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천에서 봉수레미골까지

2004년 9월 18일 | 갑천생태문화해설사

17일 대전천과 유등천을 답사했다. 강의실에서 지도로 보고 설명들을 때는 좀 모호했던 것들을 실재로 보니 명확했다. 길치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좀 썼다(kk).
대전천은 만인산의 봉수레미골에서 시작되는데 봉수샘에서 첫물이 나온다. 우리는 세 하천(대전천,유등천,갑천)이 만난다는 삼천동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만인산까지 답사하였다. 삼천동에서부터 영교 → 홍명상가 목척교 → 산내면허시험장 → 만인산의 봉수레미골까지 대전천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도시의 하천이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뭉개져 버리고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버려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무시해 버린 것을 보았다. 그래도 요즘의 하천정책이 과거 개발이 최우선일 때 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한 것 같다. 목척교 아래에 생태블럭을 사용한 호안을 두른 것은 그 노력의 예이다. 하지만 그 공사를 할 때에 대전천의 하상도로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하천의 생태계를 무시하고 강바닥을 삭(에그)뭉개버리고 공사했다니 원,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워 버린게 아닌가?
그래도 대전천에는 물이 조금이나마 졸졸 흐르고 물을 맑게 걸러주는 망촛대, 버들강아지, 갯버들 같은 풀이 자라고 중대백로, 쇠백로들이 먹잇감을 찾느라 강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분주했다. 아, 그리고 쇠오리도 봤는데 선생님은 겨울철새가 일찍 보인다고 했다. 아마 선발대로 와서 이곳이 살만한 곳인지 알아보고 있는 게 아닐까? 야, 쇠오리들아 니네들이 마음놓고 살 수 있을만한데가 아니라서 되게 미안하구나!(전에는 이런 생각도 안하고 살았네)
산내로 이동하면서 돌망태로 호안을 만들어 놓은 곳을 보았다. 돌망태호안은 제방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철사망태안에 돌을 채워서 호안을 두른 것인데 콘크리트보다 생태적이라고 선생님의 말씀(‘그럼, 도시도 그렇게 하면 안되나?’), 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이어지는 선생님의 멘트,
“그런데 단점은 철사가 부식되어 끊어지면 돌이 쏟아지고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거지요”
‘크아, 쉬운게 없구나…’
상류로 더 올라갈수록 하천은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구불구불 제멋대로(이게 뭐 어때서?) 흐르고 있다. 달리는 강물 옆에는 산이 동무하며 같이 간다. 육상생태계와 수상생태계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 아래쪽에 위치하면서도 상소동인 동네와, 위쪽에 있으면서도 하소동인 이상한 이름을 가지게 된 동네를 지났다. 그 이유는 예전에 상소동에 부자가 많이 살았는데 하소동이라는 이름이 부자인 자기네와 걸맞지 않아서 바꿨다나 뭐래나? 참 웃기는 사람들도 많다.
만인산 휴게소에서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점심식사를 했다. 출발하기 전 녹색연합 강의실에서부터 들뜬 분위기였는데 그 실체는 바로 점심도시락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화려하고 깨끗한 휴게소의 빨강 하양 파라솔은 다 버려 두고 그 옆의 오솔길을 따라서 만인산 산세가 탁 트인 야외무대에 식탁을 차렸다. 와!!! 김밥, 유부초밥에 잡곡밥과 맛난 반찬들.. 선생님의 당부말씀에 말 잘 듣는 학생들처럼 일회용품은 눈 씻고 찾아 봐도 없고, 아줌마들의 수다로 버무려진 맛깔진 점심을 먹었다.
만인산의 봉수레미골 아래에서 안여종 선생님에게서 많은 들꽃 이야기를 들었다. 잎이 붉게 물드는 붉나무, 산딸기 덩굴, 달개비, 쥐오줌풀(잎이 쥐발가락처럼 생겨서) 자귀나무, 사이좋은 삼형제 칡넝쿨, 물봉선, 스트로브잣나무 들 이었다. 만인산의 봉수샘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풀과 나무와 생명체를 만나고 흐르면서 강물이 되어 대전천을 이루는 것을 오늘 전체적으로 보고 느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그만큼 감동이 컸다. 이날 대전천 답사 후에 유등천 답사로 곧 이어졌는데 그건 잠시 후에 to be continue
길고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