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즐거워 기다려지는 해설가 수업의 세 번째 시간은
고공을 나는 하늘여행과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었습니다.
-비행-
대전의 그 드넓은 온 녘을 바로 내려다보기 위한 고도비행.
산줄기를 따라 이 산 저 산 이 재 저 재 넘어가다 보니
물에 끊겨 멈추고,
물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흘러 이 내 저 내 만나다 보니
내가 사는 곳이 보이고,
없어진 산두덩이나 문드러진 논밭 군데군데 흔적을 더듬으니
편평해진 들녘 찾고, 덮어버린 물길 찾고…….
역사와 함께 숨쉬다가 대전으로 머물게 된 그 땅을
내 눈에 모두 넣고 내려오니
비로소 내 사는 땅이 내 손바닥위에 그려진 느낌
정말 귀한 보물지도를 손에 쥔 뿌듯한 감동이었습니다.
-과거-
촌에서 내리 여섯 시간을 버스로 달려 이사 온 첫날,
엄마는 부라다백화점 시식코너의 200원하는 짜장면을 시작으로
내 어릴 적 도시-대전-에서의 추억을 열어주셨습니다.
털가죽이 홀라당 뒤집어 벗겨진 딱딱한 토끼가 줄에 매달려 있고,
닭이며, 오리며, 똥강아지가 주인을 기다리며 우리 밖을 빠꼼히 내다보는 행상이 있는 풍경들.
온갖 쓰레기와 잡풀들을 다리에 휘엉청 걸치고 악취와 오수에 발 담구면서도
번듯한 듯 우아한 듯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는 대전최초의 백화점 홍명상가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것이 내 대전천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은 커져버린 땅 대전이
바람과 친구나하며 보내던 것을 늦게나 진정 친자로 거둬들여
주목받게 한 갑천에 밀려났지만,
구도심의 중심이던 대전천이 그래도 당당하게
사람들의 의식주 사소한 부분까지 그 역할을 다 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그 쓰임과 베품을 다하다보니 의지완 상관없이 모양세가 변해갔던 과정을,
진귀한 사진들 속에서 다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구석구석에서 숨은 그림을 찾고,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두어 시간 동안
참으로 흥미 있고, 벅차며, 놀라움이 있는 즐거운 수업이었습니다.
더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갖고 계셨던 분들은
또 어찌나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시던지…….
-타령-
우린 너무 복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냥 앉아서 그 기쁨과 그 수확을 그냥 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땀으로 시간으로 농사지은 소중한 유형무형의 재산을
너무도 기꺼이 내주심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앎의 욕구를 채워줌도 넘쳐 감치는 입담에 넋을 빼놓고,
먼 길을 짧게 인도하기 위한 배려 깊은 의지로 인해
닮아가고 싶다는 목표에 더 강한 집착을 키워주시는
선생님들께 찬사를 보냅니다.
거듭되는 수업마다 감사의 마음으로 열중하고 싶습니다.
때 아닌 시기에 녹슨 머리가 어렵지 않게 돌아가고 있음에 웃음짓습니다.
그리고 열심인 엄마들과 같이하니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