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에 소개된 5월 녹색생태현장 투어 기사

2014년 6월 2일 | 자연생태계

지난 5월 24일 진행한 녹색생태현장 투어에 대한 기사가 월간 토마토에 실렸습니다~
회원이기도 한 이수연기자님이 생태투어에 대해 정성들여 글을 써 주셨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한번 읽어 볼까요~~~
<자연에 몸을 맡기는 여행>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함께 떠나는 녹색생태현장 투어
편집자 주
1997년 창립한 대전충남녹색연합(이하 녹색연합)은 그간 대전, 충남의 자연과 환경을 위해 움직였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며, 자연과 약한 사람을 위한 활동으로 녹색연합의 색을 견고히 했다.
녹색연합의 활동은 언제나 시민이 자연과 환경이라는 낱말을 피부로 느끼고, 생명의 소중함을 삶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었다. 2014년 ‘운동’이나 ‘교육’이 아닌 함께 즐기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바람이 ‘녹색생태현장 투어’라는 프로그램으로 나왔다. 이 프로그램에 월간 토마토도 함께 하기로 했다. 5월 24일은 녹색연합과 떠나는 첫 녹색생태현장투어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도 ‘생태 감수성’이라는 말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녹색연합에서는 녹색생태현장투어(이하 녹색투어)를 떠나기 전, 당부의 말이 담긴 이메일 한 통을 보냈다. 준비물과 시간표가 담긴 이메일 끝자락에는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거나 일회용품에 담긴 음식은 되도록 자제해주세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사고, 버렸던 것 같아 뜨끔했다. 그러고 보니 눈앞에 일회용품이 참 많았다. 커피 마시는 일회용 컵도 바스락거리며 먹던 과자봉지도 다시 쓰지 못하고 버리는 것이 넘쳤다.

자연 이름으로 떠나는 여행
5월 24일 오전 8시, 대전 시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버스에 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자기소개였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왔습니다.” 머릿속으로 할 말을 되뇌이는데 녹색연합 활동가가 나무로 만든 목걸이 하나씩을 건넸다. 목걸이에는 자연이름을 지어 적도록 했다. 좋아하는 식물, 동물의 이름을 오늘 하루 ‘내 이름’으로 쓰는 것이다.
‘물범, 돌고래, 사과, 금개구리, 수수꽃다리, 반달곰, 토끼풀, 거북이, 소나무, 레몬’ 등이 그날 녹색투어에 참가한 참여자다.
마이크에 대고 자기소개하며, 참여자 모두 왜 그것을 특별히 아끼는지 이야기했다.
“금강 트래킹을 자주 했는데요. 금강의 아름다웠던 모습부터 훼손되는 모습까지 모두 보아왔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아름다움과 그래도 아직 남은 금강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금강’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자연에 관해 이야기하는 금강, 딸기, 해바라기, 버찌, 금개구리 등이 맑은 웃음을 보였다.
38명의 참여자가 하나씩 자연 이름을 지으며 여행을 떠났다.
오늘 여행은 충남 서산시 개심사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천리포 수목원을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함부로 손대지 않겠다.” – 고 선광 스님
오늘 가장 먼저 온 개심사는 충남 서산에 있는 가야산 줄기의 상왕산 자락에 있는 고찰입니다.
점점 현대식으로 변해가는 다른 절에 비해 개심사는 옛 모습을 고이 간직한 절 중 하나기도 하죠.
2007년 입적하신 고 선광 스님의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가 선광 스님살아계셨을 때 책을 쓰기 위해 개심사에 방문했다.
선광 스님은 이 절이 유명해져 사람의 발길이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유홍준 교수에게 소개하지 않았으면 하고 부탁했다. 저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당시 선광 스님의 말을 기록했다.
“사람 몰려들면 개심사는 끝이에요. 사람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죠?”
선광 스님은 항상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함부로 손대지 않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개심사의 모습은 그곳을 지키는 이들이 마음으로 보존했다. 개심사는 늦봄에 피어나는 왕벚꽃과 청벚꽃도 유명하다.
늦봄이면, 벚꽃 때문에 개심사에 발걸음 하는 이도 많다.
개심사 마당에 바로 보이는 것은 ‘대웅보전, 무량수각, 심검당, 안양루’다.
대웅보전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이 있다. 마주 본 대웅보전 왼편으로 심검당이 있다.
동그랗게 깎아 만든 기둥이 아닌 나무 모습 그대로 기둥이 툭툭 놓여 심검당을 받친다.
“이것 봐요! 올챙이가 있어요!”
내려가는 길에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에게 다가가니 산에서 흐르는 물길에 까만 점처럼 모인 올챙이가 보였다.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올챙이를 바라본다. 오늘 녹색투어에 참여한 아이는 열 명 남짓이었다.
중학생부터 다섯 살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아이들은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메모하기도 했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자연을 즐겼다. 그러다 올챙이, 집게벌레 등 자연에서 발견한 것을 하나씩 이름 부르며 관찰했다.

