밭 위에 길다란 뱀이 꿈틀거리고 있다. 모두들 징그럽다고 물러서는데 뱀의 꿈틀거림이 좀 이상하다. 재빠르게 움직이지도 않고 꼿꼿하지도 않다. 아니, 저런! 투망 얽힌 꾸러미에 대가리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잠시 후 그 뱀은 숨이 끊어져 버렸다. 왜 저런걸 강가에 버리고 가서 뱀을 죽게 했나? 뱀도 자연의 일부이건만… 사소한 일이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을 보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강가에는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저마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분홍빛 열매같은 방울들이 당글당글 붙어있는 꽃 고마리, 고마리랑 비슷하지만 벼이삭처럼 생긴 꽃 개여뀌, 연보라색 꽃잎의 쑥부쟁이(난 들국화 인줄 알았는데), 망촛대(소꼽장난할 때 이 꽃따서 계란부침이라 했다), 갈대, 또 내가 잘 모르는 풀들이 많이 있었다. 거미줄에 매달린 노란 배에 까만 줄이 공격적이게 생긴 거미도 보았다. 그 놈은 거미줄에 걸려든 많은 포획물들 중에서 무엇이 맛있게 생겼나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강가의 식물들은 오염물질을 깨끗하게 걸러주어 강물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는다. 오전에 본 도시의 대전천에는 그 어떤 수생식물도 볼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니 답답했다.
유등천 하류로 가기 위해 침산동을 떠나 보문산 길로 향하였다. 보문산 유원지가 있는 뒷길(?)을 지나고 뿌리공원, 동물원을 지나고 유천동 둑길을 달렸다. 버드내 아파트 앞을 지나며 보니 이미 유등천은 상류의 자연에서 노닐던 강물이 아니었다. 도시 속에 들어와서 시멘트 호안에 갇혀버리고, 둔치는 잔디밭으로 만들어져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점령당하고, 하상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포위되어 있었다. 버드내아파트 앞의 유등천에는 벌레 생긴다고 풀을 다 뽑아버려서 풀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유천동을 지나 도마교를 건너고 용문동의 수침교 아래에까지 와서 차에서 내렸다. 용문교에서 수침교까지 이어지는 1.2Km구간은 자연식생이 비교적 잘 보존 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구간에서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물총새가 2000마리 정도 살고 있다니 참 반가웠다.
유등천에는 유독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서 버드내라고 한다는데 글쎄… 버드나무를 보긴 봤나? 잘 모르겠다. 강 한가운데에 강물에 쓸려온 퇴적물이 쌓여서 섬이 생겨난 곳이 여러군데 있다. 그 안에서 왜가리가 젖은 날개를 말리고 있었다. 2003년에는 흑기러기(천연기념물)도 날아왔다고 한다. 수심이 다양해서 다양한 종의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아와 머물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 수 천 마리의 오리가 날아와 앉는 것이 장관이라고 한다. 또 가까운 남선공원에서 황조롱이 꾀꼬리도 왔다 갔다 하며 유등천과 이웃하여 살고 있다.
이제 유등천은 더 흘러가 삼천동에서 갑천 대전천과 만나 바다로 떠난다. 상류의 유등천이 자연생태계 그대로 살아 있는데 도시로 내려오면서 그 모습을 잃어 가는게 안타까웠다. 수침교 아래에서 본 하천은 그나마 보존하여서 여러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우리가 불편한걸 좀 더 참고 기다려야겠다.
가을이지만 더운 날씨에 고생하시며 답사를 안내하여 주신 안여종 선생님, 정기영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즐겁고 유익한 답사길에 함께 하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합니다. 수요일에 강의실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