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남집중호우] 긴급! 금강현장조사

2011년 6월 24일 | 자연생태계

충청이남집중호우] 긴급! 금강현장조사

글/ 녹색사회국 심현정


동영상 더보러 가기- 집중호우 금강현장, 대교천(연기군 남면)
우기에 접어들어 충청지역에 집중호우가 예보된 가운데, 비가 오기 전인 21일부터 24일까지 금강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전 5월 27일 금강시민공동조사단과 함께 우기대비 지천조사를 한 결과, 국토해양부에서는 5월까지 하상유지공 공사를 모두 마치겠다고 계획되어 있음에도 29곳의 지천들 중 하상유지공이 미설치된 곳이 13곳, 설치된 곳이 8곳(이 중 유실중인 곳이 2곳), 공사 중인 곳 3곳, 하상유지공의 흔적은 남아있으나 유실된 곳이 5곳으로 조사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금강에서의 준설로 강변의 지반이 불안정하고, 우기대비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흙이 그대로 쌓여있어 침식과 유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2011년 6월 24일, 현장의 모습들을 사진과 함께 전한다.

청벽대교(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아래를 흐르고 있는 마암천으로 갔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이 급하게 내려오면서 폭포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 6월 23일 오전11시 50분에 촬영

▲ 6월 24일 오전11시 03분에 촬영
마암천의 우안으로 쌓여 있는 흙이 물살에 깎여 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큰 비가 예보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또한 미약하게 나마 사면을 보호하고 있던 돌들도 하루새 쓸려내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 6월 23일 오전11시51분에 촬영

▲ 6월 24일 오전11시00분에 촬영
청벽대교 아래로 중장비가 드나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설도로도 물에 잠겨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마암천에서 금강 하류로 이동을 하던 중 금강변에 자전거도로(공주시 상왕동일대)를 만들기 위해 닦아놓은 길이 유실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자전거도로를 가로지르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데, 평소에 흘러가던 작은 관으로는 벅찬지 물길이 툭툭 터졌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제방도 무너졌고, 길의 중간에는 구멍이 생겨 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빠져내려가고 있다.

포크레인으로 만들어놓은 길이라 지반이 약해져 빗물에 푹푹 패여있다.

자전거도로는 어느새 물이 흥건하다.
지난 4월 식목일 즈음으로 하여 4대강주변에 희망의숲을 조성한다는 기사가 연일 올라왔었다. 금강 공주에서는 쌍신동에 희망의 숲을 조성하였다.

금강 7공구인 공주지역을 담당하는 SK건설에서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SK가로수길'(공주시 쌍신동) 이라는 멋진 비석과 함께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로수길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다. 좀 더 멋진 가로수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흐르는 실개천의 물길을 반듯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포크레인으로 새 물길을 냈다. 필요한 곳에는 콘크리트 사면을 박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 비로 주변에 아무렇게 쌓아두었던 흙더미들은 유실되고, 콘크리트벽은 그 흙더미들을 이기지 못해 부러졌다.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흙은 쓸려 내려왔고, 콘크리트 벽은 ‘퍽! 퍽!’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있었다.
금강 지류하천의 최고 ‘걱정거리’로 떠오른 유구천(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금강과의 합류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보가 있다. 이 보는 과거 유구천 주변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 무너질 위험에 처해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가운데 어도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움푹 주저앉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보에는 이미 많은 균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왼쪽 사면은 무너져내려 흙이 훤히 보인다. 이런 곳에 오늘 비가 엄청 내렸다.

오늘 만난 유구천은 그 언제 보았을 때보다 많은 유량과 빠른 유속을 보여주었다. 무너져내린 보때문에 왼쪽의 물길은 강이 아니라 마치 바다에 온 것처럼 파도를 일으키며 내려왔다.(오른쪽 물흐름과 비교해보면 알수 있다.)
이 보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이 보는 지난 4월 중순경 현장조사를 갔을 때도 움푹 꺼져있어서 위태롭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 5월 말경에 다시 찾았을 때는 견디다 못해 금이 가고, 더이상 물을 막는 보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채 보 아래쪽으로 물이 흘러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 아래의 콘크리트가 세굴되어 물이 흘러가는 상황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이런 심각성에 대해 공주시에는 알고 있으나 지금 이 보에 대한 조치를 취할 만한 여유가 없다. SK건설에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해결을 요구했으나, SK건설 또한 금강 합류부의 하상유지공 까지만 본인들의 담당이지 그 위의 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는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금강 본류와의 낙차로 인해 더 물살이 빨라진 유구천은 좌안의 나무도 뿌리채 뽑아버렸다.

금강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강보’는 우기를 맞아 수문을 모두 열었다. 아직 오른편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가물막이를 해놓았었는데, 이번 비로 맥없이 뚫렸다.
물을 가두었다가 흘려보내는 침사지의 기능도 이런 비에는 소용이 없다.

금강보 공사현장의 도로는 그간의 격렬한 공사과정을 보여주는 듯 움푹움푹 패여있다. 이렇게 길이 패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중장비와 덤프트럭이 바쁘게 달렸을까. 덕분에 엉덩이가 아프다.

도천(공주시 우성면 평목리)의 상류에는  이미 제방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옆이 논이라 이대로 둔다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오늘 집중호우맞이 금강현장조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금강 지류하천의 문제아 ‘대교천(연기군 남면)’이다.
아마 이곳은 우기가 오기 전부터 우려의 소리를 많이 했었다.
대교천은 금강 지류하천의 역행침식을 구조적으로 잘 보여주는 곳이다. 금강의 준설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면서 본류의 수위에 맞추기 위해 지류하천의 역행침식이 이루어진다.
비가 오면서 하루가 다르게, 비가 많이 올 때는 시간마다 다르게 대교천의 물길은 달라지고 있었다.

현장에서 보면 비가 오지 않아도 그 낙차가 계단처럼 눈에 보였는데, 비가 많이 오니 그 낙차에 따라 물이 통통 튀면서 내려갔다.
처음 대교천을 조사했던 건 5월 말이었다. 금강변을 따라 만들어지는 자전거도로가 계획되어 있고, 그 도로를 이어 대교천을 가로지르는 보행교가 만들어져 있었다. 다리와 땅이 맞닿는 곳은 흙으로만 처리가 되어 있어 지반이 매우 불안정해보였고, 이미 흙이 흘러내려 있었다.

6월 21일에 방문했을 때는 흘러내린 흙이 다시 다져져 있었다.


하지만 역시 22일 비가 오자 다시 흙이 흘러내렸고, 24일인 오늘은 다리 아래쪽 뿐만 아니라 옆으로도 침식이 일어나서 다리 골격이 훤히 보였다. 지난번 조사 때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이 보행교는 비가 많이 오면 분명히 옆에 흙들은 다 쓸려 내려가고 다리만 덩그러니 남을 겁니다.” 무섭도록 딱! 맞는 지금의 상황이다.
내일은 충청이남지역에 200mm이상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다고 한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지금 제주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태풍’메아리’가 또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은 무섭게 내리는 빗소리 만큼이나 시끄럽고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