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나가 노부요(NGO오사카시민네트워크 대표, 오사카에서공해를없애는모임 부회장)
▲후지나가 노부요 대표
1969년대, 고도 성장기를 달렸던 일본. 이곳 오사카에서는 대낮에도 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달릴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스모크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대형 제철, 제련회사가 밀집한 오사카시 니시요도가와구에는 하늘을 날던 참새가 떨어질 정도로 공해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2008년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중국의 대기오염문제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지만, 일본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보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오사카에서는 천식환자가 급증하였고 “파란 하늘을 돌려 달라”는, 생사를 다툰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1971년, 오사카부는 헌법 지자체 단체장이 탄생하면서, 그 유명한 “공해는 발생원부터 관리하며 억제 시킨다”는 배출원규제와 총량규제가 포함된 환경관리계획이 책정되었으며, 머지않아 오사카의 하늘에서 고추잠자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에는 일본 전국에서 공해문제가 발생하였으며, “공해국회”라 불릴 정도로 공해문제는 정치적으로 발전하였고, 이윽고 환경청이 신설되었습니다. 또한 같은 해 2월 “오사카에서 공해를 없애는 모임”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이든 환경정책과 인간의 권리는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환자의 목숨을 건 싸움으로 만들어진 일본의 공해건강피해구제법은 <공해지역지정을 해제 한다>는 개정법안이 1988년 가결되면서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이로 인해 아무리 천식으로 고생하더라도 법률상 새롭게 공해환자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공해문제는 이제 다 해결되었다”라는 말까지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1960, 70년대와 비교하면 더 이상 오사카의 하늘에서 스모크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NOX, PM2.5로 변화한 것뿐입니다. 오사카공해환경측정연구회에서 매년 조사하는 “학교보건통계”에 따른 오사카시의 아동 천식환자 수는 최근 10년 약 1.5배로 늘어났습니다.
“1978년에 5살이었던 우리 아들은 여전히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오사카의 하늘은 깨끗해진 것이 아닙니다.” 라고 비통해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안심하고 숨을 쉴 수 있는 공기,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거리, 이처럼 당연한 요구가 왜 21세기가 들어선 지금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일본에서도 BSE에 감염된 쇠고기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일본인이 거의 매일 먹는 된장과 간장에 사용되는 콩의 자급율은 겨우 5%입니다. 당연히 유전자변형콩이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식량자급율은 칼로리를 기준으로 39%, 사료분을 포함하면 29%에 불과합니다. 또한 원자력을 포함하면 에너지자급율은 20%이지만 원료인 우라늄은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에너지 자급율은 4%입니다. 일본의 식량자급률이 급격이 떨어지며 식품안전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진 것은 1986년 시장개방옥션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부터입니다. 그 때부터 수입식품에 적용해왔던 일본의 뛰어난 기준․인증제도가 자유무역을 해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당연히 식품감시원의 수가 수입식품에 반비례하며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일반소비자인 국민은 무력해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모두 천재지변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인위적인 결과물입니다. 또한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인간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경정책은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는 싸움과 환경보호를 요구하는 시민의 힘으로 인해 생겨난 것들입니다. 여기에 시민 자신의 손으로 대기오염현황을 측정하고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가는 대기측정운동의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 마을의 공기의 상태를 “알고”, “알려” 개선하려는 힘이 바로 풀뿌리 운동이며 이것이 아시아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은 국경을 넘어선 “기후변화”방지운동에도 이어집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시작하게 된 한․일공동캡셀측정운동은 측정정도를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서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일본에서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가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시대에 발생한 환경오염문제를 직접 경험하였기 때문에, 이것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는 한국가스공사의 지원으로 대기오염측정지역이 한국의 5개 대도시와 오사카시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게다가 올해에는 한국의 어린이들과 일본의 어린이들이 참가하게 되어 양국의 아이들이 대기오염문제를 깨닫고 주역이 되어갈 것입니다. 여러분은 미래세대인 한국의 아이들과 일본의 아이들이 교류한다는 것만으로 흥분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