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 7월호 녹색생태현장 투어 기사 – 숲속을 걷다

2014년 7월 10일 | 자연생태계

                                

숲속을 걷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녹색생태현장 투어

글 박한슬 사진 정종대

편집자 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대전, 충남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더 많은 이에게 보이기 위해 ‘녹색생태현장 투어’를 진행한다. 월간 토마토도 이번 투어에 동행하고 있다. 2014년 5월 첫 번째 투어를 시작으로 지난 6월 21일 두 번째 투어를 다녀왔다. 1박 2일 일정으로 첫날 영주 부석사와 봉화 분천역을, 둘째 날 이번 투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울진 금강소나무숲을 걸었다.
4시간이 넘는 이동시간, 게다가 고속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얼마나 값진 보물이기에 굽이굽이 깊은 산골에 숨겨뒀을까. 하루 80명에게만 길을 허락하는 아름다운 숲. 보물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기 위해 울진 금강소나무 숲으로 두 번째 대전충남 녹색연합 녹색생태현장 투어를 떠났다.

그 옛날 보부상이 넘던 길
“울진에서 봉화로 넘어가는 옛길이었죠. 봇짐을 가득 진 보부상이 넘나들던 길이에요. 열두 고개를 넘는다 해서 ‘십이령길’이라고 불러요. 오늘은 열두 고개 중 너삼밭재와 젖은터재, 두 고개를 넘을 거예요. 또 금강소나무 숲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인 1구간과 3구간 사이를 걸을 겁니다.”
숲길은 스펀지를 깔아 놓은 마냥 푹신푹신하다. 돌다리를 몇 번이나 지났는지 모르게 깊은 숲길로 들어섰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참가자들은 가만히 서 자연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숲길 사이 높고 곧게 솟은 금강소나무가 드문드문 보인다. 보통 소나무와 다르게 황토색을 띤 금강소나무는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이 자랐다.
전날 내린 비로 촉촉이 젖은 금강소나무숲길은 맑고 청명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한 참가자가 걷다 말고 양팔을 크게 벌려 나무 기둥을 끌어안는다. ‘반가워’라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계곡 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나무 기둥을 쓰다듬으며 나뭇결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연과 인사를 나눴다.
숲길을 걷던 중 평평한 대지를 발견했다. 화전민이 논밭을 일구며 살았던 흔적이라고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말한다. 1960년대까지 화전민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화전민을 보호하기 위해 숲 아랫마을로 사람들을 내려보냈다. 숲길 곳곳에 당시 화전민이 썼을 돌절구와 디딜방아, 무쇠솥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숲을 걸을 때는 천천히 걸으세요. 뭔가 배우고 알려고 하지 마시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을 느끼는 거예요. 조령까지 옛날 보부상이 다니던 옛길을 그대로 복원했습니다. 인위적으로 길을 넓히지 않았어요. 좁으면 좁은 대로 걷는 거죠.”
숲길을 걷다가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금강소나무가 종종 눈에 띈다.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는 금강소나무는 먼저 벨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로 구별하는데, 노란 페인트를 칠한 나무가 바로 먼저 사용할 나무이다.
산책로 같던 숲길이 급한 오르막으로 바뀌었다. 숲길 옆으로 아찔한 낭떠러지가 더 깊고 무섭게 이어진다. 옆을 보니 어지러워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앞만 보고 좁은 길을 조심히 올랐다. 참가자들은 꼴딱꼴딱 숨이 넘어갈 듯 가쁜 숨을 내쉰다.
“이제 고개 하나 넘었어요. 이것보다 조금 더 힘든 고개 하나 더 넘을 거예요. 옛날 보부상들은 이런 고개를 열두 개나 넘었다고 해요. 이 구간을 지나 ‘샛재’라는 고개가 있는데 보부상들이 눈물 콧물을 흘리며 넘은 가장 힘든 고개래요.”
그 옛날 봇짐 가득 지고 지금보다 더 험했을 길을 오르던 보부상이 생각났다. 밥 잘 넘어가라고 소금물에 밥을 후루룩 넘겼을 그들을 숲길 어딘가에서 만날 것만 같았다.  
2008년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이 많은 관심을 받던 때였다. 녹색연합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 생태에 좀 더 밀접하게 다가가 생태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울진 금강소나무 숲을 발견했다. 녹색연합과 많은 환경 단체, 산림청이 함께 울진 소나무숲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관심 없어 하던 주변 마을 주민도 사람이 오가고 지역이 활성화되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3년여의 조사‧연구 끝에 2010년 울진금강소나무 숲길을 개방했다. 숲길은 1구간부터 5구간까지로 자연 생태를 훼손하지 않는 일에 중점을 두었다. 숲 속에 사는 산양도 보호 대상이 됐다. 생태보호를 위해 하루 80명만 금강소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게 했다. 탐방 시기도 5월부터 11월까지로 제한해 숲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시간을 두었다.
