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표’ 맹꽁이, 대전 도심서 우는데…

2011년 9월 22일 | 자연생태계

‘환경지표’ 맹꽁이, 대전 도심서 우는데…

                                                                                                                                    글 /  문광연 운영위원(중일고 생물교사)
수업이 끝난 조용한 교정, 퇴근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흐릿하게 “맹” “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살금살금 가보니 음악실 뒤 하수도에서 나는 소리다. 맹꽁이였다.
4월이 되면 동면을 하던 녀석은 땅속에서 잠깐 나와 먹이를 먹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간다. 맹꽁이 뒷다리는 길고 근육이 발달해 있으며 땅을 잘 파는 구조다. 하루는 맹꽁이가 많이 서식하는 곳에 가서 관찰을 시작했다. 해가 지고 조금 있으니 땅을 파고 머리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던 녀석이 살금살금 나왔다. 주로 밤에 다니면서 먹이를 먹고 해가 뜨기 직전에 땅을 파고 들어가는데, 땅을 파는 모습을 자세히 보니 앞다리를 고정시키고 뒷다리로 마치 엉덩이로 글씨를 쓰듯이 좌우로 흔들면서 땅을 파기 시작해 2㎝ 정도 들어가면 몸 위로 흙을 덮고 180도 회전하여 다시 땅을 파고 흙은 위로 밀어내면서 10~15㎝ 정도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맹꽁이를 ‘쟁기발개구리’라고도 한다.
이렇게 땅속으로 들어간 녀석은 봄이 지나도록 땅속에서 잠만 쿨쿨 자고 있다가 장마가 시작되고 물이 어느 정도 고이면 비가 떨어지는 소리나 습도를 감지하고 땅속에서 나와 물이 고인 둠벙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밤이 되면 턱 밑에 발달한 울음주머니에 공기를 넣고 빼면서 “맹” “꽁” 하고 운다. 그런데 맹꽁이 소리를 잘 들어보면 혼자서는 “맹” “꽁”을 하지 않는다. 두 마리가 있을 때는 한 마리가 “맹” 하면 옆에 있던 녀석이 잠시 뒤 “꽁” 하고 운다. 여러 마리가 있을 때는 반은 “맹” 반은 “꽁” 하고 운다. 처음에는 서로 리듬을 못 맞추지만 몇 번 후에는 전체가 화음을 잘 맞추어 크게 운다.
맹꽁이는 물과 땅 위, 땅속에서 두루 잘 살아가는 녀석이다. 이런 특이한 습성 때문에 수질오염이 심한 곳이나 토양오염이 심한 곳, 공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맹꽁이를 환경지표종이라고도 한다.
지난 7~8월 대전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맹꽁이 모니터링을 했는데 22곳에서 맹꽁이가 발견됐다. 특이한 것은 대전의 3대 하천 주변과,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곳에서 대량으로 발견됐고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확인됐다. 대전의 3대 하천 주변에서 발견한 맹꽁이는 우여곡절 끝에 서식지가 원형대로 보존이 되어 잘 살게 되었다. 그런데 도심 한가운데에서 발견된 맹꽁이는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심이나 강변이나 어디에 살든지 맹꽁이는 한가족이 아닌가?
9월 22일자 [한겨레] -울림마당에 나온 글 입니다.
글 보러 가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97348.html
  
* 녹색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9-22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