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그림 '임천고암' 배경, 부여 삼의당 터 복원한다더니 ···

2011년 7월 6일 | 자연생태계

정선 그림 ‘임천고암’ 배경, 부여 삼의당 터 복원한다더니 ···
말뿐인 복원 ··· 쓰레기 속 방치

폐가·수풀에 가려 표지석도 찾기 힘들어
충남도 “복원, 의무사항 아니다” 말바꿔
4대강사업에 수려한 풍광 실종 흙탕물뿐


겸재 정선이 ‘옛날의 금강이 아니로구나’ 한탄할 지경으로 변한 부여 삼의당 터. ①삼의당 터 건너편 둑 높이기 현장 ②무성한 수풀 속에서 찾기도 힘든 초석 ③흙탕물로 변해버린 금강 물 ④,⑤여러 곳에 버려진 생활쓰레기와 어지럽게 자리한 쓰레기 소각 흔적 ⑥방치된 폐가.  사진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지난해 충남도가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복원’을 건의한 부여군 ‘삼의당’(향토유적 제94호) 일대가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반조원리에 위치한 삼의당은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산수화 ‘임천고암’의 배경이 된 곳으로 경관이 뛰어나고 삼의당 터와 나루터 흔적이 있어 보존가치가 큰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지난해 8월 금강살리기 사업 4공구에 속해 있는 삼의당 터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나루터와 수목, 진입로 등을 정비해 관광자원화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보냈다.
금강살리기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현재 삼의당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5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찾은 삼의당 터는 무성한 수목과 폐가, 버려진 생활쓰레기 등 만이 널부러져 있었다. 잡풀에 가려져 어렵사리 찾아낸 ‘향토 유적 제 94호, 세도 삼의당터 및 제방림’ 이라는 표지석 만이 그곳이 삼의당 터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거였다. 8기가 남았다던 삼의당 초석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
복원을 해달라는 충남도의 건의가 정말 건의로만 끝난 셈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포함시켜 복원을 해보려고 했지만 고증과 예산 문제 등 서두를 문제가 아니였다”며 “4대강 사업이 끝나도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문화사업 등에 포함시켜 연차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4대강 사업에 포함돼 복원이 이뤄지면 고마운 일이지만 (문화재 복원 등의 문제가) 꼭 해야되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1년 여 전 복원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보내며 “복원 가치가 높다. 복원 후 역사 문화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도 차원에서도 삼의당 일대가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행정력을 쏟겠다”고 피력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날 동행한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삼의당 일대가 충남도가 시행하는 금강살리기 사업 4공구에 포함돼 있고 도가 자체적으로도 복원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완전 말 따로 행정 따로인 모습”이라며 “엄청난 돈을 들이는 것도 아니고 잡풀, 잡목 등을 정리하고 관리만 해도 삼의당이 새롭게 조명될 텐데 다 엎어버리고 개발하는데만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삼의당 일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중요한데 준설작업과 둑 높이기 작업 등 금강살리기 사업으로 자연스러운 물길과 둔치 등이 사라지고 물도 흙탕물이다. 겸재 정선이 ‘옛날의 금강이 아니구나’라고 한탄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삼의당은 조선 후기 규장각에서 경사를 강론했던 학자 윤광안(1757~1815)이 함경도 유배에서 풀려난 뒤 말년에 기거하며 후진양성을 위해 지은 곳이다. 정면 8칸에 측면 3칸 규모로 1909년 불타 없어져 현재는 8기의 초석만 남아 있다.
이미선 | ashe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