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시민이 검증한다.

2012년 3월 8일 | 자연생태계

4대강사업, 시민이 검증한다.

글/ 녹색사회국 심현정
2012년 3월 8일, 아침 8시 공주보에 2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생명의강연구단과 함께 금강의 3개보 하상세굴, 보의 균열과 누수여부, 수질조사 등을 조사하였다. 춘삼월이라고 하기엔 날씨가 무척 쌀쌀하여 후드모자를 한껏 눌러썼다.
일정은 ‘공주보-세종보-백제보’로 진행되었다.

8:20 공주보
촉촉한 봄비에도 으스러지는 금강
몇 일전 고집스럽게 내렸던 봄비가 공주보의 모습을 다르게 만들었다. 보 하류에 만들어 놓은 가설도로가 군데군데 유실되고, 작년 초에 볼 수 있었던 오일펜스가 다시 강 위에 둥둥 떠 있다.

박창근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가 공사관계자에게 물었다.
“저 가설도로는 왜 만든 겁니까?”
“준공을 앞두고 점검하려고 만들었습니다. 하상은 2월에 조사를 했었는데 세굴은 없었고, 돌이 움직여서 약간의 울퉁불퉁한 면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정률이 98%라면, 가물막이 할 정도의 점검이 뭐가 있습니까? 이건 정비가 아니라 공사 수준입니다.”

위태로웠던 좌안의 어도 사면도 많이 깎여 나갔다. 어도에 물이 흘러간 적도 없고(어도의 입구와 출구 모두 막혀있다) 약하게 내렸던 봄비에 이렇게 깎여 나간다면 준공이 된 후 어도의 모습은 불보듯 뻔하다.
정민걸교수(공주대 환경교육과)는 “애당초 이곳은 어도를 만들지 못하는 지형이다. 여긴 자연형을 흉내낸 인공어도다”라며 어도의 효용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을 때 가장 약한 부분은 콘크리트와 흙이 만나는 부분이다. 지금 공주보의 좌안같은 경우는 본디 땅이 무르고 물이 굽이쳐 흐르는 지형에 우안의 암벽에 부딪친 물이 좌안으로 튕겨져 나오는 구간이라 처음 보의 위치로서도 적합하지 않다는 평을 들었던 곳이다. 더군다나 포크레인으로 억지 물길을 만들어 두었으니, 그게 남아 날 리가 있겠다.
“강물결에 의해 자연스럽게 깎여나갈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자연스럽게’는 도대체 어느정도의 선까지인가?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 둔 것인가.
현장을 갈때마다 의문이었다. 왜 어도에 물을 흘려보내지 못하는지. 그런데 이제 알겠다. 그들도 알고 있던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어도’라는 곳에 물이 흐르는 순간 무너지리라는 것을. 그게 두려워 물을 흘려보내지 못한다는 것을.
올 여름 큰 비가 쏟아졌을 때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큰 홍수피해가 예상된다.
공주보가 위험하다.
콘크리트 구조물에게 가장 취약한 건 ‘물’이다. 특히 겨울에는 더 취약하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생겨 그 사이에 누수가 되고 추운 날씨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게 되면 깨지게 되는 건 당연지사. 공주보가 위험하다. 금강의 공주보는 국토부에서 발표한 적이 있을 정도로 누수문제가 거론되어 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누수 뿐만 아니라 구조물의 균열이 발견되었다. 공주보 오른쪽 세 개의 기둥에서 약 2mm 폭의 수직균열이 6곳이나 확인했다. 보통 콘크리트 구조물은 0.2mm~0.3mm를 허용치로 보고 있는데 이는 훨씬 벗어나는 기준으로 매우 위험하다. 이런 균열은 콘크리트가 양생될 때 수하율에 의하거나 부실공사가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한 정밀점검이 꼭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다. 공주보 소수력발전소 안의 누수방지공사가 추가로 이루어진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급하게 먹은 밥이 체했다. 이런 작은 문제들로 인해 당장은 보가 무너지지 않아도 내구성에는 큰 문제가 되어 보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공주보에 보트가 떴다. 하상 측정결과, 공주보에서도 하상세굴이 확인되었다. 평균 1.5~1.8m가 세굴되었다. 공주보 아래 오른쪽으로는 모래를 집어넣은 흔적도 보인다. 본래 어느정도의 세굴이 진행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가설도로 아래에는 3m정도까지 측정이 되어 대규모의 세굴이 예상된다. 이는 하상보호공의 설계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세굴현상이 계속 진행된다면 결국 보 구조물에도 영향을 주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11:00 세종보
세종보는 국가보안시설?

생각보다 일정이 늦어져 서둘러 세종보로 향했다. 여기서도 역시 그들은 먼저 나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보에 접근할 수는 없었다. 소수력발전소와 함께 보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울타리를 치고 문을 자물쇠로 잠궜다.
“청에서 보안시설로 문을 닫으라고 해서 닫았다. 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개방행사도 하고, 명절에는 여기서 민속놀이도 했으면서 이제는 보안시설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하다니..
“이게 어떻게 보안시설이냐?”
“누군가가 임의로 들어와서 보의 수문을 확~ 열어버리면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안보의식 나셨다. 조사를 하기 전에 이미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측에 관련 내용을 알렸고, 민주당 백재현 의원과도 이야기를 해서 조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렸었다. 낙동강 조사 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도움까지는 바라지 않으나, 막지는 말아달라 얘기 했건만 역시 소 귀의 경읽기. 소용이 없다. 이런 공사관계자들의 태도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정부가 너무 숨기고 있다. 2월 27일부터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하겠다 하였는데, 거기에 참여한 최고 조사위원 6명이 모두 4대강 공사에 대해 적극 찬성하거나 긍정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조사한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설계과정에서 조금은 문제가 있었으나, 비가 많이 왔고, 조금만 보강을 하면 괜찮을 것이다.’..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5m 세굴된 현장이 찬성하는 사람이 와서 하상을 조사한다고 높아지고, 반대하는 사람이 와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지금과 같은 조사단은 오히려 의문을 증폭시킬 뿐이다. 4대강의 본질적인 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4:00 백제보
사람 눈에만 보기 좋은 떡, 어도

백제보는 이미 국토해양부에서 지난 2월 27일 6.7m세굴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오늘은 보가 담수되어 있고, 공주보에서 수문을 열어서 그런지 수량이 무척 많았다. 백제보에서도 구조물의 균열이 발견되었다. 상류의 하상을 측정해본 결과 4m정도 세굴된 것을 확인했다. 다른 보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게 어도의 기능을 할 것으로 보였던 백제보의 어도도 구조상의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백제보의 어도는 인위적으로 엄청 뒤틀어 놓았다. 자연스럽게 생긴 물길이 아니고 포크레인으로 만들어 놓은 물길이기 때문에 안정화단계를 거치며흙이 날라가고 제 길을 찾으려 할 것이다. 콘크리트로 바르지 않는 이상 지금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라는 비관적인 평이 나왔다.
이번 현장조사에서는 지난번 1월 조사에서처럼 보 위, 아래에서 수질측정을 하였다. 채수한 수질은 결과가 나오는데 10일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의 균열과 추가 세굴현상이 확인됨에 따라 국민들의 걱정은 더 커져만 간다.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였던 사업들이 부실공사로 끊임없는 보강공사가 진행되면서 앞의 공정들에 쏟아부은 예산들은 다 날라가 버렸다. 국민들의 혈세는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인가. 아름다운 강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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