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의 비소식, 과연 단비일까?

2012년 8월 17일 | 자연생태계

                                                                

한 달 만의 비소식, 과연 단비일까?

한 달 동안 하늘이 머금고 있던 비를 세상에 뿌렸습니다. 특히 충남지방에는 짧은 시간동안 물폭탄이라 불릴 만큼 많은 비가 와서 갓 준공된 금강 3개 보의 안위를 걱정하며 금강으로 급히 출동하였습니다. 8월 16일 현장조사에는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대전충남녹색연합 심현정 활동가, 정선미 활동가가 함께 했습니다.
보를 만들었으니 홍수 걱정 끝?
홍수 예방에 큰 의의를 두고 시작된 4대강 정비사업. 이번 비로 하여금 이것이 얼마나 거짓되고 부풀려진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칠곡보 주변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한편, 금강도 역시 비피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설물 관리가 허술하고, 관리 예산조차 부족한 상황에 비가 오자 덮어두었던 허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 흙이 패인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부근 산책로
제일 먼저 공주보 상류의 고마나루 수상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여전히 악취가 났고 주변에 흙으로 조성된 산책길은 깊게 패여 있었으며 다른 길에는 쓸려온 흙들이 쌓여있기도 했습니다. 공주보 우안에 가보니 수문 3개를 모두 열었음에도 유량이 아주 많았고, 부유물이 가득했습니다. 포장된 도로 옆은 흙이 쓸려 내려가 길고 깊게 패인 곳도 있었습니다. 가드레일이 있긴 하지만 여차하면 큰 사고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공주보 좌안과 우안의 어도 모두 바깥으로 물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그마저도 흙탕물이었습니다.

▲ 공주보 우안의 도로는 비에 흙이 쓸려가 깎였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공주보 좌안 어도. 물이 넘쳐흐른다.
깎이고 터지고 잠겨버린 검상동 일대
검상동에 있던 작은 수로가 이번 비때문에 터져버렸습니다. 본래 크기보다 훨씬 커진 수로는 그 깊이가 성인 남성의 키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주민들도 어제 내린 비에 이렇게 되었다며 바라보고 있었고, 한 주민은 이륜차를 타고 길을 지나려다 물길에 막혀버린 길을 쳐다보고서 되돌아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4대강 공사는 금강 주변의 마을에 공원을 조성하고 주민에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할 것처럼 보였으나, 익숙하던 길도 한순간에 낯설게 만들어버렸습니다.

▲ 검상동에 있던 작은 수로가 터져 사람 키보다 깊이 패였다.

▲ 이륜차를 타고 지나가려던 주민이 막힌 길을 쳐다보고 있다.

▲ 검상동 하천변 둔치가 터졌다.
금강을 주시하며 가는 도중 특이한 광경이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물 한가운데 표지판들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자전거도로에서 경사도와 커브길, 속도를 안내하는 표지판이었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모두 물에 잠겨버려 표지판만 덩그러니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맨 처음 본 자전거도로는 공주시 이인면 만수교 아래였는데, 표지판이 없었다면 전혀 자전거길인지 생각도 못했을 것입니다. 특히 어두컴컴할 때 지난다면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커 보였습니다. 물에 잠긴 자전거도로는 그 이후에도 몇 차례나 더 관찰되었습니다.

▲ 검상천 부근의 자전거도로. 표지판이 없었다면 자전거도로인줄 몰랐을 것이다.
쓰레기 흐르는 세종보
예전부터 세종보의 소수력발전소 앞에는 물고기 사체에서부터 쓸려온 쓰레기들까지 많은 것들이 떠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비가 오니 하천변의 풀과 버려진 쓰레기들이 모두 떠내려와 소수력발전소 수문 앞에 멈춘 것입니다. 소수력발전소 바로 옆에는 긴급복구 차량이 보였고, 그 옆으로 몇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매번 부유하는 쓰레기들을 걷어내고 소수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일꾼들은 홍수가 났을 때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총 길이가 348m인 세종보는 125m의 고정보는 물에 잠겼고, 홍수 때만 완전 개방하는 223m의 가동보도 모두 열어 보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 세종보 소수력발전소 앞 쓰레기

▲ 긴급복구 차량이 소수력발전소 옆에 서있다.
유실된 흙은 다시 채울 것입니다. 쓸려간 사석도 다시 채울 테지요. 비가 오면 강물이 불어나는 건 당연하다 해도 농사짓던 논밭을 수용해 설치한 온갖 시설물들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데 비까지 오니 다시 복구하는 비용마저 국민들의 몫입니다. 비용은 둘째 치고 안전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공사로 인해 약해진 지반에 비까지 내려 토사가 흘러내립니다. 금강사업으로 조성한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고집에 고집을 부려 시행한 사업. 자전거 도로는 잠기고 보행교는 막혀버린 금강에서 단 1%의 국민만이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이 비가 단비일까요? 적어도 저에게는 반갑지만 씁쓸한 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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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사회국 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