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는 사람이 없다

2014년 3월 12일 | 자연생태계

강에는 사람이 없다/대전충남녹색연합 수습간사 김민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4대강을 만들기 위해 든 삽은 결국 수많은 돈과 자연을 강변에 퍼다 날랐다. 수습간사로서 이번 일정에 참가한 이유는 앞으로 충남지역 환경운동가로서 맡게 될 업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강 유역에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정희성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시에서 풍기는 비애의 감성이 현장의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 왕흥사지와 낙화암을 근처에 두고 위치한 호암교.(좌) 역행침식이 진행되어 땅이 푹 꺼져 있다.(우)

▲ 다리 중간부분의 철골이 드러나 있다.(좌) 역행침식이 일어나 붕괴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호암교.(우)
부여군의 왕흥사지 근처 ‘호암교 붕괴 위험 현장’는 준설로 인해 강 본류와 지류하천의 바닥 차이로 지류하천의 하류부터 상류방향으로 강바닥이 쇄굴되는 ‘역행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은 4대강 사업 당시 대규모 준설이 이루어진 낙화암~구드래 나루터 지역이기도 하다. 금강이 파헤쳐지자 물 높이는 낮아졌고 호암교 밑 지천도 그 영향을 받았다. 물이 흐르는 길의 모양이 변화했고 속도도 달라졌다. 지천 바닥이 쇄굴되고 사면이 붕괴되어 있었으며, 다리를 지지하고 있던 바닥보호공과 사 등은 유실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지속적인 침식작용은 다리의 붕괴를 우려하게 한다. 충청남도 종헙건설사업소가 이미 호암교에 중·대형 차량을 통제하는 표지판을 세워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더 이상의 안전조치 없이 다리를 방치해 놓는다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밀한 안전전단과 대책이 시급하다.

▲ 하황2지구 위치.(왼쪽) 잔디를 태워버린 하황2지구(오른쪽)

▲ 판넬이 떨어진 교각의 모습.(좌) 인적 없는 하황2지구 내 공원 터.(오른쪽)
백제가 춤추던 마지막 무대인 낙화암을 끼고 좌안으로 내려가다 보면 부여 세도면 하황2지구에 당도하게 된다. 과거 습지였던 이곳은 현재 아무도 찾지 않는 황량한 장소가 되었다. 쓰레기가 널려있고 보행교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건설 이후 보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일회용 다리’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태운 잔디와 부서진 시설로 인해 사람이 없는 것일까? 혹 처음부터 필요 없는 시설은 아니었을까? 사실에 입각한 수요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설 마련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지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 황포돗배 선착장, 신성리 갈대밭 부근(신성리 지구)의 위치.
마지막 행선지는 서천 신성리 지구였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배경으로 둔 신성리 갈대밭으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4대 갈대밭이라는 이름이 무실하게, 갈대는 대부분 불에 타 사라지고 없었다.

▲ 신성리 갈대밭. 갈대를 모두 잘라낸 후 태웠다.(위) 사면침식으로 무너저 내린 갈대밭 주변 하천(아래)
서천군은 갈대 생육을 위해 갈대밭을 태운다고 하는데 이것은 갈대 생육에는 좋을지 몰라도 갈대밭 내 서식하는 쥐·삵 등의 포유류, 뱀·개구리와 같은 양서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의 생존에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이곳은 야생동식물보호구역 일대로서 황조롱이,개개비 등 수많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리법은 곧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생물이 한순간에 서식지나 생명을 잃는 재난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위험한 다리와 타버린 갈대가 인적을 끊은 것일까, 아니면 인적 없는 곳에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한 것일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무엇이 사실인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발생한 시설보수 사항들은 4대강 사업 완공이후 정부의 손을 떠나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으로 넘어온 상태이다. 쪼들리는 예산에 유지관리비를 투입할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시설을 방치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강은 스스로 깊어가고 자신이 흐르던 대로 흐르는데,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삽을 뜬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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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67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