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단 강이라 불리던 금강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강바닥은 썩어 녹조가 떠오르고……상류로 몇 발짝 더 걷자 성체로 보이는 고라니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 있다. 건너편 좌안 공주보 1km 지점(고마나루 솔밭)에서는 40cm 가량의 자라까지 죽어 있다. …… 그냥 떠 마셔도 될 정도로 맑은 물은 펄층이 드러나고 부유물질로 뒤덮여 악취가 심해…… 』
△ 오마이뉴스 기사 ‘금강 물고기 떼죽음 악몽… 고라니, 자라도 죽어’ 중 일부
우리 단체 운영위원이기도 한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의 보도를 접하고 2월 28일 심현정, 정선미 활동가는 공주보 일대를 중심으로 한 현장조사에 나섰습니다. (관련 기사: 금강 물고기 떼죽음 악몽… 고라니, 자라도 죽어 )
공주보 상류를 찾아가니, 공주보의 수문을 열어 상류의 수량은 아주 적었고, 강가의 얕은 물에서는 오염된 저니토와 바닥에 가라앉은 여러 찌꺼기들이 비칠 정도였습니다. 동물의 사체를 발견할 당시 공주보 주변에 오니와 녹조가 가득 끼어있었다고 하는데, 여전히 수질은 좋지 못해 보였습니다. 조금 이동하니 미처 수거하지 못한 붕어 사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펜의 길이가 16cm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25cm정도 크기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수거 당시 20여 마리의 물고기들이 대부분 비쩍 말라있는 상태였다고 하는데, 이 역시 머리 부분의 상태로 보아 죽은 후 시간이 좀 지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물가에 찍혀 있는 조류와 포유류의 발자국도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벗들이 죽어나가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강임에도 여전히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이 안쓰러워졌습니다.

△ 25cm 정도 크기의 붕어 사체

△ 공주보 상류 좌안에 찍혀 있는 발자국
같은 날 이른 아침, 환경운동연합과 국토환경연구소,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공주보 인근에 보트를 띄워 수질 측정, 토양 시료 채취를 진행했습니다. 조사팀은 공주보 주변을 살피던 중 4일 전에 발견되었던 고라니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고라니 한 마리의 사체와 물고기 사체, 죽어가고 있는 미꾸라지 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지난 해 10월에 있었던 백제보 물고기 떼죽음 사고에 대한 진상도 아직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대형 포유류의 사체까지 잇따라 발견되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 채취한 시료는 서울대학교에 조사를 의뢰하여 2주 정도 후 분석결과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공주보 상류 좌안에 엉켜 있는 찌꺼기(왼쪽), 자전거도로에 일어난 박리현상(오른쪽)
세종보를 찾았습니다. 자전거도로의 아스콘은 여전히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고, 보의 수문은 열려서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량이 적었습니다. 약간의 악취와 함께 서둘러 주거단지로 이동하는 네 명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소수력발전소는 가동되지 않고, 지난 현장조사 때 본 수달의 대체서식지로 조성된 곳의 공사는 여전히 계속 되는 중이었습니다.

△ 수문을 열어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량이 적은 세종보 하류(왼쪽), 상류(오른쪽)

△ 아스콘이 깨진 채 방치된 자전거도로(왼쪽), 소수력발전소 앞에 모인 찌꺼기(오른쪽)
다음으로 찾은 곳은 유구천입니다. 낚시꾼인지 공무원인지 모를 두 명의 남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금강 합수부에는 퇴적이 일어나 모래톱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해 역행침식으로 인한 호안공사는 끝난 것으로 보였고, 좌안에 돌을 높게 쌓았으나 흙이 떠밀려 내려와 돌 밑으로 쌓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날이 풀리면 유량이 많아질 테고, 장마가 시작되면 호안블럭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습니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매년 봄과 여름이면 쇄굴, 침식 등의 문제로 속을 썩이던 유구천보는 올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게 될지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겠습니다. (관련 글: 따뜻한 봄날, 금강은 더 위태롭다 )

△ 퇴적이 시작된 합류부, 완료된 호안공사, 돌더미 사이로 흙이 들어간 제방, 쌓인 돌 위에 무너져 뒤엉킨 흙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마지막으로 간 혈저천은 현재 수량이 적지만 침식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올여름 유구천과 더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입니다. 혈저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왕촌천은 원래 ‘l’자형이었지만 지금은 지형이 변화해 ‘ㄱ’자 모양이 되었습니다.

△ 원래 ‘l’자형이었지만 현재 ‘ㄱ’자 모양으로 변한 왕촌천
환경부는 지난 번 오마이뉴스에서 보도된 기사와 여러 매체에 의해 보도된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성명서에 대해 ‘수질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고 강바닥의 부착조류가 물 위로 떠오르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강유역환경청을 통해서 ‘고라니의 사인 규명을 위해 사체는 충북대 수의대학에 의뢰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흙을 파내고 물을 막고 돌을 심으니 변했습니다. 물길은 변하고 땅 모양은 뒤틀립니다. 많은 의혹과 반대 속에서 시작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준공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에는 그간 여러 차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과연 이게 끝일까요, 시작일까요? 여전히 국민의 속을 태우며 밝혀지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이 하루빨리 풀어지고 막혔던 물길도 풀어지길 바랍니다.
글/사진: 녹색사회국 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