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 정말 안전할까?' 강연 후기

2012년 5월 18일 | 자연생태계


                
지난 5월 10일, 작은나무마을어린이도서관에서 있었던 민들레 서구3권역마을모임, 땅콩마을어린이도서관, 작은나무마을어린이도서관, 한밭생협, 한살림서구운영위원회에서 준비한 김익중 교수의 강연을 듣고 왔다.
벌써 1년 하고 두 달이 더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누군가에게는 뼈에 새겨진 기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이미 잊혀진 과거일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항공사진.
탈핵이라는 주제에 비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은 김익중 교수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청중의 높은 호응이 어우러져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 알찬 시간이었다.
원자로의 구조부터 후쿠시마의 사고 개요, 세계 원전 현황과 정책‧피해 상황, 태양광‧풍력발전 산업 추세 등등 짧게나마 원자력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알아보았다. 원전 사고에서 무엇보다 위험한 것이 내부피폭인데, 청중의 상당수가 자녀를 둔 어머니인 만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익중 교수에 의하면 이미 국내산 표고버섯에도 세슘-137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반감기로 분석하면 10년 전쯤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국내에 드러나지 않은 원자력 사고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모두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고가 과거 몇 차례 더 있었을지 모르고, 지금도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이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질문했던 내용과 그에 대한 답변을 보고서 더욱 확신했다.
아, 원자력은 아니구나.
이미 지어진 원전이 있으므로 어차피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건설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미 핵종유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방책 없이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마냥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믿을 곳은 어디일까?

–  지하수가 새고 있는 경주 방사능폐기물처리장. 현재 준공이 미뤄진 상태이다.
강연 후 편안하게 둘러앉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원자력발전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구체적인 방법을 묻기도 하는 청중들에게서 의식 있는 시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얼마나 곧고 행복할까 싶었다. 김익중 교수는 앞으로 나올 대통령 후보가 탈핵 공약을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고, 우리가 어떻게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며 정당 사무소 앞에서의 1인 시위가 효과적일 거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후쿠시마에서 손상된 핵연료는 체르노빌의 10배에 달한다. 비극. 지금 어떤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 나로선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값싸고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으며 전기를 만들어낸다고 배웠던 그 놀라운 원자력발전기술은 현재 다른 의미로 내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우라늄이라는 녀석은 땅에서 나온 이후, 인류사에 도움이 된 적이 없다”는 김익중 교수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처음에는 핵폭탄, 그 이후 핵 발전. 평화에 반(反)하는 행위에 크게 일조한 물질이다. 우리 후손, 다음 세대까지 갈 것 없다. 당장 우리부터 걱정이다. 평화로운 세상, 핵 없는 세상이 빛의 속도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녹색사회국 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