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모니터링2.
글/ 녹색사회국 심현정
2월 21일, 금강 정기모니터링을 가는 날. 아침 일찍 공주로 향한다. 녹색연합 운영위원이기도 한 공주대 환경교육과 정민걸교수,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와 함께 나선다.
9:31 세종보
소수력발전 3개 중 1개가 가동중이다. 수문은 모두 닫혀서 담수상태이다. 물이 정말 많다. 지난 달에 왔을 때는 몇 마리씩 보이던 새가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풀려서 그런가?
세종보 홍보관이 철거중이다. 철거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폐기물들이 널부러져있다. 변기부터 시작해서 문짝까지 가지가지다. 유리창도 깨져서 조각들이 어지럽다. 헉! 형광등도 그대로 깼나보다. 형광등은 안에 수은이 들어있어서 아파트에서도 따로 분류해서 배출하는데 이렇게 마구잡이로 버리다니. 홍보관으로 올라가던 계단도 무너지듯 으스러져있다. ‘여기로 중장비가 올라갔나?’ 산책하는 사람이 2명 보인다. 이미 개방행사도 하고, 명절에는 사람들도 초대했었으면서 이렇게 지저분하게, 흉물스럽게 방치하다니.
10:05 합강정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강지점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합강정에 올랐다. 오르는 길도 마사토로 만들어뒀는데 벌써부터 금이 쩍쩍 가있다. 올라갈수록 금이 심하게 갔다. 공사관계자를 만나 물었다. “ 알고 있어요. 날씨 풀리고 3월에 보강공사할 겁니다. 금이 심한 곳은 덧방치고, 잔금 같은 경우는 채우는 방법으로 공사할거예요.” 지난번 부여의 왕진나루 공원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또 그런다. 옛말 그른게 없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한다.
위에 올라보니 합강정에서 새것 냄새가 난다. 올라서 강을 바라본다. 강이 밋밋해졌다. 본래 강이 만나는 곳이면 자연스럽게 하중도도 생기는데 보이지 않는다. 둔치에는 장남감처럼 앙상한 나무가 삐쭉삐쭉 꽃혀(?) 있다. 부디 잘 살아남아야 할텐데.
세종보가 있는 행복지구는 4대강 사업 중에서도 선도사업지구로 빨리 공사가 착공되었다. 그래서 이미 두산건설이 담당했던 구간은 2월 1일로 준공이 났다고 한다.
삼성천을 건너는 보행교가 위태롭다. 모래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한쪽은 파란천이라도 덧대서 뭔가 임시로 해놓은 요량인데, 나머지 한쪽은 완전 무방비다.
조성습지와 주변에 만들어 놓은 물길은 인공의 냄새가 폴폴 난다. 물이 흐르지 않는다. 부우물이 둥둥. 뜨악! 여기가 물놀이광장이란다. 오마이갓! 난 물놀이 안할란다.
11:00 세종보 어도
지난달에는 수문을 하나 열어두어서 그런지 어도에 물이 하나도 흐르지 않았는데, 오늘은 물이 콸콸 흐른다. 수량이 많고, 물살이 세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 어도를 힘차게 헤엄치는 물고리를 볼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11:37 공주보
공주보도 모두 담수상태다. 수문이 닫혀있다. 수량이 많다. 하지만 여기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어도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붕~ 떠있다. 물고기가 여기를 거슬러 오르려면 지느러미를 활짝 펼쳐 날아가야 한단 말인가? 지난번 금강에서는 유일하게 누수지적을 받아서 보수공사까지 했던 공주보. 어디, 오늘은 상태가 괜찮은가? 흠, 위태위태하다.
고정보 구간 콘크리트에서 (그들 표현방법대로 하자면) 물이 비친다. 요즘은 렌즈가 좋아져서 멀리서도 당겨서 잡히니 무섭다. 지켜보겠다.
보 좌안의 사면에는 침식흔적도 보인다. 흠, 이것도 지켜보겠다.
12:17 연미산 전망대
연미산을 오르자. 어디선가 하얀 진돗개가 나타났다. 오잉? 넌 누구니? 전망대까지 오르는 내 뜻을 알았는지 길을 안내한다. 내가 숨이 차 늦어지면 기다려주기까지 한다. 신통방통하다. 헥헥! 15분만에 연미산 전망대를 올랐다.
