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원순(시민참여팀간사)
5월 22일. 다양한 식물들로 꾸며진 농업기술센터를 찾는 이들이 있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박용범 간사의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의 문제점에서 시작된 강의는 현재 우리나라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의식변화로 이어졌다. 화장실의 물을 한번 내리는데 13L의 물이 아까워 소변과 대변을 통에 담아 발효시켜 자신의 텃밭에 거름으로 주는 사람들. 갑자기 내가 환경단체의 간사로 지내는 시간동안 어떻게 지냈는가하는 반성의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텃밭 가꾸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몇 년 동안 대규모의 텃밭을 가꿔 오신 분들도 있었다. 아마 이분들에겐 농사를 지으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유성에 사시는 김창석 참가자는 만평에 농사를 지으신다고 하셨다. 대학에서도 농업을 전공하셔서 그런지 자신감이 넘쳐 보이셨다. 또한 이춘하 회원은 약 150평의 텃밭을 6년 동안 가꿔 오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강사의 물음에 척척 대답을 잘 하셨다. 회원님의 모습이 왠지 새롭게 보이는 순간 이었다.
재미로부터 시작된 텃밭 가꾸기. 아마 그것을 이미 시작해 보신 분들은 행복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 아이의 먹거리, 우리 가족의 먹거리, 우리 주변 사람의 먹거리 등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다. 나 혼자 누리는 웰빙적인 삶이 아니라 함께 누리는 생태적인 로하스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텃밭 가꾸기 시스템은 우리나라보다 잘 조직화되었다. 영국에서는 산업화로 인해 농촌의 농부들이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그만 땅을 나눠줘 식량을 자급하도록 하였다. 그것이 도시텃밭의 시초가 되어 다양한 도시 텃밭의 형태가 생겨났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비만인 아이들의 치료목적으로도 도입되었는데 패스트푸드와 컴퓨터게임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직접 흙을 만지고 채소를 기르게 하여 자신의 손으로 채소를 기른 아이가 채소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현실과도 맞아 학교 텃밭을 보급할 수 있으면 어떨까하는 내 안에서의 도전도 들었다.
현재의 도시텃밭은 교육이나 치료, 빈민의 자급문제, 공동체 생활 조직화 등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해서 삭막해져 가는 현대인의 삶속에 작은 희망의 새싹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화분에 흙을 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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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방울토마토를 화분에 심고 있는 모습.
▲방울토마토를 심고, 기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드디어 강좌의 하이라이트. 상자 텃밭에 방울토마토와 고구마를 직접 심어보는 시간이다. 식물을 심을 때는 플라스틱 상자보다는 스티로폼 상자가 보온, 보냉을 위해 좋다. 급작한 온도 변화를 막아 뿌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재료를 적절한 비율로 조합하여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심었다. 우리가 잎에만 신경을 쓰는데 정작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뿌리라고 한다. 온도의 변화에도 민감해 물도 뜨거운 낮이 아니라 저녁에 주어 놀라지 않도록 해야 한다니 왠지 나보다 더 예민하다고 생각했다. 식물은 우리보다 하등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이었다.
주변 예쁘게 꾸며진 잔디나 정원에는 꼭 이런 말들이 붙어있다. 들어가지 마시오. 왠지 그런 것들을 보면 우리가 관객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의 텃밭은 우리가 직접 거기에 들어가 주체가 된다. 잔디를 가꾸기 위해 뿌려지는 농약, 기계로 자주 깎아 줘야 하는 부담감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행위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잔디보다 작은 텃밭을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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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신 분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