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_ 생태도시국 심현정
1월 11일, 녹색연합 사무처로 두 통의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가회리의 주민인데, 4대강 공사로 강의 흙을 파내 나르면서 날리는 비산먼지가 비닐하우스에 쌓여 햇볕이 투과되지 못해 일조량 부족으로 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인근의 주택에서는 창문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널지도 못할 정도라고 호소하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50명정도의 마을 주민들이 작년 12월에만 5번정도의 집회를 했음에도 지역 공사현장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보상도 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였다.
성함과 연락처를 받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끊은 후, 5분이 지났을까?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같은 마을 주민이셨다. 역시 같은 내용의 민원 내용이었다.
덤프트럭의 잦은 운행으로 소음피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이 분께도 성함과 연락처를 받은 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두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꽤 심각하다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1월 13일, 아침일찍부터 부여로 달려갔다.
대전에서 강경을 지나 황산대교를 건넜다.
이 지역은 금강살리기 3공구에 해당되고, 황산대교를 중심으로 상.하류로 산책로, 수변쉼터, 징검다리, 주차장, 생태수로, 다목적광장 등과 같은 수변시설들이 계획되어 있다. 이번 겨울은 유독 날씨가 추워 공사현장이 수월치 않을듯 함에도 여전히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은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한건지….
황산대교 아래에서 흙을 담은 덤프트럭이 하루 100여대 정도가 인근의 농경지리모델링터로 나른다.
2차선 도로는 커다란 덤프트럭의 속도 때문에 위험천만이다. 도로 곳곳은 패여있다.
마을 주민분들을 만났다. 그 어떤 말씀을 듣기 전에 이미 도로변을 걸으며 비산먼지의 심각성은 가늠할 수 있었다.
도로 주변의 표지판은 알아볼 수도 없게 흙먼지에 쌓여 있고, 주변의 풀들은 모두 회색을 띄었다.
주민분은 우리를 공사현장의 덤프트럭이 지나다니는 길과 가장 가까운 비닐하우스로 안내했다.
‘세상에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흙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여기 좀 보세요, 이게 본래 비닐하우스가 이래야 하는데, 저 먼지 때문에 이렇게 하얗게 쌓이는 바람에 햇볕이 안들어와요.”
세도면 가회리는 우리나라의 방울토마토 생산량을 11%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농가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한다.
10월, 11월 쯤에 방울토마토를 심어 다음해 6월까지 3~4번정도의 수확을 한다.
본래 햇볕을 잘 받고, 비닐하우스의 환기를 잘 시켜줬다면 지금쯤 빨간 방울토마토를 수확할텐데, 아직 다 영글지도 못했다.
“이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도로에서 가까운 곳과 먼 곳의 방울토마토 차이가 커요. 도로와 가까워서 먼지가 많이 쌓여 햇볕을 잘 못 본 곳은 이렇게 키도 잘 안 크고, 잎이 쫙 펴져야 하는데 이렇게 쪼그라들고.. 크기도 쪼그만게 아직 영글지도 못했어요. 원래 한 이만큼 정도 자라야 하는데….. 우리랑 같이 심은 다른 동네 방울토마토는 이미 빨갛게 익어서 다 따고 있어요”
1차적인 일조량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비닐하우스의 온도도 높지 못하다 보니 일일이 열선을 끌어다가 방울토마토 아래 깔아 두었다.
방울토마토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장미, 프리지아와 같은 화훼재배도 이루어지는데 이 작물 또한 햇볕을 보지 못해 색이 곱지 못하다.
그 옆의 복숭아나무는 환기를 위해 잠깐 비닐하우스를 열어 둔 사이 나무에 앉은 먼지가 나무의 생장을 방해한다.
이 먼지는 도로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비닐하우스와 주택가까지 영향을 준다.
인근 주택은 덤프트럭의 진동으로 곳곳에 금이 갔다.
흙먼지로 인해 농작물의 피해 뿐만 아니라, 주민분들의 기침과 가래 등의 호흡기질환과 같은 향후 건강상의 피해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덤프트럭의 진동으로 집 안의 창문이 흔들리고, 소음으로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마을의 임산부는 원정출산을 떠났다.
지역주민도 죽이고, 지역경제도 죽이는 4대강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