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에요
나를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거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환경 고민>
지난 9월 18일 대전충남녹색연합 교육실 ‘나무그늘’에서는 마을에너지 간사 양성교육이 한창이었다. 첫 강의를 맡은 박경화 작가는 ‘책과 함께 하는 어린이 에너지 교육’을 주제로 에너지 전반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저자의 책을 통해 어린이가 환경에 대한 사고를 넓힐 수 있는 교육법에 대해 강연했다. ‘이상한 나라의 까만 망토’,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등과 같은 어린이를 위한 환경도서를 쓴 작가는 환경운동가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환경운동가로 7년 여 활동하다 우리나라에 나온 환경도서가 많지 않아 아이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을 넓히고 사고를 키울 방법이 적다고 생각한 그는 본격적인 생태 동화 작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 책을 통한 어린이 환경교육을 설명하고 있는 박경화 생태동화작가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환경도서는 형식만 동화를 차용했지 내용은 개론서에 가까웠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환경과 에너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박경화 작가의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까만 망토’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밤’이라는 시간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고, 에너지(특히 전기)의 생산 과정에 대해 이해해보는 기회를 갖게 했다.
작가는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우리는 전기로 인한 삶의 편의를 누리지만 우리의 후대는 그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 송전탑으로 인한 산사태와 전자파 문제는 도시 주민의 편의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에너지를 꼽곤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하지 않고 어느 곳에 어떻게 들어서느냐에 따라 효율의 편차가 크다. 그래서 대안에너지 이용 이전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더 고민하자는 것이다.
박경화 작가는 먼저 현재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친환경 호텔과 도시의 환경 정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였다. 그리고 교육생들과 함께 삶에 필수적이지 않은 전자제품, 절약하는 각자의 비법에 대해 짧게 토론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조건적으로 아끼자고 하는 게 아니라 기발하고 유쾌한 활동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지금의 아이들은 풍족하게 자랐다. 그래서 절약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릴 것이다.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희망, 미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연관 지으면 눈이 반짝인다”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교육과 실천을 고민하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작가는 교육생들에게 “마을에서 무엇을 하고 싶나요?”하고 물었다. 저마다 다양한 대답이 나왔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환경을 실천하고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나를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혼자보다는 여럿이 경험과 지혜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며 에너지운동에 국한되지 않고 마을 만들기를 통해 대안을 점점 키워나가는 게 필요하고 당부하며 강의를 마쳤다.
<원하는 교육적 효과가 없다면 과감히 포기>
오후 강의를 맡은 백수영 햇살자리 에너지해설사는 절전에 대한 기본적인 강의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에너지환경교육을 시연했다. 2004년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개봉했던 영화 ‘투모로우’의 오프닝 영상을 5분여 간 감상하며 시작한 수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변화와 우리 삶의 변화를 아이들 스스로 예측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해 아이들에게 교육할 때는 단순히 정보와 발표 자료만 이용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교구를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교구를 골라서 수업을 하는 게 중요한데 특히 여러 가지 기능이 담긴 자가발전기기를 이용하면 쉽게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잡이를 돌려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손전등이 있는데 손전등 기능뿐 아니라 라디오, 위급상황 시 구조신호음 작동, 휴대전화 충전 기능까지 갖추어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구하기도 간편하다. 생활에 가까운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현실적으로 와 닿게 교육하면 더욱 좋다고 전했다.

△ 여러 가지로 활용 가능한 놀이판을 설명 중인 백수영 햇살자리 에너지해설사
어린이 대상의 에너지교육 전반에 대한 강의 후에는 팝업북이나 부직포 식탁을 이용해 음식물 속 탄소발자국을 알아보는 교육과 학교 내 지정 장소의 온도를 재보며 기후변화를 체험해보는 활동, 기후변화로 인해 잃어가는 것들을 구해주는 기후변화 경매 놀이 등을 소개하고 실습해보았다. 특히 밥, 국, 찌개, 반찬, 음료 등을 가지고 음식물의 탄소발자국을 알아보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고 느낄만한 것이 많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서 많은 CO가 나오는 것도 알게 되고, 반찬마다 CO량을 비교해 육식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제철에 나온 국산 원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그는 에너지해설사 초기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맨 처음에 봉사활동으로 강연을 다니며 경력을 쌓고, 다른 사람들의 강연도 많이 들으러 다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수업을 평가 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걸 전제로 고치고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가 교육 초기에 동아리 구성원 모두 매일 모여 회의하고 강의를 공유했던 경험을 전했다.
“세상에 뚝 떨어지는 건 없다.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도 없다. 시도를 한다면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백수영 에너지해설사는 교육을 하면서 재미뿐 아니라 원하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것을 찾으며 연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교구를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며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더 재미있고 쉽게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강의를 마치기 전, 교육생들에게 실제 에너지 교육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어 큰 호응을 얻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의 2012 마을에너지간사 양성교육과정은 오는 21~22일에 산청 대안기술센터를 찾아 대안에너지에 대한 교육과 체험으로 모든 과정을 수료할 예정이다. 그리고 워크샵을 통해 마을별로 다양한 에너지 비전을 제시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다.
글/사진: 녹색사회국 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