숲길 탐방을 위해서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꼭 숲 해설사와 동행해야 하고, 숲에 있는 모든 생물과 식물은 채취할 수 없다.
울진금강소나무숲길 http://www.uljintrail.or.kr/main2.php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불룩한 부분을 쓰다듬어 본다. 그러다 슬며시 기둥에 기대어 섰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산 능선과 그 밑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 어떤 절경보다 아름답다. 그렇게 한참 동안 기둥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 봤다.
무량수전은 부석사 가장 위에 자리한다. 불룩한 여섯 개 기둥이 무량수전 지붕을 이고 있다. 둥근 처마, 위로 쫑긋 솟은 귀솟음 지붕, 배가 불룩한 배흘림(배불뚝)기둥은 어디에서도 무량수전을 아름답고 위엄 있게 한다.
무량수전은 보통 절과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직사각형의 보통 편액과는 다르게 무량수전에 걸린 편액은 정사각형이다. 공민왕이 직접 썼다는 편액 안 ‘無量壽殿(무량수전)’ 네 글자는 두 글자씩 짝을 이뤘다. 또 무량수전 안 아미타불을 건물 정면이 아닌 건물 오른편에 모셨다. 아미타불을 보기 위해서는 절 안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왼쪽을 바라봐야 한다.
태백산과 소백산이 만나는 곳. 부석사 뒤로 태백산 끝자락과 소백산 시작점이 교차한다. 절을 에워싸는 두 산 덕분에 부석사는 더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부석사 초입부터 무량수전 앞까지 10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108번뇌를 의미하는 108개 계단을 스님들은 한 계단 한 계단 고행하는 마음으로 올랐으리라.
부석사 문화해설사가 참가자를 이끌고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보이는 곳에 선다.
“부석사 대부분 건물은 산 능선과 어울림을 고려해 방향이 오른쪽 측면을 향하고 있어요. 절 입구에 섰을 때 건물 정면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하지만 무량수전과 그 앞 안양루는 정면에서 왼쪽으로 30도 정도 틀어진 지장전을 바라보고 있죠. 저기 안양루 기둥 위 공포 사이를 잘 보세요. 부처 모습이 보이죠? 직접 가보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에요. 안양루 뒤 무량수전 노란색 벽이 빛을 받아 공포 사이로 비추면서 부처 모습으로 보이는 거예요. 신기하죠?”
부석사는 노천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국보 5점과 보물 4점이 부석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나 더 알기
봉화군 분천역
경상북도 봉화군에 자리한 분천역은 1970년대 벌목이 왕성하던 시절 수많은 사람이 오가던 역이었다. 벌채 일이 쇠퇴하면서 분천역에 들던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루 10명이 채 오지 않는 작은 간이역이 됐다. 지금은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과 중부내륙 순환열차 구간 중 일부를 도는 O-train을 운영한다.
V-train은 분천-양원-승부-철암 협곡 구간을 3회 왕복하고, O-train은 서울에서 출발해 제천, 춘양, 분천, 태백, 영월 등을 지나 O자를 그리며 4회 순환한다.
분천역 주변에 200여 명의 사람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작은 마을을 분천역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다.
문의 054.672.7711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소광리 펜션
맑은 광천 물줄기를 따라 깊은 산골로 들어서면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위치한 소광리 펜션에 다다른다. 이 깊은 산골짜기에 뭐가 있을까 싶지만,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 전기도 들어오고, 물고 콸콸 나온다.  
1995년 폐교한 소광초등학교 자리에 소광리 마을주민이 힘을 모아 펜션을 지었다. 그 옆에 식당 겸 매점 ‘십이령주막’도 지었다. 지역공동체로 운영하는 펜션과 식당은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벌어들인 수익금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외지인이 지역에서 사용한 돈이 지역주민에 직접 돌아가는 것이다.
십이령주막에서는 소광리 주민이 키우고, 캔 채소를 이용해 만든 맛있는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평소 잘 먹어보지 못한 나물이며 반찬이 가득하다.
펜션 앞으로 맑은 광천 물줄기가 지난다.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제격이다. 맑은 1급수 물에는 버들치와 피래미 등 많은 수생 생물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