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원 잘 쓰면 ‘민생고’ 해결된다

2009년 7월 10일 | 자연생태계

22조원 잘 쓰면 ‘민생고’ 해결된다  
4대강 추진 사업 예산은 22조원을 넘어 30조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숫자로만 봐서는 이 돈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실감하기 힘들다. 22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조지 W. 부시의 대운하’가 될 수도 있었다. 공화당은 이라크의 자유롭고 번영한 모습을 미국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차기 대선 구도에 우위를 점할 꿈을 꿨다. 하지만 민주당 측의 집요한 반대 논리에 밀려 이라크 전쟁은 공화당에 최대 정치적 악재가 됐다.
전쟁 반대 진영이 쓴 공략법은 두 가지였다. 감성적으로는 미군 희생자를 부각하고 실리적으로는 전쟁 비용을 부각하는 방법이었다. 이 중 두 번째가 효과가 컸다.
지난해 <이라크 전쟁에 부은 1조 달러로 할 수 있는 50가지 일>이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 있다. 평범한 미국 광고회사 직원이 쓴 이 책은 이라크 전비 1조 달러(약 1270조원)가 얼마나 큰 돈인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조 달러가 있으면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애플 i-pod 제공 △미국 고속도로를 25.3k 금으로 포장 △모든 미국 학생에게 무상으로 대학교육 △190만명의 신규 교사 채용 △앞으로 65년간 태어나는 모든 미국 아이에게 무료 사회보장 혜택 보장 △모든 미국 노인에게 뷰익 자동차 제공 등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사람들은 1조 달러가 얼마나 큰돈인지 실감하지 못하기에 뉴스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는다”라며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좀 더 진지하게 전쟁 비용을 계산한 책도 있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하버드 대학 린다 발메스 연구원은 <오바마의 과제-3조 달러의 행방>이라는 책에서 이라크 전쟁 비용이 1조 달러가 아니라 3조 달러라고 계산했다. 책에 따르면 3조 달러가 있으면 주택 2400만 호를 지을 수 있고, 공립학교 교사 4500만명을 1년간 채용할 수 있으며, 어린이 16억5000만명에게 1년간 무료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시사IN>은 비슷한 아이디어를 살려, 4대강 사업 예산을 가상의 상황에 빗대봤다. 4대강 예산이 30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단 정부 발표대로 22조에 국한해 계산해봤다.

공공분양 주택·후분양 주택 등 저소득층을 위한 분양 주택 70만 채를 지을 수 있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800만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18조2000억원이면 가능하다. 회사 측이 주장하는 인건비 기준으로 해고 노동자를 모두 복직시켜 96년간 고용할 수 있다. 국공립대 대학생 133만명이 4년간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립대에서는 75만명을 무상교육할 수 있다.
22조원이란 얼마나 큰돈일까? 일단 22조원이면 저소득층 분양 주택 70만 채를 지을 수 있다. 2006년 건설교통부가 공공주택, 후분양 주택 등 저소득층을 위한 분양 주택 4만 호를 짓는 데 1조2700억원이 든다고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분양 주택 70만 호가 지어지면 서민층 집 걱정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22조원이 있으면 국공립대 학생 133만명을 4년 동안 등록금 전액 장학금을 주며 공부시킬 수 있는 돈이다. 사립대라면 4년간 75만명에게 등록금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 인구가 212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운 대학생이 4년간 돈 한 푼 내지 않고 졸업하는 셈이다.
22조원이 있으면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생 급식료를 10년 동안 지원할 수 있다.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이 전국 초등학생 381만명, 중학생 206만명의 급식료가 물가상승률을 감한해 한 해 2조2416억원이 든다고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22조원이 있으면 초·중등 교사 61만명을 신규로 뽑아 1년간 채용할 수 있다. 만약 원어민 교사를 뽑는다면 1년에 5만5000명까지 뽑을 수 있고, 이것은 전국 고등학교 한 곳당 25명을 파견할 수 있는 숫자다. 또 세 살부터 다섯 살까지 전국 어린이에게 4년간 유치원 교육을 할 수 있다. 표준 교육비가 1인당 월 37만원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22조원이 있으면 우리나라 전국민이 한 달 동안 전화·휴대전화·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다. 대한민국 1660만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 지출이 13만1700원이라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22조원이 있으면 88만원 세대 젊은이 200만명에게 1년간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또 22조원이 있으면 체불임금도 단번에 해결된다. 올 4월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10만5000명의 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데 22조원의 5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22조원이 있으면 쌍용자동차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노동자를 모두 복직시켜 96년 동안 채용할 수 있다. 지난 4월 사측이 이번 구조조정 효과가 2320억원이라고 밝힌 것과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퇴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22조원이 있으면 대한민국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꿀 수 있다.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800만명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18조2000억원이 드는 것으로 계산된다.
————————————————————————————————————————————————-
이 글은 [시사인 95호]-신호철 기자 (shin@sisain.co.kr)의 기사문을 발췌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