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고 갑시다

2008년 1월 3일 | 자연생태계

짚고 갑시다!

박정현,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무자년을 맞이하는 마음이 무겁다.
태안 앞바다를 뒤덮었던 기름은 남쪽으로 자꾸 내려가는데 눈보라치는 매서운 날씨 때문에 방제작업은 진척이 되지 않아 추운날씨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태안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책임도 없는 시민들은 이렇듯 애간장을 태우는데 막상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정부의 대처도 지리멸렬하다. 겨울철인데도 황사 때문에 천식환자들이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을 보니 전남에 내린 폭설로 내려앉은 비닐하우스만큼이나 철렁, 가슴이 무너진다.
엎친데 덥친다고 했는가,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은 ‘운하는 이미 결정된 것이라 반대의견은 수렴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시면서 영산강과 금강은 총선 전에 삽을 뜨시겠단다.
이거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이 후보의 모든 공약을 국민들이 용인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것만큼 어리석은 오판이 없다. 지난 대선이 공약검증의 무풍지대였다고는 하나 운하공약만큼은 찬반논쟁이 뜨거웠으며 그 열기를 피해간 것은 오히려 한나라당이었다. 선거 막판에 나온 후보 공약집 한 귀퉁이로 운하공약이 밀려나 있었던 것은 2007대선시민연대의 폐기공약 1순위이기도 하고 반대여론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었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이명박 당선자는 지금 검증도 되지 않은 공약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일 만큼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 것이 아니다. 표 계산을 해 보면 이명박 당선자는 직선제 대통령 선거 사상 최저 투표율과 최저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또한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지난 대선은 후보자들의 정책검증 과정을 통해 당락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노정권의 심판과 정권교체의 열망이 당락을 결정한 것이다. 나는 환경운동가로서 새만금을 비롯해 ‘특구’라는 괴물로 국토 전체를 난개발의 소용돌이로 몰아간 노정권과 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심판받았다.
이제 이명박 당선자 차례다. 당선이 되었다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덮고 넘어가면 안된다. BBK특검이 있으며,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각종 공약이 있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BBK특검 물타기가 시작된 것 같은데 이 행태가 이 당선자의 뜻이 아닐 것이라 우리는 믿는다. 이 당선자는 특검을 받아들인 그 당당함으로 공정하게 특검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제발 ‘거짓말쟁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나쁜 어른들’이라는 내 아이의 비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또한 운하 역시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 운하를 반대할 것이라 낙인 찍힌 내가 이 지면에서 운하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당선이 곧 검증은 아니므로 운하공약은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 하늘 아래 덮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이 글은 충청투데이 1월 3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