자연과 함께 뛰어 논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를 일부러 통제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디에도 아이들에게 해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오늘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인 신두리해안사구에서 아이들은 뒹굴뒹굴 구르며 모래 언덕을 내려왔다.
한 명이 구르기 시작하자 장난꾸러기들이 하나씩 언덕에 누워 옆으로 굴렀다. “다치지 않았어?”라고 묻다가 웃었다.
온몸에 모래를 잔뜩 묻힌 아이는 즐거워 보였다. 조심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모래언덕으로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습니다.
사구 자체도 가치 있지만, 사구에 사는 동•식물 역시 보호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위는 부드러운 모래로 덮여 있고, 지하에 물이 흐르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 맞는 동,식물이 해안사구에 살고 있습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서산태안 환경운동엽합 이평주 사무국장과 김인숙 생태해설사가 안내를 맡았다.
좀보리사초, 주홍거미, 개미귀신, 표범장지뱀, 금개구리, 갯그령, 갯메꽃, 털갯완두, 갯방풍 등이
해안사구에서 자라는 동식물이다. 이평주 사무국장은 “최근 무분별한 개발로 해안사구가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사구의 진정한 의미는 모른 채 관광상품으로만 사구를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조금 떨어진 두웅습지에서는 개미귀신을 잡기도 했다. 아이들이 하나씩 개미귀신과 모래를 손에 얹었다. 개미귀신은 잠깐 어벙하다가 금세 꽁무니를 흔들며 손 안에 있는 모래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개미귀신을 관찰하고 잡았던 곳에 놓아주었다.
“여기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있어요. 으악! 징그러워.”
두웅습지 한편에 놓인 양동이 가득 주먹만 한 황소개구리 올챙이가 있었다.
황소개구리는 생태계를 위협하기 때문에 한곳에 모아두었다.
습지는 해안에 사구가 생기면서 사구와 골짜기의 경계 부분에 담수가 고여 형성한다.
그래서 습지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비가 오면 사구에 물을 저장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사구가 가진 지하수를 습지로 보낸다.
특히 두웅습지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와 맹꽁이, 이끼도롱뇽 등이 서식한다.
2002년 사구 습지로는 처음,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마음에 남는 식물, 마음에 남은 ‘생태 감수성’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천리포 수목원이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점퍼를 껴입은 천리포 수목원의 문정원 해설사는 “해안을 낀 수목원으로 겨울엔 따듯하고, 여름엔 쌀쌀합니다.
날씨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식물이 이곳에 있습니다.”라며 수목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고 민병갈 씨의 개인 정원으로 시작했다. 민병갈 씨는 1979년 귀화한 미국인이다.
1945년 미군 장교로 한국에 와 1962년 지금 천리포 수목원 터를 매입해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조금씩 땅을 늘린 것이 지금은 17만 평에 이른다. 자연을 사랑하며, 공부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민병갈 씨는
천리포 수목원을 40여 년간 학술 목적으로만 개방했다. 2002년 고인이 세상을 떠나며 한국에 이곳을 기증했고,
2009년부터 일부를 민간에게 개방했다.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수목원의 대표 식물을 살피는 사람들은 정원의 아름다움에 천천히 빠졌다. 아직 지지 않은 목련이 한 송이씩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지고, 꽃샘추위에 우수수 떨어지는 목련이 이곳에서는 아직도 관람객을 맞았다. 수목원 마지막 코스는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였다. 바다와 정원이 찬찬히 눈에 들어왔다.
“오늘 본 식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식물이 뭐예요?”
천리포 수목원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 녹색연합 김성중 간사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호랑가시요!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등을 긁었던 식물이래요!”
“저는 마가렛이요! 작고 하얗고 예쁜 꽃이에요!”
아이, 어른 모두 가슴 속에 하나씩 마음에 남은 무언가가 있었다. 다음 동행에는 꼭 텀블러를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