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광화문이 들썩이다!

2010년 9월 13일 | 자연생태계




2010년 9월 11일 광화문 광장은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들썩였습니다.
대전에서 오후 2시에 모여서 출발한 서울길 이었습니다.
몇일 전부터 중부경찰서에서 전화가 오고, 광화문 광장 사용이 불허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버스 안에서도 오전에 무대설치도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며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고 보니, 노란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인도에서 부터 횡단보도 까지 쫙~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냥 길 지나가는 사람이 보아도 놀랄만한 광경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경찰들이 모두 여기에 와 있는 듯 했습니다.

우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광화문광장 사용은 불허였으나, 광화문광장에서 보신각까지 군데군데 사용허가가 난 곳이 있었습니다.
세종로 파출소 옆, 정당, 노동계, 시민단체 할 것 없이 모두 ‘4대강 사업 중단’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에서 내걸은 ‘서민은 춥고 국민은 불안하다.’
한쪽에서는 4대강 파괴 저지! 비정규직 철폐! 결의마당이 진행 중이고,
환경단체에서는 해당 시군구의 의원들에게 엽서를 보내는 행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에 인간띠 잇기를 하기로 한 6시가 되었고,
광화문광장에서 보신각까지 각자의 지점을 찾아 이동하려 할 때 였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경찰들은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형광색 조끼와 방패를 들고서…
지나가기만 하겠다 말하여도 그들은 묵묵부답.
마치 첩보영화를 찍듯이 인간띠잇기를 진행할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뛰었습니다.

녹색연합에서 맡기로 한 광화문 우체국 앞.
시간이 되자 진행요원들의 안내에 맞춰 일렬로 인간띠를 만들어 섰습니다.
한 손에는 ‘4대강 공사 중단’ 손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흘러라,강물. 들어라, 청와대.’ 라는 주황색 풍선을 들었습니다.
인간띠 앞으로 4대강사업으로 인해 죽어간 강의 뭇생명들의 위령행렬이 이어지며 곡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열지어 서있는 사람들은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위로했습니다.
또 어느새 경찰들은 줄 앞으로 다가와 대치하였습니다.

인간띠잇기 행사를 마치고 문화제가 준비되어 있는 보신각으로 이동하려 할 때, 경찰들은 또 한번 우리를 막아섰습니다.
가만히 정승처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순간  “막아!” 라는 소리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행렬을 끊어 막았습니다.
처음 길을 막아섰을때보다 다소 격한 대치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합법적으로 사용허가가 이루어진 곳이었음에도 경찰들은 막아섰습니다.
하지만 결국 경찰들도 한 모퉁이를 내어 공간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대치하게 되는 것은 전경의 탓도, 우리의 탓도 아닐테니깐요.
보신각으로 향하는 횡단보도에서도 경찰들은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열을 지어 횡단보도의 양 옆을 막았습니다.
지나가던 서울 시민이 한마디 하시더군요. ” 집회하는 사람들이 어지럽히는 게 아니라, 이것들이 어지럽히네.”
보신각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은 후였습니다.
몇일 째 내리던 비가 다시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굴하지 않고 모여들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앉았지만 그 누구 하나 장소에 대한 불평, 날씨에 대한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날 문화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였습니다.
풀무학교의 학생들이 나와 청소년들이 바라본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었고, 다함께 ‘터’를 불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의 이미경의원, 진보신당의 이정희의원, 창조한국당의 유원일 의원 등이 나와 각 야당이 어떻게 4대강사업을 막아낼지에 대한 소견을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4대강관련 문화제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손병희씨가 올라와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비는 더 세차게 내렸으나, 모인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오늘 풍선에 써있던 말처럼, 이제는 그만 닫힌 귀를 열어 우리의 소리를 들으세요!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진실을 왜 한 분만 모른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