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희생을 타고 흐른다

2014년 6월 24일 | 자연생태계

전기는 희생을 타고 흐른다
[현장]비단 밀양뿐이랴, 보령화력발전소 인근 거주민의 삶

                                                                                                              대전충남녹색연합 녹색사회국 김민성 활동가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101(단장면 용회마을), 115(상동면 고답마을), 127(부북면 위양마을), 129(부북면 평맡마을)번 공사부지 5곳에 밀양시청 공무원, 한전 인력, 그리고 경찰 2000여 명이 모였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철탑 예정부지에 있던 움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기 위해서였다. 송전탑 건설을 추진하는 국가와 터전을 지키기 위한 주민의 기막힌 싸움은 언론을 통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2000년 밀양에 송전탑 설비 계획이 확정된 이후, 2005년 주민들은 최초의 집회를 열었고 그 투쟁은 1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지난 행정대집행 이후에도 밀양 주민들은 촛불집회를 열고 ‘철탑을 뽑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 다짐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필사의 결의를 다지게 만든 송전탑. 그것은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대전 유일의 게스트하우스인 산호여인숙. 레지던시를 겸하는 이곳은 현재 ‘에너지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4명의 예술 작가들이 모여 대전으로 오는 전기의 출처를 파악하고 예술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17일, 나는 박수경·이성희·이미선·허은선 작가, 송부영·서은덕·박경희 기획자와 함께 대전 지역 전력 생산지인 충청남도 보령으로 향했다.

▲충청남도 보령시 주교면 일대에 중부발전 신보령화력 1·2호기가 건설되고 있다.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엔 대한민국 내 최대 면적의 화력발전소가 있다. 이곳은 한국중부발전이 운영하며 유연탄과 중유를 전소할 수 있는 50만KW급 발전설비 2기가 설치되어있다. 제4차 전원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1979년 착공되어 1983년에 1호기가, 뒤이어 2호기가 세워졌으며 2011년부터는 보령시 주교면 일대에 신보령 1·2호기(1천MW×2기)가 건설되고 있다.

▲주교어촌계장과 간사(좌). 어린 바지락과 쏙을 병에 담아 놓았다(우).

이후 우리는 보령시 주교면 송학리에 위치한 어촌계 주민을 만났다. 이 일대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 김 양식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원초 생산이 거의 되지 않는다. 어촌계 최병각 간사는 지난 2010년까지 바지락과 김 양식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렸으나 보령화력발전소가 들어온 이후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온배수로 인해 바다 속이 황폐화 되었다고 말했다. 바닷물보다 7℃가 높은 온배수는 어린 바지락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육도 부근엔 기형물고기가 출현하기도 한다. 발전소의 화학 약품, 기후와 수온의 변화로 갯벌 생태계는 처참하게 파괴되었고 지금은 온도변화에 적응한 ‘쏙’만이 번식하고 있다.

▲지붕 위로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김종호 전 이장의 집(좌). 보령화력을 규탄하는 플랜카드를 제작해 내건 김종호 전 이장(우).
보령화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김종호 전 이장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붕 위로 154KW의 고압송전탑을 잇는 송전선로가 지나고 있어 우천 시 지붕이 울리는 소음이 발생되고 전자파에도 심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석탄 냄새와 분진 문제가 심각하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간암과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파이프를 두드리는 등 소음을 발생시키는 바람에 오징어, 주꾸미 등의 어획량도 줄었다.

▲안명희 위원장이 에너지로드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중부발전 보령화력발전소 온배수 피해 보령·안면 대책위원회의 안명희 위원장은 어민은 온배수로, 보령시민은 공해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정부의 지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 지역은 영광과 하동 등 발전소가 위치한 다른 지역과 비슷한 피해 환경을 가지고 있으나 발전소의 주장이 완강한 터라 보상액이 다른 지역의 1/5정도에 그쳤다. 주민 연령대가 높아 신보령 1·2호기 건설을 막기도 역부족이었다.

▲참가자들(우)과 이야기하고 있는 김종윤 편집국장과 채준병 사무국장(좌).

보령신문 김종윤 편집국장과 푸른보령21추진협의회 채준병 사무국장. 그들은 불균형한 한국 에너지 수급 제도가 지금의 보령을 만든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채준병 사무국장은 국가의 집단 발전정책이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낸다며 <전원개발촉진법>과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의 사각지대를 강조한다. 에너지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고자 마련된 특별법으로 지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소 주변 지역 거주 주민들이 입는 피해는 결국 밀양과 같은 갈등을 양산한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 방안이 마련되지만 생의 터전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효율적 발전과 소비를 위해 ‘전기요금 산정체계’가 우선 개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지 거주민인 보령 시민과 전기 소비자인 강남 시민이 내는 전기료가 같으니 가정·산업의 구분이 아닌 송전의 비용을 담은 형평성 있는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령시민의 삶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전기는 깔끔하고 편리한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 스위치만 누르면 모든 것이 작동되는 간편한 삶의 방식, 그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반드시 따른다. 투쟁의 움막 아래에서 밀양 어르신이 말했듯,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산호여인숙 기획자 보령 답사기 함께보기
http://blog.naver.com/sanho2011/220034340193
*2013년 오마이뉴스 충남도 화력발전소 특집 기사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①] 국내 최대 보령화력 주변 사람들의 하소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9915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②] 김종호씨가 분통 터트리는 이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3593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③] 왜목마을에 건설되는 화력발전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8063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④]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허와 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1271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⑤] 발전소 특혜 조항 여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4243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⑥]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에 작별 고해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9223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⑦] 인터뷰-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7359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⑧] 전세계 발전산업 흐름으로 살펴보는 화력발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94192
[기획-충남 화력발전의 진실 끝] 대안 모색 좌담회 열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5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