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과 대전… 원자력발전과 갈등] 강연 후기

2013년 7월 2일 | 자연생태계


                                                                

[밀양과 대전… 원자력발전과 갈등] 강연 후기

7월 1일 월요일 아이쿱한밭생협 대강당에서 ‘밀양 그리고 대전, 원자력발전과 갈등’이라는 주제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초청강연이 있었다. 오후 7시가 되자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채웠다. 박현주 시민참여연구센터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강연은 이상덕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의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청중 앞에 선 이상덕 상임대표는 “시민사회단체 연대의식으로 지역사회에서 원전연구소에 대해 알리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하며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일련의 사고들로 원전의 무서움을 알았지만 여전히 밀양 주민들의 삶은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강의를 들은 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원자력발전에 반대한다
1996년 서울참여연대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하승수 위원장은 “핵 전문가는 아니고, 경험으로 느낀 바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강연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04년 전북 부안의 방사성핵폐기물처리장 건설과 관련하여 부안군민의 격렬한 저항이 있을 무렵에 부안의 주민투표 관련 업무를 맡게 되어 위도라는 섬에 들어가게 되며 처음으로 원자력을 접하게 되었다. 결국 주민투표로써 부안의 방폐장 건설은 부결되었지만, 이듬해 경북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이 확정되면서 한국 반핵운동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하승수 위원장이 말하는 ‘원전 반대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로 안전하지 않다. 현재 세계에는 가동하지 않는 원전까지 포함한 577개의 원전 중 이미 3개가 폭발(노심융해 포함)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원전 처분의  부담을 후대에 넘긴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그리고 지금껏 배웠던 것과 달리 비경제적이다. 발전소 해체비용과 반감기를 고려한 핵폐기물 보관비용까지 합한다면 상상을 초월한다. 하승수 위원장은 ‘무엇보다 핵발전은 차별 위에 존재한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피폭 노동자는 하청 또는 비정규 노동자이다. 대도시와 대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시골 사람들이 희생하는 것도 문제다.
가까운 예로 밀양을 들 수 있다. 한국전력은 여전히 개발독재시대의 유물인 토지강제수용과 국가에 의한 일방적이고 무리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8년간 싸운 밀양은 한전의 무모한 방식 때문에 분신사태까지 일어났다. 노인들은 새벽 3시부터 기다시피 해 산을 올라가거나 아예 상주해 있다. 헬기로 장비를 투입해 공사를 하는 한전에 대응한 그들의 방법이다.”
7월 8일까지 운영하기로 한 전문가협의체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한 그는 밀양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민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보상도 필요 없고 그저 그곳에서 원래대로 살게만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히 지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신고리 3, 4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기존 선로로 보내고, 5, 6호기의 증설계획을 취소하기를 원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안은 없을까?
하승수 위원장이 말하는 대안은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하다. 우선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바닷가에 건설하여 초고압 송전선로로 전기를 보내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공급이 아닌 수요 관리를 통해 조절하고, 분산형 전원을 이용한다. 여기서 분산형 전원은 재생에너지, 가스 열병합 발전과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의 자가발전을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협동조합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독일 쇠나우의 시민들은 협동조합으로 재생에너지기업을 만들어 13만 가구에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실례로 독일에서는 36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승수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차원의 탈핵 결정”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전기를 아껴도 핵발전소는 계속 건설된다면 의미가 없다. 기본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생활과 지역부터 바꾼다. 생활 속에서 절전소 운동과 같은 집단적 실천이 중요하고, 원전 1기 줄이기로 지역 차원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탈핵의 정치’를 실현할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풀뿌리 에너지운동을 전개하여 에너지문제를 지방선거의 이슈로 확산시켜 국가 차원에서 탈핵결정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인류의 유구한 역사 가운데 고작 60년에 불과한 원자력발전은 그동안 너무 큰 영향을 끼쳤다. 처음 시작은 선의였어도 지금 이렇듯 많은 문제와 갈등이 발생한다면 더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대전시민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이어서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핵연료시설 증설에 대한 전체 현안과 향후 대응책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지금 원자력연구원 내에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핵연료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국내 신규 원전 12기와 수출용 10기의 수요를 예상한 크기다. 대전시는 연구소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건설할 정도로 이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고은아 처장은 “대전시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채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철저히 배제하여 진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대전은 한전원자력연료의 추가핵연료시설 계획 외에도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하나로 원자로가 있고 테크노벨리에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업체 건설계획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보자면 더욱 위험하다. 고은아 처장은 “2006년에 연구용인 하나로원자로를 기준으로 설정된 800m라는 범위는 대전의 지형적 특성과 인구 분포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물론 이 과정에서도 주민 의겸 수렴은 없었다”고 말한다. 법을 적용해 반경 8km로 변경한다면 대전의 주요 청사와 시설들이 대부분 포함되며, 현재 일본은 30km로 확대한 상황이다.
지역 현황과 요구
원자력연구원 자체는 이처럼 많은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확산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고은아 처장은 그 이유를 “대전시민 중에는 원자력관련연구원과 관련기관 종사자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며, 또한 “지자체의 권한이 적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지역주민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해준다고 현혹하는 형태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자력시설에 대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민의 요구이다. 고은아 처장은 마지막으로 “수요와 규모의 타당성이 합의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핵연료회사 증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해야 하고, 기존에 밀집되어 있는 원자력시설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그와 관련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주민의 삶과 후대의 삶까지 고민해야 한다. 원자력연료 노동조합원들이 많이 참석한 이번 강연회는 원자력발전이 밀집된 우리 지역 내 안전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시설의 운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독일은 이미 2000년에 탈핵을 선언했다. 그러나 해체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리고, 2020년이 되어야 완전히 폐쇄할 예정이다. 사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만큼 지금 공론화를 통해 시민에게 알리고, 진정으로 화합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작성: 녹색사회국 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