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금요일 금강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들은 물론 김종술 기자, 본부녹색연합의 황인철 활동가 등 총 6명이 금강 역행침식을 집중 조사했습니다.
역행침식이란 하천의 침식작용이 상류에서 하류로 서서히 진행되는 일반적 양상과 반대로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본류를 준설해서 본류와 지천 합류지점의 강바닥 높이 차이가 커진 탓에 여러 지천의 바닥과 벽면이 물살에 의해 깎여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양2배수장 근처 부여군 규암면과 청양군의 경계에 있는 지천을 찾은 일행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논 옆이 움푹 패여 한눈에 봐도 아슬아슬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 부여와 청양 경계에 있는 지천에서 일어난 심각한 역행침식
좀 더 가까이에서 조사하기 위해 우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우안에서 살펴보니 상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우안의 논에서 작업 중이던 농민에게 다가갔습니다. 일행의 소속을 물은 후 작업하던 차량에서 내려온 농민은 농토의 상황과 피해에 대해 하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43세로 마을 토박이인 농민은 “금강정비사업이 시작된 이후 매년 역행침식이 진행되어 깎인 땅 옆으로 계속 해서 비닐하우스를 옮겨 지어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부여군 규암면 호암리 비닐하우스가 있는 논까지 침식된 모습
흙이 무너지는 만큼 농민은 계속 해서 비닐하우스를 안쪽으로 옮겨 짓고, 길을 다시 내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옮기는 것만 해도 예전의 자재를 그대로 이용할 경우에 한 동 기준에 약 80-1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더 이상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지책을 세워줄 게 아니라면 땅을 아예 하천으로 편입시켜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라고 오랜 시간 피해 정도에 대해 토로하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 공주보 우안의 도천
공주보 우안의 지천인 도천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 고수 호안의 보 블록이 유실된 유구천 좌안
새로 만든 유구천 보입니다. 새로 만든 후에도 사석이 침하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구천 우안에 보강했던 호안블록, 사석이 많이 날아간 상태입니다. 좌안과 우안 모두 수변의 지반이 가라앉아 가까이 다가가기가 위험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 작은 지천인 보흥천에서 일어난 저수 호안 유실

• 날아간 콘크리트 구조물을 치우고 임시로 보수한 어천(왼쪽) 준설토 적치장에서 내려온 토사가 섞여 본류와 다른 물빛(오른쪽)
지난 1월 모니터링에서 제방이 모두 무너졌던 어천에 다시 찾았습니다. 임장교 하류 쪽 부서졌던 콘크리트를 치우고 자갈과 돌을 깔았습니다. 현재는 임시로 치워놓은 상태로서 관계자로부터 4월에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보수를 하지 않으면 여름에 비가 오기 시작했을 때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공사는 공사를 부릅니다. 4대강 사업은 언제까지 공사를 계속 하게 만들까요?
임장교 옆에 위치한 준설토 적치장에서 나온 흙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본류와 확연히 다른 색깔을 보입니다. 어천 역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침식 방지를 위해 설치한 호안블럭이 손상되고(왼쪽) 호안블럭이 없는 구간의 흙도 유실된 상태(오른쪽)
다음에 찾은 곳은 치성천입니다. 작년에 공사한 곳은 이미 무너져 있었습니다. 호안블럭이 주저앉은 모습입니다. 좌안과 우안은 역행침식이 일어나 위험한 상태입니다. 호안블럭 밑에 깔았던 자갈, 흙이 쓸려가고 호안블럭과 호안블럭을 연결한 쇠사슬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좌안의 논은 흙이 크게 유실되어 새로 복토되었습니다. 이게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좌안과 우안에 설치한 호안블럭 옆 구간이 유실된 모습

• 부여군 규암면 금암리 주택 바로 옆에 위치한 골재적치장
부여군 규암면 금암리의 모래 적치장을 찾았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엄청난 양의 모래를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바람이라도 분다면 모래바람 탓에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높은 이 모래산은 모래를 쌓기 전 원래 논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3m만 쌓기로 했지만 현재 38m를 쌓은 상태입니다. 길이는 70m, 폭은 무려 100m가 넘습니다. 모래바람 말고도 주민들의 걱정거리는 또 있었습니다. 선별작업을 할 때 생기는 소음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모래산이 높아 건너편에서 차가 와도 보이지 않아 어린 아이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부여에는 규암 금암지구를 포함하여 부여 정동지구, 부여 저석지구, 장암 상황지구, 세도 반조원지구 등 총 5개소의 골재 적치장이 있는데, 대부분이 주택가 옆입니다. 이곳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혜택과 효과는 어디로 갔을까요? 적어도 이 지역 농민들에게 4대강 사업이란 그리 반가운 이름이 아닐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채 세금만 축내는 4대강 사업, MB는 물러났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과 책임은 필요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어떤 과정이든 피해 농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입니다.
작성: 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