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평천에서 띄우는 편지
물놀이를 하던 경험이 그리운 지금, 내 사는 근처에도 아이들이 그리 놀 수 있는 하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재의 도시 어디고 손 닿는 곳에 그런 하천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여 언제부터인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연형 하천 만들기 사업이 이어졌고, 이를 보는 시민들도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대전에도 3대 하천의 생태형 하천 복원화 사업이 첫 삽을 뜬 지 이미 오래고, 각 지천의 정비와 복원화 사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생태와 토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하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관평천에도 시작되었다.
관평동과 용산동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관평천은 조선시대 나라를 관리하는 관들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고, 10년 전만 해도 넓은 곡창지대를 품고 있었으며 최근 단지조성사업 중 발견된 구석기유적으로 인해 이미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모여 살기 좋은 터였음이 입증되었다.
대덕테크노밸리는 환경친화적, 문화친화적인 도시건설 콘셉트에 맞게 관평천을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특성 위에 이·치수 기능은 물론이고, 생태와 친수까지 충족시키는 하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저수로에는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을 유도하기 위해 자연형 재료를 이용한 호안을 만들고, 고정보는 수위조절이 가능한 고무보로, 둔치에는 배후습지를, 반복되는 여울과 소, 새가 앉을 수 있는 횃대나 물고기의 이동을 위한 어도 등이 눈에 띈다. 동시에 이용자를 위해서는 자전거산책로와 징검다리, 일부는 운동기구까지 소규모 배려하였고 저류조를 이용한 수변공원과 경관을 위한 교각들이 설치되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용자와 서식자들의 관점을 적절하게 수용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올 초여름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을 이끌고 갈대숲을 지나는 것을 보았고, 뜨거웠던 여름 관평천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 밑에서 돗자리를 깔고 책을 보는 어른들과 물속 넓게 깔린 모래바닥에 맨발로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을 보아왔다. 물속은 이미 혼인색을 뽐내며 짝짓기에 열중인 피라미들이 차지했고, 둔치에 제 맘대로 크는 듯한 키 큰 달맞이꽃잎 뒤엔 비를 피해 몸을 숨긴 푸른 풍뎅이들이 소박한 평화로움을 갖게 한 관평천의 모습.
어릴 적이 아닌 이 시대를 사는 오늘, 마을 앞 하천에 들어가 놀 수 있고, 매미채 하나만으로도 즐거운 놀이터라는 사실은 어릴 적 꿈의 반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머지 반을 이루기 위해선 오염원의 유입을 차단해 맑고 깨끗한 수질을 항시 유지하고, 물속 생태계를 시작으로 다양한 먹이사슬체계를 이루기 위한 생물 서식처의 안정된 관리가 약속되어져야 할 것이다. 관평천의 이용자인 주민들은 하천자연성을 존중하여 최소한의 편의만으로 하천에 양보하고, 애정과 관심을 갖고 대한다면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환경친화적인 관평천의 내일은 더 밝기만 할 것이다.
최수경〈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2008-09-03 대전일보 열린마당 22면 기사
출처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775375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sudal7/17964655?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sudal7%2F17964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