백제큰다리쪽을 바라본다. 보에서 담수를 해서 그런지 오늘은 재퇴적을 가늠하기 어렵다.
공주보를 바라본다. 사진을 찍어보지만 안개가 낀 흐린 날씨라 잘 보이지 않는다. 맞은편 곰나루수상공연장도 보인다.
‘여기도 날이 풀리면 뭐 좀 하려나? 2010년 세계대백제전 이후로 너무 조용하다. 아니지, 여름에 홍수피해로 토사가 덮쳐서 크게 시끄러웠었지.’
아쉬운대로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어느새 하얀 진돗개도 함께 내려온다. 그러곤 입구에서 유유히 산 속으로 사라진다. 아무래도 연미산의 산신령이 개의 모습으로 왔나 싶다. 땡큐!
12:45 점심식사
산을 오르고 난 후라 그런가? 점심이 참 맛있다.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반찬으로 나온 계란 장조림까지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13:20 공주보 좌안 자연형 어도
공주보의 좌안에는 (그들의 표현방법에 의하면) 자연형 어도가 있다.
사면이 으스러지고 무너져있다. 가짜로 씌워놓은 허물이 참지 못하고 속살을 드러내듯 흉하다. 줄을 쳐서 접근을 막아 놓기는 했는데, 그게 전부다. 그 옆으로 계속 비슷한 현상이 진행중이다. 자연이 이런 모습인가? 자연형 어도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반대편은 돌을 쌓아 두었다. 돌 틈이 휑하다 느꼈는지 작은 나무들을 심었다.
하지만 몇몇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널부러져있다. 부러지기도 했다. 좀 더 내려가 보았다.
어도라면서 금강물이 들어오는 입구가 막혀있다. 물은 가둬져서 썩고 있다. 녹조가 가득이다.
13:58 왕진대교 위
날이 많이 풀린다고 했는데도 금강은 아직인가보다. 아직 얼음이 꽉꽉 차있다. 금강을 따라 부여를 가다보면 어김없이 만나는 왕진대교. 이 위에서 바라본 금강도 참 많이 달라졌다. 공사가 진행된 후에야 왕진대교를 건너다니기 시작한 나로서는 이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밖에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척 마음이 아프다. 공사 전 사진 속 왕진대교에서 바라본 금강은 하중도가 빽빽하게 자리잡아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밋밋한 강만 있다. 여기에 살던 생명들은 다 어디에 가있을런지.
14:02 백제보
백제보도 수문이 닫혀져 담수상태이다. 어도의 물은 지난번보다 적다. 소수력발전기도 4개를 모두 가동하고 있다. 백제보에는 전망대도 만들어 뒀다. 전망대 옆에 과거에는 밭이었던 그 자리에 지금은 생활운동기구들이 들어서있고, 자전거도로가 지나간다.
자전거 도로의 이음새 부분이 모두 균열이 크게 생겨있다. 이것도 3월이면 보수공사를 해야지 싶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가로등설치공사가 진행중이다.
14:59 금강5공구 맹꽁이서식처
재작년 겨울에 금강5공구 공사현장에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 방문을 한 이후 금줄을 치고 표지판을 세웠다. 작년 여름 다시 방문했을 때는 수로를 따라 크게 두 곳의 서식처를 더 보존하고자 조치가 취해졌다. 그 이후 맹꽁이 서식처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찾은 맹꽁이 서식처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표지판에 누가 사격조준연습을 했는지 총알과 함께 구멍이 뻥뻥 뚫려있었다.
웅덩이에 찾아온 새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간 소름이 돋았다. 공사가 완공이 된 후에 이 서식처는 어떻게 될까? 둔치유지관리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데 예산과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잘 관리될 수 있을지 큰 걱정이다.
15:10 황산대교 좌안 둔치
전국 최대 규모의 방울토마토 시설재배단지가 있던 곳. 지금은 다 사라지고 허허벌판이다. 아니, 젓가락 나무 몇 그루가 덩그러니 꽂혀있다.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삶을 일구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여기에는 무얼 하겠다는 건가. 누가 찾아올 것이며, 어떻게 무슨 수로 유지관리를 하겠다는 건지.
17:00 공주에 도착
이렇게 금강모니터링을 마쳤습니다. 함께 해주신 정민걸교수님, 김종술기자님 감사합니다.
이번 모니터링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도 함께 링크합니다.
“한겨울에도 녹조현상, 여름철 대형 녹조현상 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