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녹색사회국 심현정
2012년 10월 29일 아침 8시 부여 수북정 주차장에서 대전MBC, 오마이뉴스 김종술기자, 정민걸 교수, 양흥모 사무처장, 정선미 활동가와 만났다. 물고기 떼죽음 사고가 발생하고 9일동안 4번째 진행되는 현장조사다.
초반에는 백제보 상류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중반부에는 백제교, 부여대교 일대에서 물고기 죽음이 이어지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장하리, 현북리, 봉정리로 옮겨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일단 25일(목)에 확인했던 부여 장암면 장하리 폐준설선이 방치되어 있는 구간을 찾았다. 이 일대는 수거가 거의 마무리된 듯하다. 어제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 직원이 총동원에서 밤 8시 넘어서까지 수거를 했다고 한다.
환경단체에서 보건설과 준설로 인해 물 흐름이 느려진 것에 대해 지적하니, 수자원공사에서 토요일에 비가 오고 난 후 이틀간 유량과 유속을 측정하고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머리가 없어진 물고기 사체들이 참 많다. 강 인근의 야생동물들이 사체를 먹고 있다는 증거다. 머리가 없어진 건 너구리가 먹은 거고, 몸통이 사라진 건 수달이 먹은 흔적이다. 부패 정도가 심한데 이런 물고기를 먹고 너구리와 수달들이 온전할지 걱정이다. 꽤 큰 물고기를 먹었는지 옆에 흐트러져 있는 비늘들도 꽤 크다. 오랫동안 금강에 산 물고기들이 이번 사고로 많이 죽었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다.
어제 황산대교 인근은 논산시에서 동원되어 수거를 했고, 웅포대교 일대는 익산환경청에서 동원되어 대대적인 수거를 했다.
10시가 조금 안된 시간, 파진산 끝자락의 석성면 봉정리 강 둔치를 찾았다. 금강카약동호회에서 마을주민 6명이 자율적으로 카약을 타고 물고기 수거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쭤보니 2주전부터 물고기 수거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산과 맞닿아 있는 곳은 보트로도 접근하기 어려워 카약과 같은 작은 배를 타야만 접근이 가능했다. 하중도와 습지 곳곳에도 죽은 물고기가 틈틈이 보였다.

물고기 비린내가 참 심했다. 강으로 조금만 다가가도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강둔치를 밟는 것도 겁이 났다. 물고기 사체를 놓아 두었던 곳에는 침전물이 묻어 있어 밟기만 해도 악취가 바로 발에 묻어 왔다. 강물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물고기에서 나온 기름띠와 유기물질들이 하얗게 둥둥 떠 있었다. 마을 주민분들 말씀으론 일주일전부터 물고기가 떠오르고 냄새가 심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안개가 걷혀서 괜찮지만, 새벽부터 10시전까지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에는 냄새가 더욱 심해서 도저히 가까이 갈 수 없다는 말이다.

봉정리 하류 쪽으로 내려오니 수풀에 가려져 있던 물고기들이 속속 보였다. 전혀 손을 대지 못한 듯 꽤 많은 물고기들이 오랜 시간 방치되어 바짝 말라있기도 하고,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다.
황산대교가 있는 논산으로 이동했다. 물 위의 부유물과 날씨 때문에 강 가장자리로 녹조가 보였다. 미세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지만, 큰 움직임은 없는 곧 죽을 것 같은 물고기를 또 만났다. 물에 떠올랐다가 수거되지 못한 물고기가 가라앉아 다시 수질을 악화시키고 용존산소를 빼앗아 더 많은 물고기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지난주에 주로 수거가 이루어졌던 부여대교 하류의 요트선착장을 찾았다. 선착장 주변으로 딱딱히 굳어버린 물고기를 십여마리 볼 수 있었다. 이미 눈동자를 활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강 둔치에는 몇일 째 방치되었는지 모를 수거 포대자루가 20여개 그대로 놓여 있었다. 작업하다가 커피를 마셨는지 옆에 PT병도 함께 있었다. 모아놓은 포대자루가 어디어디에 있는지 다 기억은 하고 있으려나? 햇살이 좋은 날일 수록 물고기 사체에서 나는 냄새는 더욱 역해진다.

이렇게 현장을 둘러본 29일, 오후 1시 30분에 환경부에서는 금강에서 5만4천마리의 물고기가 죽었고, 사체 수거를 모두 완료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남아있는 물고기 사체들은 어쩌겠다는 건가. 무책임한 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